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2016 영국 프리미어 리그, 그 현장에 가다

1. EPL의 역사

(4컷만화)

 

2. 아스날 vs 첼시 직관

지난 9월 24일(토) 영국 런던 하이버리 지역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선 런던을 연고지로 한 라이벌, 첼시 FC와 아스날 FC의 경기가 열렸다.

늦은 오후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버리 일대의 거리엔 일찍부터 수많은 축구팬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은 채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길거리엔 매치데이 관련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과 때때로 암표 거래를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라이벌 매치, 이른바 ‘더비’는 프리미어 리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100년의 긴 역사 덕분에 다양한 성격의 연고지 팀이 만들어졌고, 수많은 명경기와 함께 팀 사이의 라이벌 구도 또한 형성됐다.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팀 사이에서 지역 내 최강자를 가리는 더비, 축구 리그의 역사뿐만 아니라 영국 역사와 함께 맞물린 역사적인 더비,지역 간의 갈등으로부터 시작된 라이벌 관계, 단순히 팀을 나타내는 색깔이 같다는 이유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경우까지. 수많은 더비의 존재가 프리미어 리그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 단순히 팀과 팀 사이의 라이벌 경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즈들에겐 하나의 큰 이벤트이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경쟁 구도는 또 다른 경기 관람 문화를 만들어 보는 이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해가 지고 조명이 어둠을 밝히는 시간이 되도록 서포터즈들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지 않았다. 경기는 아스날 FC의 승리로 끝이 났고, 홈 팀 팬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팀의 플레이 스타일과 함께 팀과 팬들이 형성하는 문화 또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각각 응원 팀을 결정하는 데 이바지하며, 리그 경기 하나하나를 몰입해 보게끔 하는 중요한 흥행 코드인 것이다.

경기 시작 몇 시간 전이었지만, 경기장 내부엔 관광객을 비롯한 수많은 팬이 모였다. 홈 팀 선수들의 등장과 함께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굉장한 환호성과 박수가 잇따랐다. TV에서만 보던 슈퍼스타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홈 팀, 아스날 FC의 서포터즈석에서 거대한 현수막과 함께 깃발이 휘날렸다. EPL 경기에서의 1층, 잔디와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서 느끼는 홈 팀의 위압감은 말로 이루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상대 팀이 공을 잡을 때나 상대 팀 서포터즈들의 응원엔 항상 홈 팀 팬들의 압도적인 야유가 뒤따랐다. 경기 내내 서포터즈들은 자리에 앉을 줄을 몰랐고, 응원가는 끊임없이 반복됐다.

결과는 홈 팀의 3:0 승리. 일방적인 경기 탓에 상대 팀의 팬들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하나둘 자리를 떴고, 끝날 때는 상대 팀 서포터즈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엔 그야말로 홈 팀 팬들의 축제가 이어졌다. 수많은 인파 때문에 통제된 거리엔 운행되는 차량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한 방향으로의 행진, 붉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의 물결만이 있었다. 경기장에서의 흥분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한 대기줄에서도 응원가는 계속 울려 퍼졌다. 행진 속 어색하게 섞여 있던 어웨이 팀 팬 부녀의 쓸쓸한 뒷모습이 잊히지 않는 밤이었다.

 

3. 경기장 이모저모

(포토툰)

 

4. 마치며

(사진)

맨체스터시티(맨시티) 구장 가이드인 존 씨는 어렸을 때부터 맨시티의 팬이었고, 다른 직장에서 퇴직하고 난 후에도 맨시티를 위한 일을 하고 싶어 가이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시민구단에서부터 시작된 맨시티의 역사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경기장에서 만난 축구 팬들과 택시 기사, 펍에서 만난 중년의 남성 모두 각자 응원하는 팀은 달랐지만 모두 축구를 사랑하고 있었다. 영국의 경기장과 거리에서 느꼈던 이 열기를, 언젠가 K리그에서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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