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국의 우주 탐사

쥘 베른의 공상과학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는 달이라는 미지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을 보여줌으로써 1865년 출간 당시부터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이 소설을 읽은 러시아 과학자 치올콥스키는 우주 비행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1897년 그의 논문 「로켓을 이용한 우주 탐구」에서 인류 최초의 로켓 이론이 탄생했다. 이처럼 지구를 벗어나려는 인간의 시도는 미지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주 탐사는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국력 과시의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가속화됐다.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쏘자, 그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아폴로 계획을 세워 1969년 사람을 달에 보내게 된다. 두 나라는 우주 산업도 이념의 각축장이라고 생각했고,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자라고 믿었다. 냉전이 점차 사그라들 무렵에는 다른 나라들도 상당한 우주 기술 수준에 올라섰고, 이에 여러 나라가 협력해 우주정거장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한국은 여러 인공위성과 나로호를 우주에 쏘아 올렸고, 올해 1월 ‘달 탐사 1단계 개발 계획’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우주 탐사의 궤도에 올라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김은혁 선임연구원은 “나로호 발사 성공은 전체 우주 탐사 시스템을 스스로 수행한 것으로 그 가치가 크다”며 “다음 우주 산업 목표로 가장 좋은 것이 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달 탐사가 한국 우주 산업 목표로 세워졌다”고 설명했다. 2018년까지 진행될 1단계에서는 달 주위를 도는 시험용 달 궤도선을 발사할 계획이고, 2단계는 2020년까지 진행될 2단계에서는 자력으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번 특집에서는 우주 탐사선이 지구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을 간단히 짚으며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우주 탐사의 길을 살펴본다.

 

왜 우주에 가야 하는가

우주는 지구와 환경이 매우 달라서 하나의 기계를 만들 때도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우주에는 열을 고르게 퍼지게 하는 공기가 없어서 햇빛을 받는 면이 영상 50도라면 반대쪽은 영하 50도가 된다. 우주에서 쓰는 태양 전지판이나 기계는 이런 극한의 조건을 견디게 만들어져야 한다. 나아가 우주에는 전하를 띤 전자나 이온이 고속으로 돌아다니므로 이들이 위성에 충돌하지 않도록 보호해야만 한다. 지난 7월 목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목성탐사선 ‘주노’도 우주에서 떠돌아다니는 하전입자를 막기 위해 비싼 타이타늄을 1cm 두께로 둘렀다. 항우연 석병석 책임연구원은 “우주 기술은 양산의 개념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만들기 때문에 단가도 비싸고 기업이 투자하기도 어렵다”며 “우주 탐사는 국가가 핵심 기술을 축적하다가 돈이 되는 기술들만 업체가 필요할 때 넘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주 탐사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고 단기간에 이익이 나오지도 않기 때문에 국가 주도로 진행된다.

이런 이유로 국가 주도의 우주 탐사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주 탐사 반대 진영은 왜 굳이 국민의 세금을 써가면서 달에 물이 있다는 것이나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하냐고 비판한다. 실제로 우주 역사가 로저 라우니우스는 아폴로 계획 추진 당시 미국인 45~60%가 정부의 우주 탐사 투자를 지나치다고 판단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비슷한 이유로 한국도 복지나 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상황에서 우주 탐사에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대에 우주 기술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발사체에 쓰이는 로켓 엔진 기술은 미사일 기술에 직결되고, 위성의 행성 표면 탐지 기술은 핵 실험 탐지나 첩보 위성에 쓰일 수 있다. 이 같은 기술들은 다른 나라에 돈을 아무리 많이 지급한다고 해도 절대 공유되지 않는다. 항우연 김방엽 책임연구원은 “소련이 해체될 때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나로호 발사 때 한시적으로 기술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며 “러시아도 경제력이 올라와서 함부로 기술을 팔지 않으니, 이제는 스스로 알아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달이나 화성에는 지구에 없는 또 다른 풍부한 자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우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는 지구에 없는 유용한 광물들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우주 개발에 뛰어든다. 또 우주선 도킹 기술에서 눈과 레이저의 위치를 맞춰 시력을 교정하는 라식이 나온 것처럼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술이 우주 기술에서 파생되기도 한다. 윤영빈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화성에 갔을 때 기대했던 보물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우주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뭔가 새롭게 아는 것도 과학적 진보”라고 말했다.

우주 기술은 모든 영역의 과학과 기술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목적에 따라 분류한다. 크게 발사체 기술과 인공위성 기술, 지상국 기술, 위성정보 활용 기술, 우주 실험 기술로 나누는데,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발사체의 로켓 엔진 기술과 인공위성의 통신, 탑재체 기술이다.

 

지구에서 벗어나려면: 로켓 엔진 기술

한국이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은 로켓 엔진 기술이다. 로켓 엔진은 발사체를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 우주로 밀어내는 힘을 만들어내는 ‘로켓의 심장’이므로 어떤 우주 탐사를 하든지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로켓 엔진 내부에서 연료가 타면 꼬리로 가스가 나오는데, 그 반작용으로 로켓이 위로 추진력을 얻는다. 연료가 탄다는 것은 연료가 산소 같은 산화제와 반응해 산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비행기 엔진은 아무리 높이 난다고 해도 주변에 산소가 있어서 굳이 산소를 실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나가면 산소가 없기 때문에 로켓 엔진은 연료를 태우기 위해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산화제를 함께 가져가야만 한다.

문제는 로켓 엔진처럼 초당 255kg으로 엄청난 연료가 급속히 타는 경우 연소가 불안정해지는 현상 때문에 로켓 엔진 개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연소 불안정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액체 로켓 자체를 개발할 수 없으므로 외국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 이는 수많은 엔진 분사 장치 모델을 시험하면서 경험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윤영빈 교수는 “처음에는 100여 개의 사례를 시험했지만, 이제는 노하우가 많이 쌓여 몇 번의 시도로 최적화된 엔진 분사 장치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로켓이 날아갈 때 연료가 진동하면서 여러 장치가 불안정해지므로 이를 막기 위해 여러 격막을 설치하기도 한다.

연소 불안정 현상을 해결해도 추진력을 조절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거대 엔진의 추력을 조절할 수 있으면 더 쉽게 로켓을 제어할 수 있지만,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는 75톤의 고정된 추력을 낸다. 이는 한국형 발사체가 75톤 무게의 물체를 공중에 띄우는 데 필요한 힘만 일정하게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해진 연료량과 산화제량 조건에서 연소 불안정 문제를 해결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형 발사체는 항상 고정된 추력을 낼 수밖에 없다. 윤영빈 교수는 “로켓 엔진의 추력은 75톤에서 60톤, 40톤 이렇게 마음대로 줄일 수 없다”며 “나로호 발사 때 들여온 러시아의 엔진은 200톤에서 140톤까지 줄여도 문제가 없는데, 그렇게 디자인된 가변 추력 엔진만 추력 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궤도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통신 기술과 탑재체 기술

추진력만 좋다고 해서 로켓이 달 같은 목적지로 가는 것은 아니다. 지구를 벗어나는 로켓이든 로켓을 떨어뜨리고 혼자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는 궤도선이든,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움직여야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로켓과 궤도선은 지구에 위치한 지상국과 일정 시간 간격으로 전파로 통신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나아가 로켓은 내장된 자이로스코프*로 자신의 방향을 감지하고, 궤도선은 태양이나 다른 별의 상대적인 위치를 추적함으로써 끊임없이 자신의 방향을 파악한다. 이렇게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면 로켓은 엔진 분사구의 방향을 틀어 원하는 궤도로 이동하고, 궤도선은 반작용 휠과 소형 엔진 등을 이용해 원하는 궤도를 유지한다.

여기서 궤도와 제어 과정에는 항상 오차가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임을 바로잡아줘야 한다. 궤도선이 우주 공간을 비행하면서 태양풍 같은 외부 요인으로 궤도가 변경될 수도 있다. 통신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상의 오차가 생기기도 하고, 설령 위치와 방향을 정확히 알아냈더라도 분사하는 추진력이 수학적으로 원하는 힘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오차가 크면 클수록 궤도선의 움직임을 더 많이 보정해줘야만 한다. 이런 이유로 달에 가는 과정이나 달의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도 궤도선 안의 구성 부품과 장치들이 정확히 작동하고 있는지 지상국에서 계속 주시해야만 한다. 김은혁 연구원은 “미국처럼 우주 탐사 관련 자료가 많으면 오차가 상당히 적기 때문에 한 번에 달까지 갈 수 있지만, 한국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어서 여러 번 궤도선의 움직임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먼 거리에 있는 물체와 통신할수록 지상국과 통신하는 안테나가 점점 커지고 그 움직임도 정밀해져야 하므로, 먼 우주를 탐사할수록 안테나 건설 자체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게 된다. 1/3600도 정도의 아주 미세한 안테나 각도 오차도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김방엽 연구원은 “천체의 위치는 뉴턴 시절부터 이미 다 나왔고, 그곳까지 이동할 궤도를 계산하는 수식도 한국이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하며, 먼 우주를 탐사하려면 “안테나의 덩치는 커지면서 아주 정밀하게 움직임을 제어해야 하므로 장치와 부품을 만들기 어려워지고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통신 기술뿐만 아니라 궤도선이 천체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그 안에 카메라 같은 장치를 탑재해야 한다. 궤도선은 그 안에 카메라나 분광기를 탑재해 천체 표면을 촬영하고 성분을 분석한다. 인공위성 탑재체의 경우 밤에도 표면을 보는 적외선 카메라나 구름과 관계없이 표면을 보는 합성개구레이더(SAR, Synthetic Aperture Radar)를 발명하면 자연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첩보용으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윤영빈 교수는 “고해상도 카메라, SAR, 분광기술이 잘 개발된 나라일수록 첩보 위성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탑재체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주에 다가설 그 날까지

이처럼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주 기술 개발이 늦어서 아직 자력으로 우주 탐사에 필요한 모든 장치를 만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국이 우주 기술을 개발할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김방엽 연구원은 “한국은 출발이 늦었기 때문에 선진국과 격차가 벌어진 것이지, 우주 기술 자체가 어려워서 늦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하며 “여러 번 실험할 수 있는 시간과 시설, 연구비, 전문 인력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영빈 교수도 “우주 산업에는 발사체나 인공위성 같은 핵심기술 이외에 다른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며 “이는 다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대학에서 전문 인력이 배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가들은 세부적인 부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우주 탐사 전체를 운영할 수 있는 기술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부품을 외국에서 빌려오더라도 우주 탐사 전체를 운영하고 총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절차가 갖춰져 있으면 개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석병석 연구원은 “모든 기술을 국산화하기보다 기술 전체를 테스트하고 종합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달 탐사 계획은 한국의 우주 기술을 평가하고 우주 탐사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 기회를 제공한다. 김방엽 연구원은 “자체 로켓과 위성, 지상국으로 달까지 궤도선을 보낼 수 있으면, 화성이나 목성으로 가는 것은 로켓 성능만 키우면 된다”고 한국 달 탐사 계획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우주 탐사는 한 국가 과학 기술 대부분이 집약돼야 가능하므로,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가장 좋은 지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이로스코프: 어느 방향으로 놓아도 가운데에서 회전하는 바퀴의 방향은 그대로인 일종의 팽이. 주로 스마트폰에서 방향을 감지하거나 항공기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사용됨.

 

삽화: 박진희 기자 jinyhere@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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