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싱가포르의 친환경 건축을 만나다

지난 5월 한국에서 ‘2016 친환경 건축디자인 국제 심포지엄’(Eco-friendly Architecture Design International Symposium 2016)이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세계의 친환경 건축의 현재를 짚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해마다 이런 친환경 건축 관련 국제 심포지엄이나 대회 등은 더욱 많이 개최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도 발전한 외국의 친환경 기술과 창의적인 설계 방식 등을 교류해 주거문제, 환경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전 총리 리콴유의 도시계획 ‘가든시티’ 정책으로 친환경 건축 및 디자인이 가장 활발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건물에 친환경 등급을 매겨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그린마크 제도와 같이 환경 규제가 엄격해 세계의 많은 건설사들이 녹색 건축 설계로 우위를 다투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대표적인 도시국가인 만큼 건물 내부의 친환경적 구조 뿐만 아니라 도심의 환경까지 고려해, 다양한 방법으로 녹지를 조성하면서 생활과 자연을 분리시키지 않는 생태적 건축으로 주목 받고 있다. 『대학신문』에서는 싱가포르의 병원, 도서관, 주거시설 등 일상 속 친환경 건축물들을 찾아가 친환경 건축이 도심에서 어떤 환경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실제 시민들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호텔 파크로얄 (Parkroyal On Pickering)

차이나 타운 역에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눈 앞에 풀과 나무로 가득한 독특한 건축물이 나타난다. ‘파크로얄 온 피커링’ 호텔은 번화한 도심 속 열대림을 연상케 한다. 아시아의 계단식 논 형태에서 착안해 호텔 층층이 총 15,000㎡ 넓이의 공중정원을 조성했다. 건물 전체의 외벽을 둘러싼 식물이 실내 공기를 낮추고, 내부 곳곳의 벽면에 조성된 수직정원이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또한 공중정원은 번화한 차이나타운 일대의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공기를 정화해 호텔과 주변 환경에도 이롭다. 녹지가 갖는 이점뿐 만 아니라 빗물을 저장해둔 물과 화장실에서 사용한 폐수를 정화해 만든 정제수를 사용해서 자체적으로 물 사용량을 최소화한다. 호텔이 전체적으로 조금 어두웠는데, 이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LED조명을 사용하고 조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내부 조명은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다.

인터레이스는 일반적인 탑 형태의 구조가 아닌, 교차해서 블록을 쌓는 듯한 구조로 지어 부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공동 공간 창출의 효과도 낳았다.

인터레이스 아파트 (The Interlace)

인터레이스는 말 그대로 ‘얽히다, 섞여 짜다’라는 의미를 구조화시킨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로, ‘세계 건축 박람회’(World Architecture Festival)에서 주거단지와 주변 환경이 어우러진 ‘2015년 최고의 건축물’로 선정됐다.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의 올레 스히렌이 설계한 주거단지로, 31개 블록 형태의 동들이 육각형 모양으로 교차되어 있는 입체적 구조다. 싱가포르의 열대성 기후조건을 고려해 빛과 바람이 잘 통하도록 설계됐고,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곳곳에 있는 인공폭포, 바위 공원 등을 포함한 8개의 공원과 수영장, 연못, 바비큐장, 운동장 등을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

쿠텍푸아트 병원 앞 호수와 빗물을 조경수로 재활용하고 수술실에서 반출되는 차가운 공기를 중정으로 돌려 재활용한다.
언제든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병원 곳곳에 휠체어가 놓여 있다.

 

쿠텍푸아트 병원 (Khoo Teck Puat Hospital)

싱가포르에서 길을 가다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멋진 건물들이 많아 검색해 보면 놀랍게도 현대, 쌍용건설 등 한국 건설회사가 지은 건축물들이 많았다. 싱가포르 북부 이슌지역의 조용한 동네에 자리한 쿠텍푸아트 병원도 현대건설에서 지은 첨단 종합병원으로 싱가포르의 녹색 인증제도 최고등급(Platinum Award)을 획득한 친환경 병원이다. 쿠텍푸아트 병원은 들어서는 순간 풀냄새, 새소리, 물소리가 가장 먼저 반겨줘 병원에 온 것이 아니라, 숲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3개의 병동 가운데는 큰 중정이 있고, 병동 건물을 연결하는 다리, 창문, 계단도 온통 나무와 풀로 우거져 있다. 환자들은 자신의 진료 차례를 대기실에서 마냥 기다리지 않고 중정에 나와 여유롭게 기다리고, 병원 직원들도 곳곳에 설치돼 있는 벤치에 앉아 바깥 바람을 쐬며 식사를 하고 휴식도 취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병원 외곽을 담장 대신 나무와 풀을 이용해 가꿔 놓아서 외부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했고, 내부도 벽이나 창을 아예 없애거나 넝쿨 식물로 창의 역할을 해서 자연채광을 병실로 유입시켜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을 극대화했다.

한 남성이 정원 가장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무와 풀이 무성해서 타인의 눈에 띄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 (Singapore National Library)

부기스역 근처에 자리한 싱가포르 국립 도서관은 말레이시아 출신의 유명한 생태 건축가 켄양이 설계한 만큼 친환경적 설계가 돋보였다. 총 16층의 건물로 그 중 5층과 10층 일부와 15층 전체를 정원으로 조성해 건물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주변 환경의 온도를 낮춰준다. 또한 태양열 유입이 강한 건물의 서쪽 면에는 햇빛가리개를 설치하고 해의 이동에 따라 움직이도록 했다. 무엇보다 도서관의 야외정원이 열대성 식물들로 우거져 있어 시민들이 ‘개인적인 휴식’을 취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이런 건축물도 있어요*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Art Science Museum)

정화를 의미하는 이 연꽃 모양의 건물은 빗물을 모으는 저류시설이 있어 빗물을 모아 화장실 용수로 재활용하고 있다.

 

라샤르 예술대학 (Lassale College of the Arts)

지질학에서 영감을 받은 이 건축물은 여러 연결 통로와 구름다리로 자연의 협곡과 같은 경관을 연출하며 빛과 공기를 자유롭게 드나들게 한다.

 

헬릭스 브리지 (The Helix Bridge)

인간의 DNA를 형상화한 곡선의 구조물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다리에 총 4곳의 경치 감상용 테라스가 있어 시민들이 산책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정세원 전임기자 pet11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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