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준 강사 수리과학부

2014년 겨울, 전 세계에 ‘Let it go’ 열풍을 몰고 온 영화가 있었다. 바로, 디즈니사에서 제작한 「겨울왕국」이다. 눈의 여왕인 엘사와 그 여동생 안나의 이야기를 그린 이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열광시켰다. 디즈니 특유의 아기자기한 스토리 이외에도 이 영화가 흥행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사실적인 애니메이션, 즉 컴퓨터 그래픽 효과다. 자연 현상 중 하나인 눈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디즈니사에서는 학계와 같이 애니메이션 작업을 진행했는데, 바로 조셉 테란 교수(미국 UCLA 수학과) 그룹이다.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운동방정식을 수학적으로 근사해 자연 현상을 묘사함으로써 사실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디즈니와 수학과 교수가 진행한 작업이다. 실제 영화에 수학이 사용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아니한가?

위와 같이 과학적이나 경제적으로 잘 알려진 현상은 대부분 그 현상을 표현하는 방정식이 알려져 있다. 이 방정식 해의 존재성 및 유일성은 수학자들에 의해서 증명돼있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한 해가 알려져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이 현상을 표현하는 방정식을 정확하게 해결하기보다는 근사적으로 푸는 방법을 연구해서 현상을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학문이 응용 수학의 한 분야인 수치해석학이다. 위에서 소개한 컴퓨터 그래픽 분야 이외에도, 디지털 영상 분석, 인공 지능 알고리즘의 최적화, 옵션 가격의 예측 등의 분야들이 수치해석학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대표적인 예들이다.

학창시절에 우리를 괴롭혔던 수학이 이와 같이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서의 수학의 실정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수학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긍정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대중들에게 수학은 여전히 어렵고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이 한국 수학의 현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본인은 이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입시 위주의 수학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포자’라는 용어가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단어로 받아들여질 만큼 학생들이 입시에서 수학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은 공포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이 변하지 않는 한, 한국 수학의 미래는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입시의 도구로서의 수학이 아닌, 생활에 필요한 도구로서의 수학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한국 수학의 전망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산업수학이 강조되고 있는 세계적 분위기에 발맞춰 한국에서도 최근 산업수학에 대한 정부 및 산업계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가 긍정적인 증거이다. 기존의 신속한 결과만을 요구하던 사회적 분위기에서,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확실한 결과를 도출하는 수학적 마인드가 강조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해서 한국 수학의 입지를 바꿀 필수적인 방법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기존의 정부 지원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쉬운 학문에 대한 지원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관행을 벗어나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잠재력을 바탕으로 학문을 지원해주는 정책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수학교육의 올바른 변화로 「겨울 왕국」과 같은 콘텐츠를 수학적인 아이디어로 개발할 수 있는 한국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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