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의혹으로 성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국 곳곳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대학 등 각계각층의 시국선언도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난달 26일 이화여대와 서강대 학생들을 시작으로 시국선언을 한 대학도 전국적으로 100곳을 넘어섰다. 대통령 지지율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 1~3일의 지지도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이자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인 5%를 기록했다.

이 사태의 핵심에는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의 묵인 혹은 방조 아래 최순실 등이 비정상적 방법으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통령의 권위는 붕괴됐고 민심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대통령의 대처는 민심과는 동떨어져 있다. 연설문 유출이 드러나자 대통령은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후 국방·외교에 관한 국정자료 등이 최씨에게 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의와 분명한 권한 이양 약속도 없이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개각을 강행하면서 성난 민심은 더욱 끓어올랐다. 4일 발표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도 솔직하게 관련된 사실을 밝히고 진정으로 사과를 하면서 총리에 대한 권한부여를 확인하는 내용을 기대했지만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선을 긋고 감정적으로 사과하는 것에 그쳤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5일 저녁 도심의 대규모 촛불집회로 표출됐다.

현재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집권 5년 차인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친 직후의 6%보다도 낮다. 게다가 대통령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터무니없는 일로 일축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중심이 된 위기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국정은 표류하고 있다. 국민 신뢰를 잃은 공권력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고 최소한의 도덕성과 권위를 상실한 대통령은 국정을 이끌 자격도 능력도 없다.

우리 사회는 정당성을 가진 공권력 주체가 국민들의 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해결을 모색해도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국내외에 걸친 많은 문제에 직면해있다. 청와대의 침묵과 정부·여당의 책임회피로 말미암아 발생한 국정공백 사태로 사회 전체에 걸쳐 위기감이 커져간다. 새로운 리더십과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감당할 수 없는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국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정 마비·혼란 등을 이유로 민심을 일축해선 안 된다. 물론 대통령의 사퇴 등이 발생할 경우 국가적 손실과 정치적 혼란 등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국정공백과 여론악화로 이 사태를 수습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더 이상 권한과 지위에 미련을 두지 말고 엄중한 국민 여론에 통렬한 반성과 책임 있는 대처로 답해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