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기자 사회부

노인복지 문제에 관련한 기사를 쓰기로 돼있던 나는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복지단체 활동가 등의 취재원에게 미리 연락을 돌려 여유롭게 기사를 준비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가 「JTBC」를 통해 보도된 이후 어느 순간부터 사회부장은 시국과 관련한 흥미로운 페이스북 게시글이 올라올 때마다 그곳에 나를 태그하기 시작했다. 사회부장의 태그가 10개를 넘어가며 나는 이번 주 노인복지 기사가 내 손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결국 노인복지를 엎고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대학가의 움직임을 취재해 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학신문』에 들어온 이후 쓴 다른 어떤 기사들보다 가장 어려웠다. 진행되고 있는 사건 속에서 일정한 흐름을 찾고, 거기서 의미를 발견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깊숙하게 취재하지 못했고, 시간도 없었으며, 무엇보다도 좋은 글을 쓸 실력 자체가 아직은 많이 부족했다. 기사를 마무리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 언제쯤 마음에 드는 기사를 써볼 수 있을까.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

취재를 하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일부 대학에서 총학생회가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며 시국선언에 대한 학생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들 대학에서는 총학생회가 일을 하지 않으니 학생들이 직접 나서 1,0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 시국선언을 이뤄냈다.

웃긴 것은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며 시국선언을 거부한 총학생회가 과거 어떠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총학생회의 이름으로 특정 당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는 점이었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은 발화자의 의도에 따라 상당히 ‘정치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 누구보다 ‘정치적’이었던 것은 바로 ‘정치적 중립’을 내세웠던 그 총학생회다. 취재를 하며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이를 보며 앞으로 나는 ‘정치적’이 됨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 뒤에 숨어 불의한 것을 정의롭다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100여 곳이 넘는 대학이 시국선언의 물결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를 하며 현 시국에서 대학생의 신분으로 이들과 동참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11월 5일 오후 8시 30분 내가 마감에 쫓겨 신문사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광화문에서는 10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소리 내 외치고 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과 ‘법치주의’라는 헌정의 기본질서가 파괴된 현 시국에서 용기 있게 행동에 나선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비록 오늘은 그들의 행렬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그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행동으로 나설 것이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다시금 되뇌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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