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주 부편집장

임기가 4학기인『대학신문』에서 학기로는 5학기째 남아 ‘짬’이 찰 만큼 차서 취재를 다녀왔다. 아니, 취재는 아닌가. 사실 총회에 갈 생각은 없었다. 왜냐면 2년 동안 나에게 총회가 열린 월요일은 5시에 시작하는 『대학신문』 편집회의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기사를 쓰기로 한 기자들은 총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아크로에 가 있었지만, 취재를 하지 않는 기자들은 모두 신문사에서 회의를 했다.

취재를 가 있던 기자들은 단톡방에 총회가 진행되는 상황을 알렸다. 회의실에 있어도 거의 아크로에 앉아있는 것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다. 옆에 앉은 취재부장은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속보를 올렸다. 회의가 끝나는 저녁 10시쯤 되니 총회도 끝나 총장실을 점거하려고 한다는 연락이 왔고, 편집장의 제안으로 카메라를 챙겨 본부로 향했다.

자연대를 지나 학관 앞쯤 가니 멀리서 함성이 들려왔다. 대단한 공연 프레스콜에 온 것 같이 두근거렸다. 본부 문을 열기 위해 사다리 위에서 톱질하던 학생 바로 밑에는 역시 우리 기자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유리문 너머의 직원들에게 채증당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들려오지만 우리 기자친구들은 얼굴을 가릴 생각이 없어보였다. 나도 혹시나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으로 같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여차저차 점거에 성공한 총장실은 몇 시간 동안 더 정신없었지만 우리 기자들은 외부인들이 빠져나갈 때까지 바닥에 앉아 취재한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장과 나 그리고 취재부장은 그곳에 남아 사진기자들이 손수 찍은 현장감 넘치는 사진과 함께 그날을 정리한 종합기사를 올렸다.

총장실에 머무르는 학생들이 조금씩 잘 채비를 하던 새벽 3시, 집에 가는 택시에서 가슴에 묘한 끓어오름을 느꼈다. 대학사회에는 관심도 없었던 김명주가 『대학신문』에 들어오면서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부장이 된 후에 부편집장까지 맡고 임기가 두 달밖에 남지 않게 된 지금, 10.10 학생총회가 열린 밤은 그 길고 길었던 2년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 순간이었다. 징계를 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톱에 절단기까지 들고 총장실로 향해 결국 총장실을 탈환한 학생들, 지금 이 순간에도 총장실 바닥에 깐 돗자리에 누워 시험공부를 하는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보다 총회가 결정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시흥캠퍼스 사안이 물 위로 떠오른 이후로 뭔가 일어날 때마다 자기 일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불만 하나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열정적인 기자들의 취재에 동행했음에 10월 10일의 밤은 나에게 더 큰 감동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총회를 준비하고 성사시킨 사람들만큼이나 쉴 새 없이 바빴던 한 주를 보냈다. 그렇기에 보통은 취재를 다녀온 기자들이 기사에 못 다한 말을 담는 취재수첩을 부편집장이 대신한다.

한가지 더. 얘들아, 우리도 이제 후배들에게 “너네는 본부점거 안 해봤지? 난 취재도 가봤다”고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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