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기자 취재부

신문이 발행되는 월요일부터 시작될 총학 선거는 기자에게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만19세 규정의 문턱에서 지난 4·13 총선거를 야속하게 떠나보내고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의 설렘은 대학에서의 첫 투표를 한다는 사실에서만 비롯되지는 않는다. 이번에 각 선본의 공약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기사를 쓰며 학생들이 어떤 후보를 자신의 대표자로 선출하게 될지, 그 선본이 만들어나가는 학생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더욱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선거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지만 사실 기사를 쓰는 일주일 내내 걱정이 가득했다. 본투표가 시작되는 예민한 시점에 발행되는 기사이기에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기사를 덜컥 맡아버린 스스로를 자책하면서도 각 선본의 리플렛과 정책자료집을 수도 없이 펼쳐보고 정책간담회 속기 자료를 다시 훑어보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본 페이스북 페이지를 클릭했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럽게 선거에 출마한 선본들이 내세운 기조와 가치, 공약들을 학생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깊이 고민을 함께한 탓일까.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동안 왠지 모를 아쉬움이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취재 차 찾았던 공동선본발족식과 정책간담회, 그리고 두 번의 공동유세에서는 선본원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학생회 선거에 학생들이 관심이 없다는, 이제는 진부해져 버린 현실은 철저한 각자도생만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퇴한 선본을 포함해 이번 선거에 출마한 각 선본들이 내세운 참여와 권리, 안전과 소통의 가치들은 현재 이 어지러운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가치들이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봤을 고민과 학교생활 중 겪었던 어려움이 그들이 담아낸 공약에 녹아 있다.

나라 안팎으로 놀라운 일들이 많은 요즘, 여기저기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돌아보자는 목소리가 들린다. 헌정 질서를 유린한 대통령은 여전히 의혹의 중심에 서 있고 미국에서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후보가 당선됐으니 민주주의의 위기를 언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 기사를 좀 더 빨리 마무리했다면 함께 했을 그 자리에 끝없이 이어지는 발걸음들은 ‘민주주의는 정지된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는 행진’이라고 했던 루즈벨트의 말을 어느 때보다 실감하게 한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과 행동이 학생 사회의 문도 두드려주길 바란다. 14일부터 총학 선거 본투표가 진행된다. 각 선본의 기조와 공약을 궁금해하는 호기심이, 꿈꾸는 학생사회의 모습에 대한 스스로의 물음이, 투표를 하기 위해 나서는 발걸음이, 당신이 원하는 학생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신호탄이자 궁극적으로 우리가 염원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책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사람은 실천을 통해 인식을 가지게 되며 이를 다시 실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그 진실성이 검증된다. 실천은 인식의 원천인 동시에 진리성의 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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