떠오르는 중국이란 태양, 앞으로의 세계는
떠오르는 중국이란 태양, 앞으로의 세계는
  • 이경인 기자
  • 승인 2016.10.16 06: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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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서평] 미중패권과 세계질서의 변화

국제관계에서는 언제나 강대국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강대국 간의 관계가 어떠한지에 따라 세계의 질서가 결정된다. 산업혁명 이후 서구 열강들은 제국주의 시대를 열었고, 세계대전 이후에는 소련과 미국이라는 두 강대국 간의 냉전 체제가 형성됐다. 하지만 강대국의 논리로 만들어지는 세계의 질서는 결코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미국과 소련에 패권을 넘겨줘야 했고, 냉전 체제는 공산주의의 모순으로 소련이 붕괴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는 냉전 체제 이후 세계의 유일한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한 미국 역시 그 위치를 영원히 지키지는 못할 수도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중국은 단기간에 급속한 속도로 경제를 발전시키며 새로운 강대국으로 등장했다. 석학들은 앞다퉈 중국이 세계 GDP 순위 1위가 되는 시기에 대한 예측을 내놓기 시작했고, 핵무기 개발 성공은 중국이 군사적 수준에서도 패권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냈다. 실제로 중국의 외교적 목소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이를 추진하는 한국과 미국 정부에 대해 중국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새롭게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과 패권국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미국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읽을 수 있을까. 애런 프리드버그 교수(미국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는 그의 저서 『패권경쟁: 중국과 미국, 누가 아시아를 지배할까』를 통해 중국의 부상이 가능했던 이유를 짚으며 패권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전략을 고민한다. 영국의 저명한 아시아 연구가인 마틴 자크는 그의 저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패권국가 중국은 천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통해 중국이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불가피한 사실을 두고 세계질서가 중국에 의해 어떻게 개편될 것인지를 논한다. 중국이 국제질서에 끼칠 영향과 앞으로의 미국에 대해서 두 책은 얼핏 비슷한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대조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중국의 근대화, 빗나간 예측

중국은 미국이 지금껏 보지 못한 유형의 나라다. 경제 규모로는 세계 2위의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됐지만, 중국은 지금까지의 강대국들에서 쉽게 확인 가능한 공통점을 가지지 않는다. 서구 근대 국가의 등장 이후 특정 국가가 강대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근대화가 필수적이었다. 이 근대화는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경제적 측면의 변화, 서구의 문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측면의 변화, 민주화라는 사회적 측면의 변화로 요약되며 결국 근대화는 서구화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처럼 여겨졌다. 서구의 사례가 근대화의 유일한 모델인 것처럼 치부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틴 자크는 그의 저서를 통해 “세계 도처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근대화가 시작되고 있는 지금은 근대의 의미와 다양성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근대화를 이룩한 나라가 유럽에 치중돼 있었기 때문에 근대화와 서구화가 동일시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근대화를 이룩했거나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근대화와 서구화가 같다는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비교적 빠른 시기에 서구의 근대화 정책을 받아들이며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 열강과 발걸음을 같이 했던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은 서구 산업혁명을 모델로 하는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했고, 아시아권 국가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등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건설에도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서구식 근대화 정책이 도입됐음에도 일본의 독특한 문화적, 정치적 성격은 지워지지 않았다. 일본 특유의 엄격한 질서와 도덕은 서구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다. 천황을 최고 권위자로 내세우면서도 실제 정치는 따로 분리하는 이원적 체제 역시 민주주의의 기본 모델과는 차이를 둔다. 음식문화나 대중문화에서도 일본은 서구 사회와는 전혀 다른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애런 프리드버그와 마틴 자크는 중국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분명히 서구식 자본주의 모델을 바탕에 두고 있지만, 이를 중국이 서구화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순진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프리드버그는 이를 경제와 외교 측면에서 분석한다. 닉슨 정부 이후 미국과 중국의 우호적 관계가 형성되자 미국에는 중국이 결국 민주화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형성됐다. 미국은 비교적 우호적인 모습을 내비쳤던 중국을 그다지 의심하지 않았다. 중국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가지게 된 이후에야 미국은 경제 자유화가 민주화로 이어지리라는 발상이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마틴 자크는 중국의 근대화를 이해하기 위해 중국의 오랜 역사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스스로 5천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자부하고 있으며 이 역사 속에서 중국이 세계 질서의 하층에 위치했던 것은 단 두 세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조공 무역 관계를 유지하며 세계의 중심을 중국으로 내세우는 중화사상을 지켜왔다.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결코 새로운 강대국의 부상이 아니며, 저물었던 태양이 다시 떠오르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태양은 오랜 전통을 가진 고유의 세계관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 관점에서 중국이 세계 질서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현 세계 질서의 붕괴를 의미한다. 중국은 서구식 민주주의 모델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중국식 모델을 세계에 이식하려 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고무줄 당기기

잦은 테러와 전쟁, 몇 차례의 경제위기로 미국이 세계의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할 것이라는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때맞춰 중국이 부상하자 중국과 미국의 경쟁구도는 국제정치학의 가장 주요한 이슈가 됐다. 이 문제에 대해 애런 프리드버그와 마틴 자크는 확실한 견해차를 보인다. 프리드버그의 『패권경쟁』은 평화와 자유를 기본 골자로 하는 미국식 민주주의 세계구조가 유지돼야 하며, 중국을 이 구조에 편입시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은 미국의 세계구조가 이미 무너지고 있으며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애런 프리드버그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일시적 평화로 간주한다. 그는 양국의 평화가 유지되는 이유로 경제적 이유와 정치적 이유를 내세운다. 먼저 중국은 막대한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달러화를 외환 시장에 내놓는 순간 달러화의 가치는 급격히 떨어질 것이므로 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의 약점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아직 중국에게도 달러화를 세계 시장에 풀어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달러화의 가치 하락은 중국의 외화 보유액 역시 현격히 떨어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경제적 패러독스로 인해 중국과 미국이 일시적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외교 전략에서 일시적 평화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덩샤오핑의 훈령인 도광양회(韜光養晦)가 중국의 의중을 잘 보여준다. 도광양회란 역량을 다 드러내지 않고 남들이 모르게 성장한다는 뜻이다. 미국에 대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경쟁 가능성을 잊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중국의 전략임을 보여준다. 중국의 외교정책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국제사회에 공개된 바가 없다. 하지만 중국이 지금껏 미국과의 갈등을 최대한 피하면서도 핵무기 개발 문제나 타이완 독립 문제 등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는 데서 중국 외교 전략의 최종 목표가 미국과의 친선 유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의 우호관계가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 세계의 상황이 전반적으로 중국에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미국과 친선을 유지하는 것은 자국의 도약을 위해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중국은 적당한 순간에 미국과의 경쟁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이는 미국에게 패권국으로서 지금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음을 의미한다. 애런 프리드버그는 이에 관한 몇 가지 주요 현안을 제시한다. 중국이 민주화될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다하는 것, 군사력 경쟁에서 우위를 지켜 중국에 대한 하드 파워를 유지하는 것, 중국에 대한 봉쇄와 유화 정책을 적절히 조화하는 교류정책을 펼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으로 프리드버그는 아시아에서의 우위를 지키는 것을 꼽는다.

중국은 타이완 독립 문제로 미국과 꾸준히 긴장관계를 만들어낸 바 있고, 최근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아시아 각국과 새로운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중간자적 위치를 내세우며 한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쌓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의 질서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이는 세계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세계의 패권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한 상황이다. 프리드버그는 지속적인 개방이라는 미국의 원칙을 지키며 한국과 일본, 호주 등과 유지해온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를 점차 인도, 중국에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을 쥐려한다는 것은 마틴 자크 역시 동의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자크는 이를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권국으로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경향이라 설명한다. 중국이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중앙아시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에까지 세력을 떨치고 있으며, 이미 세계 질서에서 중국을 빼놓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서구 제국주의의 피해국 중 하나였던 아프리카 국가들로서는 거부감이 덜하고 지원의 부대조건 역시 서구보다 가혹하지 않은 중국에 큰 매력을 느꼈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중국의 도움을 받아 서구 국가나 IMF, 세계은행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자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게 됐다.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가로 자리매김한다면 중국적 정치 모델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마틴 자크는 많은 국가들이 현재 차용하는 서구식 민주주의의 자리를 중국적 정치 모델이 대신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이 점차 민주적인 체제를 체화하리라는 것을 전제로, 중국의 전통과 특유의 정치 체제에 민주주의를 덧칠한 새로운 경향이 형성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인의 주권을 강조하는 서구식 민주주의는 압도적인 인구수와 넓은 영토라는 중국에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그는 국가별 정치체의 형태뿐 아니라, 국제적 측면에서도 중국적 변화가 일어나리라 예상한다. 근대 이전의 중국이 시행했던 외교정책으로 미뤄 보아 조공 외교를 기본 모델로 하는 국제관계를 형성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중국사회의 특성상 교회나 기업 등의 외부기관이 정치권력을 공유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마틴 자크는 결국 서구식 민주주의의 시대가 쇠퇴하고 권위주위적 유교 전통에 입각한 국가 중심의 중국식 체계가 새로운 세계질서가 될 것이라 설명한다. 중국이 민주주의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것은 유교적 도덕을 중시하는 법치주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5천년의 전통이라는 중국의 자신감은 세계 전반의 문화적 특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일시적인 평화 관계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 둘의 관계가 언제 긴장상태로 접어들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이는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미 각종 외교적 현안에서 양국의 견해차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당장 북한을 둘러싼 문제에서부터 양국은 항상 미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한다. 지난 달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두고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 논의가 진행됐지만, 미국과 중국의 의견 차이로 5차 핵실험 한 달을 훌쩍 넘어선 지금까지도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이나 한미군사작전 문제에서도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이 경쟁 구도에서 한국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현상을 두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이 패권국이 된다는 것은 제국주의 시대 이후 줄곧 유지돼오던 서구식 민주주의 모델이 붕괴함을 의미한다. 중국은 실제로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인가? 세계의 추이를 주목하며 적절한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패권경쟁: 중국과 미국 누가 아시아를 지배할까 (애런 프리드버그 / 안세민 옮김 / 까치 / 384쪽 / 20,000원)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패권국가 중국은 천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마틴 자크 / 안세민 옮김 / 부키 / 620쪽 / 25,000원)

삽화: 이종건 기자 jonggu@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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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앙 2019-10-21 00:18:26
2019년에서 왔습니다. 중국 망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