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극우, 대중의 대변자인가 약자의 압제자인가
유럽의 극우, 대중의 대변자인가 약자의 압제자인가
  • 대학신문
  • 승인 2016.11.13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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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사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극우정당의 빠른 성장세다. 주변적 존재로 치부됐던 극우정당이 정치의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 프랑스 민족전선(Front National, FN)의 대표 마린 르펜은 내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12월 예정된 오스트리아 대선 재투표에서 오스트리아 자유당(Freiheitliche Partei Osterreichs, FPO)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의 승리가 점쳐진다. 성숙한 민주주의와 오랜 정당 정치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의 각 국가들에서 극우정당이 유권자들로부터 괄목할 만한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은 의아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극우라는 단어가 과거 인종학살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치즘을 연상시키지만 오늘날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는 극우정당을 나치즘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후기산업사회로의 변화 과정에서 등장한 새로운 극우정당은 나치즘과 차별화를 꾀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또 기존의 정당들이 주목하지 않은 대중의 불만을 포착해 세력을 확대해 왔다. 언론은 각종 선거에서 나타난 극우정당의 선전을 ‘유럽을 휘감는 극우주의’ ‘극우열풍’ 등으로 묘사하며 우려의 시선을 던진다. 그러나 극우정당을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나 무조건적 악으로 전제하는 것은 극우정당에 대한 단편적 이해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이 걸어온 길과 극우정당의 부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떼려야 뗄 수 없다.

1. 전후 유럽 대륙에 움튼 극우정당

극우주의는 상대적이고 복합적인 개념으로 시대와 국가에 따라 극우의 정의는 다를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의 정치학자 카스 뮈데는 민족주의, 인종주의, 타민족혐오, 반민주주의, 강한 국가에 대한 주장을 극우의 공통적인 특성으로 제시한다. 최근에는 세계화에 강하게 반발하는 현상들이 극우주의로 총칭되기도 한다.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인종학살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에서 극우정당은 한동안 정치무대에 등장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산업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극우정당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전후 유럽 사회는 1950, 60년대 이른바 자본주의 황금기를 거치며 경제적 번영을 구가했다. 경제 성장과 교육 기회의 확대는 유럽 시민들의 가치 체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물질적 가치가 지배적 위치를 점하던 이전과 다르게 삶의 질과 관련한 탈물질주의적 가치를 강조하는 신사회운동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남녀평등, 학교와 직장에서의 권위주의 청산을 구호로 내건 68혁명은 신사회운동의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김민정 교수(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는 “모두가 환경, 여성, 전쟁에 대한 반대와 같은 진보적 가치를 지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대 서구 경제의 구조적 변동은 노동시장의 분절을 초래했다. 정규직, 비정규직, 실직자의 구분이 생겨나는 한편, 매력적인 직업과 3D 업종이 구분되며 이른바 이중사회가 도래했다. 이중사회는 산업사회의 노동자, 농민과 같은 전통적 사회계급에 따른 소속감과 연대감을 훼손시켰다. 사회 변화가 가져온 이익으로부터 배제된 이들은 이같은 변화에 혼란스러워하고 불안감을 느꼈다. 이들은 단일하고 안정된 권위주의적 질서를 희구하며 진보적 가치에 거부감을 표했다.

해방과 개방에 대한 요구와 이에 대한 권위주의적 반작용은 새로운 정치 균열을 만들어냈다. 생산 수단의 소유 여부에 따른 기존 좌, 우파의 대립에 자유주의와 권위주의를 양 축으로 하는 문화적 균열이 더해졌다. 김민정 교수는 “새롭게 개방된 균열을 따라 여러 정당이 등장했는데 녹색당과 극우정당이 그 중 가장 성공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극우정당은 법과 질서를 강조하고 권위주의가 구현됐던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며 좌파를 지지하던 노동계층의 일부를 지지층으로 결집했다. 정치학자 키트쉘트는 전통적인 좌파 지지층이었던 노동계층이 극우정당을 지지하게 된 동기를 기존 좌파 정당의 중도화로 더욱 자세히 설명한다. 좌파 정당은 선거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은 중간계급의 표를 확보하기 위해 중도화를 택했다. 좌파 정당이 화이트칼라와 전문직 등을 우선시하자 자연스레 노동계층은 소외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또 좌파 정당의 새로운 젊은 엘리트 정치인들에게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한 노동계층의 우려는 주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이 지지하던 좌파 정당의 변화로 인한 불만이 너무도 컸기에 노동계층은 극우정당으로 대거 이동했다. 극우정당이 내세우는 기조는 복지국가의 수립, 재분배 이슈 등 노동계층이 기존에 지지하던 정책들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런 거리를 단숨에 메우고도 남을 만큼 노동자들은 좌파 정당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 이데올로기 스펙트럼에서 거대 좌, 우파 정당은 중앙으로 수렴하면서 기존 체제에 대한 대안세력으로서 극우정당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후 복지국가의 정착은 전통적 좌, 우파 정당 사이의 차이를 희석시켰다. 기존 좌우 구분의 기준이 됐던 소득 재분배와 같은 경제 문제에서의 시각 차이가 감소함에 따라 좌우의 구분은 모호해졌다. 또 공산주의가 붕괴하고 세계화의 흐름 속에 신자유주의가 영향력을 발휘하며 기존의 정치적 강령이 영향력을 잃었다고 판단한 좌파 정당은 우경화를 택하며 중간지대로 옮겨갔다. 사회민주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결합하며 제3의 길을 택한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당은 우파의 이념을 수용해 노동조합과 관계를 끊고 민영화, 탈규제 정책을 펼쳤다. 이념 대립이 약화되자 유권자는 중도 좌, 우파 정당을 ‘정치 카르텔’로 인식했고 기성 정치에 대해 염증을 느꼈다. 투표 참여율 하락과 거대 정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정당 정치의 위기를 대변한다. 이에 유권자는 기성 정치를 강하게 비판하며 대중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극좌, 극우 세력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게 됐다. 조홍식 교수(숭실대 정치외교학과)는 “기성 정치에 실망한 이들이 극좌,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로 옮겨갔는데 특히 극우정당으로의 이동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극우정당이 ‘좋았던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며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던 데 반해 극좌정당은 유권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변적 위치에 머물던 극우정당은 유럽의회를 발판으로 삼아 제도권 정치세력으로 편입되기에 이른다. 1962년 설립돼 각 회원국에서 파견된 국회의원으로 구성됐던 유럽의회 의원은 1979년부터 유럽시민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한정훈 교수(국제대학원)는 “유럽의회 선거는 국내 선거에 비해 중요성이 덜하며 집권당에 대한 중간선거의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정치적 권한 배분과 관련돼 있지 않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국내 정치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군소정당에 표를 던지기도 한다. 또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유럽연합에 대한 반대, 환경 보호 같은 단일 이슈를 주장하는 정당에 자유롭게 투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통적 양당 체제와 선거 제도의 제약으로 국내 의회에 진입하기 어려운 군소 정당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옥연 교수(정치외교학부)는 “극우정당은 가장 힘없는 유럽의회를 이용해 세력을 키운 뒤 국내 정치에도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극우정당은 반유럽연합을 주장하며 유럽의회 선거에서 의석을 확보했다. 영국독립당(UK Independence Party, UKIP)은 1993년 설립된 이후 한동안 국내 의회에서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반유럽연합이라는 단일 이슈를 내세워 유럽의회에서 의석수를 늘려가며 제도권 정치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 20세기와 21세기의 극우, 무엇이 같고 다른가

후기산업사회로의 변화 과정에서 등장한 새로운 극우정당은 20세기 초 유럽을 휩쓴 파시즘, 나치즘과 이념적 연계성을 갖는다. 파시즘과 오늘날의 극우정당은 그 대상은 상이하지만 적대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적대주의는 적이 공동체에 야기하는 위협을 앞세워 서로 이익을 달리하는 다계급 대중을 동원한다. 나치즘은 생물학적 인종주의를 토대로 반유태주의를 표방했으며 오늘날의 극우정당은 이주자, 특히 이슬람을 표적으로 삼는다. 또 반지성주의를 공유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한정숙 교수(서양사학과)는 “이들은 엘리트를 비판하며 대중과의 직접적인 연계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극우정당은 국민발의나 국민투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적 수단의 도입을 요구한다. 파시즘 역시 의회민주주의가 소수 권력자들의 이익만 대변할 뿐 대중의 욕구를 대변하지 못한다며 지도자와 당이 민중의 의지를 진실로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로운 극우정당은 나치즘과의 이념적, 인적 연계성을 상당부분 희석시키며 금기시 되던 이미지를 벗고 일상적인 정치 세력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근 인기를 끄는 극우정당은 겉으로는 인종주의를 거부하며 온건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문화적 차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 이들은 문화적 우월성을 직접 내세우지 않고 ‘다를 권리’가 보호돼야만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사회와 문화 및 생활양식을 이질적인 것의 침투와 오염으로부터 막아내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다. 또 거부와 부정의 대상이었던 여성, 성적 소수자의 권리 같은 좌파의 진보적 담론을 수용한다.

마린 르펜의 민족전선은 극우정당의 온건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윤석준 교수(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는 “민족전선은 ‘탈악마화 전략’을 통해 대중정당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72년 민족전선을 창당한 장 마리 르펜은 “모든 인종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며 인종 간 우열을 주장하고 유대인 학살을 ‘사소한 사건’으로 평가하는 등 나치즘과 강한 이념적 연계를 보였다. 하지만 2011년 마린 르펜이 민족전선의 지휘봉을 잡은 후 민족전선은 구시대적 극우 인사와 유대인 증오 문화를 척결하는 개혁을 시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민족전선 청년 조직을 이끌었던 인사는 “당 내부에서 누군가 인종차별적 농담을 하면 즉각 비난이 돌아온다”며 “변화가 실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동성애를 “생물학적, 사회적 기형”으로 묘사한 아버지와는 다르게 마린 르펜은 당의 핵심층에 성적 소수자를 기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각에서는 민족전선이 이슬람과 서구의 문화적 차이를 부각시켜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보적 담론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윤석준 교수는 “민족전선의 ‘탈악마화 전략’ 아래에 깔린 진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사실이며 25%의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3. 유럽의 위기, 극우정당에 날개를 달아주다

극우정당이 이토록 큰 호소력을 갖게 된 것은 유럽의 높은 실업률과 난민 위기, 일련의 테러 사건과 같은 경제, 사회적 요인이 컸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은 이후 유럽 국가들은 만성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와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로 시작된 유로존 위기는 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유럽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2016년 9월 유로 회원국 평균 실업률은 10%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5%와 일본의 3%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한편 경기침체로 내국인과 이주민 사이에 일자리, 복지 혜택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자 반이민 정서가 확산됐다.

그러나 김민정 교수는 “반이민 정서의 확산은 이주민이 제기하는 실체적인 위협 탓이라기보다 극우정당의 조직적 노력이 만들어낸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등장 초기 미미한 세력을 유지하던 극우정당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전략을 모색했다. 이들은 사회 문제를 이주민 탓으로 돌리는 선동적 주장을 펼쳤고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이자 지속적으로 반이민 정서를 지지층 확대의 도구로 사용했다. 그 결과 유럽시민들 사이에 개방적인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여기에 더해 시리아 사태로 촉발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 위기와 작년 1월 프랑스 샤를리 앱도 테러를 시작으로 발생한 일련의 테러 사건은 반이민 정서의 확산을 부채질했다.

극우정당은 이러한 반이민 정서를 타고 국내정치와 유럽정치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다. 2014년 5월 치러진 8차 유럽의회 선거에서 각국의 극우정당은 큰 성공을 거뒀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국내정치의 양당 체제를 허물고 민족전선과 영국독립당이 1위를 차지했다. 덴마크국민당(Dansk Folkeparti, DF) 역시 집권당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선거에서도 극우정당은 존재감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덴마크와 핀란드에서 덴마크국민당과 진정한 핀란드인(Perussuomalaiset, PS)은 제2당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 작년 영국 총선에서 영국독립당은 득표율 기준으로 3위를 기록했고 네덜란드에선 내년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자유당(Partij voor de Vrijheid, PVV)이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확보한 의석수가 극우정당이 갖는 힘의 본질을 모두 보여주지는 못한다. 의석수 자체보다는 극우정당이 정치적 의제 설정을 주도하며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고 중도 우파의 극우화를 유도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2012년 재선에 도전한 프랑스 중도 우파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민족전선의 세력 확장에 대한 대응으로 이민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불법 이민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럽시민들의 자유 이동을 가능하게 한 솅겐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민족전선과 공화당 사이에 형성된 정치 담론의 연속성을 꼬집으며 사르코지에게 “니콜라 르펜”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조차 지난해 파리 테러 이후 테러 관련 이중 국적자의 프랑스 국적 박탈을 주장하는 민족전선의 정책을 받아들여 추진을 시도한 바 있다. 메르켈 총리의 난민에 대한 개방정책으로 반이민 정서의 확산이 두드러지는 독일에서도 우파 정당의 급진화가 감지된다. 독일 집권 기민당과의 연합에 참여하는 우파 정당 기사당은 다문화 거부와 난민상한제 같은 우파적 색채를 보강한 강령을 채택했다. 기존의 보수 지지층이 이민에 대한 반대를 외치며 인기를 끄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ur Deutschland, AfD)’으로 이탈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극우정당 영국독립당은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반유럽연합, 반이민 정서를 효과적으로 이용한 영국독립당이 2013년 지방선거에서 선전하기 시작하고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하자 보수당을 비롯한 기존의 주요 정당들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영국독립당의 성장은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영국이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 계속 남아있을지의 여부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도록 압박했다. 이어지는 캠페인 과정에서도 영국독립당은 반이민 정서를 확산시키고 유럽연합과 관련한 거짓된 정보로 국민을 호도하기도 하며 영국의 브렉시트를 이끌었다.

4. 극우정당의 앞에 놓인 길

정치의 중심부로 진입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극우정당의 전망에 대해서는 그 지지세가 당분간 유지되리라는 견해가 다수를 점한다. 높은 실업률, 난민 위기와 같은 유럽이 당면한 과제들이 당분간 해결되지 못한 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민정 교수는 특히 이민자 문제에 대해 “짧게 보더라도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축적된 문제”라고 지적하며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은 19세기부터 이민을 받아들였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이민자 수가 늘어났다. 1985년 솅겐 조약으로 유럽 국가들 사이에 자유 이동이 가능해지고 유럽연합의 범위가 동유럽 지역으로 확대되며 특히 동유럽에서 서유럽 국가로의 이민 문제가 부각됐다.

그러나 김민정 교수에 따르면 실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며 반이민 정서를 확산시키는 집단은 최근 이주해온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이주민 2세대, 3세대로 해당 국가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사회 불안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반이민 주장을 통해 인기를 끄는 극우정당이 한동안 정치적 세력을 유지할 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극우정당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민정 교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당수의 교체는 극우정당의 지지세를 급격히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유럽의 정당들은 확고한 지지층과 조직화된 정당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당수가 누군지의 여부가 정당에 대한 지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극우정당은 당수의 카리스마에 크게 의존해 흩어지기 쉬운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기 때문에 당수의 교체는 정당의 급격한 쇠퇴를 불러올 수도 있다. 또 극우정당은 이민자와 유럽통합 이외의 정책분야에서 책임 있는 정책 내용과 대안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정당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한계를 보인다. 영국독립당의 미디어 조직을 이끌었던 알렉산드라 필립은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의 승리 이후 영국독립당은 존재이유를 상실했다”며 “오직 브렉시트의 실패만이 내분에 빠져있는 영국독립당을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 예정된 프랑스 대선에서 민족전선의 마린 르펜이 결선 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민족전선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조홍식 교수는 “미국에선 트럼프가 등장했지만 유럽은 미국과 차이를 보인다”며 “유럽의 극우를 금기시하는 전통이 알게 모르게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유럽 각국의 극우정당에게 집권가능성을 타진하며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상이한 역사적 맥락과 정당 질서는 유럽 극우정당들의 향방을 예단할 수 없게 한다.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박진희 기자 jinyhere@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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