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서울대 학사위원회는 수강철회기간(드랍기간)을 현행의 수업주수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축소하는 취지의 ‘서울대학교 학업성적 처리 규정’을 심의하고 통과시켰다. 이제 10월 중 평의원회 의결만 남은 상황이다.

〈대학본부의 일방적 행정〉

본부의 심의와 의결은 일방적인 행정이다.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사항임에도, 본부는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조차 하지 않았다. 1년 전 본부는 총학생회에 의견제출을 요청하기는 했지만, 10월 30일에 공문을 보내 11월 4일까지 제출을 요구했다. 길게 보아도 6일, 주말을 제외하면 4일에 불과한 시간이다. 총학생회가 16개 단과대학, 1만 7천명 가량의 학우들을 포함하는 거대조직임을 고려하면 의견을 수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저 형식으로만 구색을 갖추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된다.

〈수강신청 취소제도와 수강철회기간〉

현행 수강신청 취소제도는 2005년 당시 학생총회와 본부점거를 비롯한 학생사회의 강력한 운동을 바탕으로 형성돼, 성적부담에 시달리는 학생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 역할을 수행해왔다. 장학금 선정과 취업 및 전문대학원 입시, 학사엄정화 정책의 추진 등으로 성적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수강철회기간이 수업주수 2분의 1인 것 덕분에 학생들은 성적이 반쯤 확정된 상황에서 보다 합리적으로 수강신청 취소결정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강신청 취소학점의 제도적 제한도 없으므로 타 대학에 존재하는 학점포기제의 훌륭한 대체재로 인식돼 왔다.

학업을 수행하다 보면 휴학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수강에 부담을 느낄 때가 존재한다. 현행 수강신청취소제도와 수강철회기간은 이런 상황에 대한 좋은 대책이 돼왔다. 분명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제도를, 그 문제점에 대한 다른 보완책이 있는데도 적절한 의견수렴 없이 없애려고 하는 것은 본부의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제도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강력한 요구로 만들어진 정책을 본부가 자의로 변경하는 것은 더욱 문제가 있다.

〈요구〉

학생과 관련된 수강철회기간이므로, 유지하든 줄이든 늘리든 그것은 학생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결정돼야 한다. 대학자치의 기본은 구성원들이 스스로에게 관련된 것들을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수강철회기간 축소나 시흥캠퍼스 사안에서 볼 수 있듯이 본부는 학생들과 관련된 사안들에서 지속적으로 학생참여를 사실상 배제해 왔다. 이제 우리는 요구해야 한다. 본부는 지금의 수강철회기간 축소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대학참정, 특히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학생대표에게 학사위원회 의결권을 본부와 최소 동등한 수준으로 보장해야 한다.

방승현
지리학과·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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