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월)에 시흥캠퍼스 대응을 위한 전체학생총회(총회)가 정족수 1,610명을 넘긴 2,000명에 가까운 인원의 참석으로 성사됐다. 이어 시흥캠퍼스에 관한 대응 방향으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한다’가 70% 정도의 표를 얻어 확정됐으며, 이 결정에 따른 대응방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본부점거투쟁’이 1,000여 표를 얻었다. 이에 학생들은 바로 본부로 진입해 봉쇄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총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 중이다.

이번 총회는 2011년 법인화에 대한 반대를 위해 법인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주장한 총회가 열린 지 5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간 대부분의 학내 구성원은 이번 총회의 성사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번 총회의 성사는 학생들이 본부의 일방적인 시흥캠퍼스 추진에 대한 문제의식을 널리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일부 학생들만이 시흥캠퍼스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고 여기고 안일하게 대처해왔던 본부의 판단이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다. 본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 사태가 쉽게 해결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2일 성낙인 총장과 기획처장, 학생처장을 비롯한 본부 관계자들과 학생 100여 명은 본부에서 간담회를 가졌지만 본부와 학생들 간의 크나큰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양측 간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시흥캠퍼스 반대를 주도한 특정 학생정치단체의 명단을 담은 문건은 학생들과 본부와의 사이를 더욱 벌려 놓았다. 급기야 사태는 14일 개교기념식장에 학생들이 난입해 단상을 점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상호 간의 신뢰 회복에 있다. 본부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전 대화협의회를 통해 학생들과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 본부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의무RC나 특정 단과대 이전이 없을 것이라는 본부의 약속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 역시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가 가져올 파장들에 대한 고려 없이 주장만을 앞세워 물리적 힘의 행사로만 이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이 서울대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를 충분히 논의하고 따져본 연후에 보다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대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시흥캠퍼스가 꼭 필요한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학내 구성 집단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학내 여론에 대한 충분한 수렴 없이 추진되는 시흥캠퍼스는 그 내용과 방향이 아무리 학교 발전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라 해도 학내 구성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본부는 지금의 사태 해결을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들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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