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운전대 없는 자동차를 꿈꾸다
자율주행, 운전대 없는 자동차를 꿈꾸다
  • 권우용 기자
  • 승인 2016.11.1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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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자율주행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18세기 전까지 인간은 다른 인간이나 동물이 육체적으로 끄는 힘을 사용해야만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는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만 편히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은 직접 먼 곳까지 걸어서 가야 했다. 하지만 1769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발명된 자동차 덕분에 인간은 원하기만 하면 어디로든 손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보편적인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은 자동차는 기술 발전을 거듭해왔고, 이제는 진정한 의미에서 스스로(自) 움직이는(動) 차(車)인 자율주행차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1980년대 말부터 미국에서 연구되기 시작했다. 인구가 도시에 몰리자 미국 자동차 연구자들은 도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여러 차량이 앞차를 그대로 따라가는 플래툰(Platoon) 기술을 1997년 실제로 시연했다. 플래툰 기술을 사용하면 도로에 정렬된 차들이 동시에 출발하고 동시에 정지할 수 있으므로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짧아지고 안전성도 높아진다. 이경수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플래툰 기술은 실제 자동차에 본격적으로 적용한 자율주행 기술의 첫 사례”라며 “1990년대 중반부터는 벤츠 같은 자동차 회사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흔히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는 신기술로 이해되지만, 사실 기술 개발에서 최우선적인 목적은 안전의 확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안전운전 불이행 사고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교통사고 발생 건수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이경수 교수는 “자동차 산업의 궁극적 목표는 자율주행 기술로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어 교통사고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인명피해가 있었던 테슬라 자율주행차 사고를 들며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에 의문을 갖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면 사고가 획기적으로 방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전면에 달린 레이더 센서와 카메라는 차량 주변의 장애물과 교통 표지를 인지한다. 트렁크에 설치된 컴퓨터는 주행 상황을 판단해 경로를 결정한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제어 기계는 컴퓨터의 판단에 따라 실제로 차량의 주행을 제어한다.

운전 자동화의 삼단계, 인지-판단-제어

 

자율주행 기술은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할 때와 같이 먼저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어떻게 움직일지 판단한 다음, 실제로 자동차를 제어한다. 인지 단계에서는 차량의 위치와 장애물 위치, 표지판이나 신호, 차선 같은 교통표지를 인지한다. 일반 내비게이션에 사용하는 GPS보다 정확도가 훨씬 높은 GPS는 실시간으로 차량의 위치를 추적한다. 레이더 센서는 전파를 방출해 물체에서 반사되는 정보를 얻어 물체의 위치를 탐지한다. 전방의 장애물뿐만 아니라 모든 방향의 장애물을 탐지해야 하므로, 레이더 센서는 자동차 사방에 부착하거나 지붕에서 일정 주기로 회전하도록 만든다. 여기에 더해 전방이나 사방에 달린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처럼 색깔을 감지해 차선이나 표지판, 신호등을 인식한다.

여러 센서에서 정보를 얻으면 트렁크에 위치한 컴퓨터가 자동차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판단한다. 이는 단순히 자동차 주변에 물체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물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도 판단하는 것이다. 장애물을 확인한 컴퓨터는 어느 경로로 주행할 때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계산해 주행 경로를 결정한다. 이와 더불어 컴퓨터는 사방에 달린 카메라로 차선을 인식하면서 자동차가 차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꾸준히 경로를 바로잡는다. 주행하다가 적색 신호등을 인식하면 컴퓨터는 자동차를 멈춰 세우고, 시간이 지나 신호등이 녹색임을 인식하면 컴퓨터는 다시 자동차가 움직이도록 한다. 갑자기 사람이나 물체가 튀어나올 때도 컴퓨터는 자동차를 멈춰 세운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도록 이 모든 과정을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컴퓨터에 집어넣는다. 서승우 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컴퓨터는 주로 물체가 얼마만큼 자동차에 위협을 주느냐 주지 않느냐를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한다”고 말하며 “컴퓨터가 인식 단계의 정보들을 토대로 주행과 턴을 정량적으로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컴퓨터가 주행과 턴을 계산하면, 컴퓨터의 명령을 받은 제어 기계는 자동으로 자동차를 통제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돌리고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이 제어 기계가 조향과 가·감속을 제어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예 자동차 내부에서 운전대나 액셀 없이 조향과 모터를 제어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컴퓨터가 인간을 따라잡으려면

 

그렇다면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을까.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의 기준에 따라 네 단계로 나뉜다. 자율주행 2단계부터 일부 장치가 자동화되기 시작하고, 3단계부터 운전자가 운전 이외의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으며, 마지막 4단계에서는 사람이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발달한 자율주행차로 여겨지는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3단계 수준에 이미 올라와 있고, 서울대 연구팀도 3단계 수준에 다가가며 2020년까지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 4단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판단 성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용환 씨(기계항공공학부 박사과정·14)는 “인지나 제어는 사람보다 잘할 수 있지만, 사람 정도의 상황 판단력을 갖는 기술 개발이 가장 어려우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승우 교수 연구팀이 학내 캠퍼스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할 때, 자동차가 기숙사 삼거리에서 지나치게 다른 차량에 길을 양보해 교차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경영대 삼거리에서는 운전자가 손으로 신호를 보내 양보했음에도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승우 교수는 “먼저 빠져나가는 순서나 하나씩 빠져나가는 것 같은 암묵적인 운전 관습은 자율주행차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시스템의 인공지능은 낮은 수준이어서 상황 판단 능력은 인간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의 개발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사람이 지나다니거나 눈비가 오는 실제 도로에서도 자율주행 차량을 주행시켜봄으로써 꾸준히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문제가 발생한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이경수 교수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연구팀의 자율주행차량 임시 운행 허가를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받은 것에 대해(『대학신문』 2016년 5월 23일 자) “일반 자동차도 제품 출시 전 수천 km를 예비주행해 미리 안전성을 검증한다”며 “구글 같은 회사는 몇 년째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을 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개선해왔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차량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을 도입하면 주행 상황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 공대에서는 인지 단계에 필요한 센서를 개발하거나 실제로 차량을 제어하는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을 최적화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의 자율주행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서승우 교수는 “부품 개발에서 멈출 수도 없고, 시스템을 개발할 때도 구체적인 부품을 모르고 할 수는 없다”며 “모든 기술을 무 자르듯 구분할 수는 없으니 무조건 함께 연구해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경수 교수 연구팀이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자동차 기술의 결합을 시도하는 등 다른 자동차 분야와의 융합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진: 김여경 기자 kimyk3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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