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발행된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 2007-2025’에는 서울대가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발전 과제들이 제시됐다. 시흥캠퍼스 논의의 출발점은 여기서 제시된 ‘글로벌 리더십 캠퍼스’다. 본부는 국제화를 위해서 시흥캠퍼스의 필요성을 반복해서 주장해왔다. 관악캠퍼스가 이미 포화에 다다른 상황에서 시흥시로부터 약 20만평의 부지와 최대 4,500억원의 지원을 받는 것은 서울대의 발전을 위해 좋은 기회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흥캠퍼스 무엇이 문제길래

그러나 그 필요성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부는 시흥캠퍼스 추진을 계속해왔고, 지난 8월 시흥시 및 민간 사업자와 실시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학생사회에서는 △추진 과정에서의 학생 배제 △캠퍼스 구성에 대한 구체적 계획 부재 △부실한 재정 마련 방안 △산학협력 확대로 인한 대학 공공성 훼손을 근거로 시흥캠퍼스를 반대해왔다. 2009년 시흥시와의 첫 양해각서 체결 이후 4년간 학생을 배제한 채 추진해왔을 뿐 아니라 대화협의회를 구성해놓고도 “논의를 진행할 만큼 진척된 사항이 없었다”며 논의를 진행하지 않는 본부에 대해 학생사회는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본부가 “아직 정해진 것이 없으며 앞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답변만을 내놓자 이러한 불신은 더욱 깊어져 갔다.

당초 학생사회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은 거주대학(Residential College, RC) 계획이었다. 2013년 시흥캠퍼스 관련 사안이 공론화될 당시 연세대가 송도에 위치한 국제캠퍼스에 13학번 신입생을 의무 기숙시키면서 시흥캠퍼스 역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본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특정 단과대나 학년을 강제로 이전시키는 방식의 RC는 없을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밝히는 한편 “현재는 연구 시설과 교직원 주거 시설을 위주로 계획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구체적인 시흥캠퍼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본부의 약속을 마냥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어쩌다 전면철회를 외치게 됐나

총학생회(총학)가 처음부터 시흥캠퍼스에 대한 ‘전면 철회’를 주장한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기획처와의 면담을 통해 시흥캠퍼스 사업이 다시 진행 중임을 전달받은 총학은 ‘시흥캠퍼스 추진에 대한 총학생회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과거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한편 앞으로의 추진 과정에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을 본부에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5월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김상연 씨(사회학과‧12)가 현장 발의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저지 결의안’이 인준됨에 따라 총학은 ‘전면 철회’를 외치게 됐다.

하지만 2014년 7월 성낙인 총장 부임 이후 시흥캠퍼스 관련 논의가 물밑으로 가라앉아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흥캠퍼스에 대한 문제 의식에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총학은 지난 6월 관련 내용을 공론화하는 한편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총조사를 실시했다. 총조사 문항은 같은 달 21일 열린 학생사회 대토론회에서 논의된 ‘시흥캠퍼스 계획 전면 철회’와 ‘추진과정에 학생 참여 및 의견 반영’으로 구성됐다. 그 결과 응답자의 63.17%인 3,000여 명이 ‘시흥캠퍼스 계획 전면 철회’를 선택했고, 7월 열린 임시 전학대회를 거쳐 총학은 시흥캠퍼스에 대한 ‘전면 철회’의 기조를 유지하게 됐다.

총학은 시흥캠퍼스에 대한 공론화를 전담할 산하 기구인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학대위)를 꾸렸고, 이 단체가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위한 행동의 구심점이 됐다. 총학은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반대를 위한 대중행동을 계속했으나 본부는 8월 22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본부는 실시협약 체결 전 대화협의회를 통해 사전에 총학과 논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실시협약 체결 직전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학생들은 이를 두고 ‘날치기 협약’ ‘밀실 협약’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학대위를 중심으로 실시협약 철회와 총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같은 달 30일 행정관(60동)에 진입하는 과정에서는 청원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후 학생들은 행정관 1층을 점거한 채 24시간 동안 연좌농성을 벌였다. 개강을 맞은 지난달 1일, 학대위는 셔틀버스 대기 줄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고 단과대 학생회나 동아리 등이 천막을 지키며 농성을 이어갔다.

총회는 어떻게 기획됐나

이어지는 실시협약 전면 철회 요구에 대해 본부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자 학생사회는 지난달 11일 전학대회에서 학생들의 최고 의결기구로 재학생의 1/10이 참여해야 성사되는 전체학생총회(총회) 소집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후 총회의 성격을 두고 ‘시흥캠퍼스에 대한 학생들의 총의를 다시금 확인하는 학생 총회’와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위한 학생 총회’라는 두 주장이 엇갈렸다. 전학대회에서 시흥캠퍼스 찬성과 반대를 묻는 안건을 바탕으로 총회 소집이 의결됐다는 점이 전자를 뒷받침했다. 한편 후자에 대해서는 총학이 이제까지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라는 기조 아래 행동해왔으며 1,600여 명이 모인 총회에서 다시금 논의해보자는 것은 자칫 내용이 없는 총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이에 관한 논란은 총운영위원회 논의에서뿐 아니라 공대학생대표자회의의 성명서에서도 이어졌다.

논란 끝에 중앙 총회기획단(기획단)의 대표 슬로건이 ‘일방추진 시흥캠, 막아내자 학생총회로’에서 ‘학생배제 시흥캠, 총회에서 결정하자’로 변경되고, 기획단의 구성에 전면 철회를 외쳐온 학대위가 아닌 총학의 중앙집행위원이 주를 이루게 되는 등 총회에서 총의를 다시금 확인하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지난 10일 총회는 정족수를 훌쩍 넘긴 2,000여 명 이상이 모여 성사됐고, 표결에 참여한 학생 중 약 75%의 지지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요구안’이 채택됐다. 총회가 학생 사회의 최고 의결 기구인 만큼 학생 사회가 그 외의 노선을 검토할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의 신뢰를 위해서 실시협약의 철회는 불가하다는 본부와, 본부를 신뢰하지 못해 전면 철회만을 외치게 된 학생 사회의 논의는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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