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실의 벽은 학생들이 준비한 성낙인 총장의 사진들이 붙어있다. 책상 위 '충정의 쪽지함'이 눈에 띈다.
한 학생이 총장실에서 성낙인 총장의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총회 직후 본부를 점거한 학생들은 매일 회의를 진행하며 본부점거의 체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점거에 처음 참여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점거 공간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점거생활에 점차 적응해나가는 분위기다. 또 학생들은 행정관 안팎에서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흥캠퍼스 사안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점거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본부점거 후 학생들은 본부점거를 총괄할 운영기구로 ‘본부점거본부’를 꾸렸다. 본부점거본부는 ‘민주적 참여 구조 수립을 통한 학생들의 점거 참여 촉진’ ‘점거생활 및 활동 관리의 효율화’를 운영목표로 하며 본부점거본부장으로는 ‘시흥캠퍼스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상연 씨(사회학과·12)가 선임됐다. 본부점거본부는 기획팀, 홍보팀, 정책팀, 관리팀으로 구성되며 각각 프로그램 기획, 점거 홍보 및 학생들과 소통, 대본부 전략 및 대사회 소통, 시설·물품·수칙 관리의 역할을 담당한다.

행정관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기본적인 일과는 △오전 8시 기상 △오후 12시~4시 점거 홍보와 방문자 맞이 △오후 4시~8시 방별 프로그램 및 회의 △오후 8시 본부점거본부 회의 △오후 10시 전체회의 순서로 진행된다. 방별 프로그램 시간에는 학생들이 각 방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책을 읽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세미나를 기획해 토론을 벌이는 등의 활동으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매일 밤 회의를 통해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학생들은 함께 생활규정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며 행정관 내부를 학생들의 자치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점거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분리수거, 공용 공간 청소 등 전체 생활규정을 정하고 매일 저녁 회의에서 각자의 의견을 반영해 규정을 보완하고 있다. 또 학생들은 24시간 교대 일정표를 짜 행정관 출입문을 관리 중이다. 현재 학생들이 점거 중인 행정관은 직원 몇 명을 제외하고는 학생들만 출입이 가능하며 출입문 관리를 맡은 학생은 ‘정문 지킴이 매뉴얼’에 따라 출입문 앞에서 학생증을 검사한다. 다른 학우들과 함께 출입문을 지키고 있던 남궁한 씨(생명과학부·14)는 “실시협약 철회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점거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며 “본부를 학생자치공간으로서 다른 학우들과 함께 잘 운영해나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행정관 4층은 점거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생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학생들은 소속단위에 따라 구역을 나눠 사용하고 있으며 총장 집무실 옆 휴식공간은 여학생 휴게실로, 소회의실은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열람실로 쓰이고 있다. 학생들은 전체 규정 외에도 ‘사범人의 약속’ ‘총장실 사용설명서 by 사회대’ 등 각 방마다 내규를 만들어 질서 있는 점거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방과 복도에 점거 참여 소감과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를 적은 손자보를 붙여놓기도 했다.

행정관 4층 복도는 학생들이 작성한 피켓으로 가득 차있다.

학생들은 점거 생활이 힘들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태연 씨(역사교육과·11)는 “익숙한 공간이 아니라 잘 때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실시협약 반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범대 강지영 학생회장(국어교육과·12)은 “복도를 지나다니면서 모르는 학우들과 서로 힘내자는 말을 주고받는다”며 “점거를 시작한 후 잠을 많이 못 자서 피곤하지만 우리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본부점거 참여 학생들은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13일(목) 학생들은 행정관 앞에서 본부 외벽 꾸미기 행사를 열었다. 학생들은 본부점거본부에서 행정관 앞 바닥에 펼쳐 놓은 대형 현수막을 자유롭게 꾸미고 메시지를 적었으며 완성된 현수막은 본부 외벽에 걸어놓았다. 같은 날 오후 6시 반 20여 명의 학생들은 행정관 앞에서 실시협약 철회와 학생사찰 규탄을 외치며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어 14일 개최된 ‘개교 70주년 기념 본부점거 집들이’에서는 △시흥캠을 손으로 잡오-손자보 작성 △샤언증 갤러리-시흥캠에 대한 한마디 △총장실 프리덤-총장실 투어하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행사에 참여한 김승민 씨(사회복지학과·15)는 “기타도 치고 소소한 장난도 치며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점거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행사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 외에도 내규도 정하고 회의도 부지런히 진행하는 등 자치적인 문화가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달 28일과 29일에는 행정관 앞 잔디에서 록 페스티벌 ‘본부스탁’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본부스탁은 1969년 미국에서 열렸던 반전평화 록 페스티벌을 패러디한 것으로 지난 2011년 본부점거 당시 법인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본부스탁이 열린 후 5년 만이다. 현재 본부스탁 준비팀이 꾸려져 학내외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등 공연을 기획 중이다.

사진: 이문영 기자 dkxman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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