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대 총학생회가 현 상황에 관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5시간 30분 만에 철회했다. 이후 28일 총학생회는 수정된 시국선언문을 게시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문구가 부적절하다는 것과, 선언문의 수준이 낮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문제가 된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로 현재 상황에서 가장 먼저 나선 것이 아님에도 ‘선봉’에 선다는 표현을 한 것이 지적됐다. 또한 선언문 내에 ‘공화정’이라는 단어가 9번 포함되는 등 이전의 시국선언문에 비해 내용적인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과연 이러한 비판은 적절한가?

수정 전 선언문에도 명시돼 있듯, 서울대는 과거 사회의 부정과 혼란에 맞서 항상 선봉에 서왔다. 학생회는 이러한 맥락에서 ‘선봉’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를 엘리트주의의 소산이라 비난하지만, 역사적으로 서울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으로서 선봉에서 행동한다는 상징성이 있다. 누가 먼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후 행동에 앞장서서 나선다는 의미에 중점을 둬야 한다. ‘선봉’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이전에 다른 대학교에서 한 활동-특히 이화여대의 활동-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비판을 넘어 맹목적인 비난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시국선언문이 전반적인 수준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정당하다고 보인다. 시국선언문이 어떠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수정 전 시국선언문은 의미가 불분명한 단어들을 반복하고, 현학적이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시국선언문은 현학적이고 무의미한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력과 호소력을 갖춰 담아내는 글이다. 총학생회가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여 시국선언문을 수정한 것은 적절하다고 보인다.

결론적으로 총학생회가 시국선언문을 수정해 발표한 것은 불필요한 행동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역사적 순간에 길이 남을 시국선언문은 후대에 부끄럽지 않을 만한 수준으로 쓰여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너무 세부적인 부분에서 비판을 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은 행동이라 생각한다. 시국선언문의 수준 및 단어의 적절성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이것이 담고 있는 우리의 목소리와 의지이다.

시국선언은 지성인으로서 사회의 혼란에 대응하는 첫 수단이다. 따라서 시국선언문은 우리의 의지와 생각을 호소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 시국선언이 공허한 울림으로 그치지 않도록 이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 헌정 이래 전무후무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는 선언문의 말마따나 우리에게 ‘정국을 바꾸어낼 지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현 상황에 대해 서울대학교 학생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심성용

국어교육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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