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한 교수 체육교육과

체육을 필수 교양 교과목으로 지정한 해외 명문 대학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 아이비 리그 대학 중에서는 MIT, 콜럼비아대, 코넬대, 그리고 다트머스대가 있다. 스탠포드대와 캘리포니아 주립대와 같은 유명 사립대와 주립대에서도 다양한 교양 체육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동경대, 중국의 북경대와 청화대에서는 각각 2~4학점의 체육 교과목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이처럼 해외 대학의 교과과정에서 체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음에도 하버드 대학에 교양 체육 교과목이 없다는 것이 우리 대학을 포함한 국내 많은 대학에서 교양 체육 교과목 축소의 명분으로 작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하버드 대학에서 모든 학생에게 체육을 다시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자는 논의를 시작했다는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의 보도가 지난 9월에 있었다. 체육 교과목 필수화에 대한 하버드 대학의 논의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고 주목할 만하다.

우선 하버드 대학의 방대하고 화려한 스포츠 시설, 자발적 스포츠 클럽, 그리고 42개의 1부 대학 스포츠 팀 운영만으로는 정작 체육이 필요한 대다수의 학생에게 충분한 체육 활동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건강 서비스 센터(HUHS)에서 수행한 조사에 의하면 이미 대학의 대표 선수로 참여하는 학생 선수를 제외하면 아주 극소수의 학생들만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 학생의 25%는 과도한 좌식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시설과 자발적 스포츠 클럽의 운영만으로 학생 전반의 스포츠 참여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학생들을 전인적 인재로 성장시키는 데 있어서 체육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 인식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체육 수업이 단순히 해당 스포츠 종목의 기술 습득을 위한 수단이 아닌 일생의 웰니스(lifelong wellness) 추구를 위한 보편적 건강 지식(general fitness knowledge)의 증진을 목표로 한다는 관점이다. 즉 교양 있는 시민의 필수 요건으로 건강 지식을 습득하는 교과목으로 체육을 인식한다. 오레곤 주립대 브래들리 카디날 교수는 대학시절 체육 활동이 졸업 후 활발한 신체 활동으로 이어지며, 대학시절 교양 체육 교과목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한편 HUHS의 설문 결과에 의하면 하버드 대학생의 행복감은 스포츠 활동량과 정의 상관관계가, 우울증 지각은 부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줘 체육이 바람직한 인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학생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체육 교과목을 필수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하버드대 진화생물학자인 다니엘 리버만 교수의 제안이 눈길을 끈다. 리버만 교수는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정신(mind)과 신체(body)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학생들에게 유익하다고 믿는 글쓰기, 수학, 언어 등의 교과목을 학생 선호와 관계없이 필수로 수강하도록 하는 대학의 교과과정이 전인적 인재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체육을 필수화시키는 것과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반문한다.

체육의 필수 교과목 지정에 대한 하버드 대학의 논의가 어떠한 결론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하버드대에서 체육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분절화되고 파편화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체육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앞으로 우리 대학은 물론 국내 대학의 교양 체육 정책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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