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 닥친 고령화 사회, 노인은 일하고 싶다
코앞에 닥친 고령화 사회, 노인은 일하고 싶다
  • 정채현 기자
  • 승인 2016.11.20 07: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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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노인일자리사업의 현황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은 13.1%를 기록했으며 2026년에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비율이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이 점차 감소하고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하며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노인의 삶은 여전히 각박하다. 지난해 OECD가 배포한 '연금 개혁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중 중위소득 50% 미만의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상대적 빈곤 노인의 비율은 49.6%로 OECD 평균의 4배 가까이 된다. 이처럼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한 상황에서 적지 않은 노인들이 몇천 원 푼돈을 손에 쥐기 위해 폐지를 주우러 다니고, 아무런 냉난방 장치 없는 쪽방촌에서 폭염과 추위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노인 자살 역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는데,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노인 자살자 55.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빈곤을 해결하고 사회참여를 확대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4년부터 노인일자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일자리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노인일자리사업의 정식 명칭은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3만 5천 개의 일자리로 시작한 이 사업은 12년이 지난 지금 일자리가 38만여 개로 늘어날 만큼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사업에서 제공하는 일자리 종류는 크게 노인사회활동(공익형)과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시장형)으로 나뉜다. 공익형은 공공 봉사 성격이 강한 사업으로, 노인들이 혼자 살거나 거동이 불편한 다른 취약노인 가정을 방문해 안부를 묻고 말벗이 돼주는 '노노(老-老)케어'와 구연동화, 숲 해설 같이 생활에서 얻은 연륜을 지역공동체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 하위 70%에 해당해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들만 공익형 사업에 지원할 수 있다. 시장형은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거나 민간 기업과 연계해 상품을 생산, 배달하는 일자리를 포함하며 공익형과 달리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만 60세 이상의 일하려는 의지를 가진 노인이라면 누구나 시장형에 지원할 수 있으며, 선발은 각 위탁업체에서 담당한다.

현재 관악구에서는 선의종합사회복지관, 상록재가노인지원센터 등 총 5개의 민간 복지단체가 구청으로부터 사업을 위탁받는 방식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의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공익형 사업 참여자들이 다른 노인들의 식생활을 보조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은빛나눔배달', 세탁을 대행하는 '선의깨끗한나라' 등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상록재가노인지원센터는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관악구 곳곳에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결식이 우려되는 다른 노인들에게 밑반찬을 배달하는 공익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2인 1조로 움직이며 일주일에 3일, 3시간 동안 대여섯 개의 가정을 방문한다. 정지원 사회복지가는 “참여자를 뽑을 때 경제 소득을 먼저 보고, 거리가 먼 난곡동을 오가야 하기 때문에 건강도 중요하게 고려한다”며 “용돈을 스스로 벌 수 있다고 생각한 참여자들의 경제적, 정서적 만족도도 높다”고 전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의 밝지 않은 현 주소

노인일자리사업 시행 이후 예산과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해 노인들의 소득보충과 사회참여에 기여했지만, 공익형 사업이 제공하는 급여가 적어 노인들이 기본적 생계를 유지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공익형 사업은 일자리사업 참여 노인들에게 월 30시간 근무 시 20만원을 지급한다. 2004년 노인일자리사업이 도입된 이후 물가는 12년 동안 30%가량 상승했지만, 보수는 여전히 20만원으로 동결돼 있다. 노년유니언 고현종 사무처장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해 받는 20만원의 급여로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기 쉽지 않다”며 “급여를 40만원으로 늘려 1인당 최저생계비 63만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빠르게 증가하는 노인들의 일자리 수요를 정부예산이 수반되는 공익형 사업으론 충족시키긴 힘들다는 점 또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650만 명의 노인 가운데 건강하고 일할 의욕이 있는 사람들은 15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현재 일자리 사업은 그의 약 25%에 해당하는 38만 개의 일자리만을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38만 개 중 30만 개가 공익형 일자리인데 이는 노인들의 자기만족과 지역사회 공익증진을 위해 설계돼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고, 참여자에게 지급되는 보수를 정부와 지자체가 각 50%씩 부담하기 때문에 예산부담이 크다. 따라서 공익형 대신 시장형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악구청 노인청소년과 송지수 주무관은 “시장형 사업을 늘려 고령화 사회의 노인빈곤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형 사업은 복지단체가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고 이를 다시 고용된 노인에게 배분하는 방식의 ‘시장형 사업단’과 노인을 주로 고용하는 조건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설립된 ‘고령자 친화 기업’으로 나뉜다. 2015년 기준 고령자 친화 기업은 총 81개소이며, 이에 참여하는 노인의 급여는 월 100만원 수준으로 노인의 실질적인 생계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춰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시장형 사업단을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등 시장형 사업 확대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인일자리사업의 운영 과정에서도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인복지법」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의 일부 조항에 근거를 두고 추진되고 있지만 명확한 법률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행정지침에 따라 노인일자리의 내용과 유형이 매년 바뀌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공익형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 또한 논쟁 중인 사안이다. 현재 공익형 사업의 참여 노인은 근로자로 규정되지 않지만,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라 공익 활동에 따른 임금을 받는 노인도 엄연한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년유니언 고현종 사무처장은 “현재 공익형에 근무하는 노인들은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12개월 이상 근무 시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을 못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자성을 인정하게 되면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수행기관이 지는 책임이 과도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행기관이 ‘사용자’로 규정되며 어린이집 설치 의무화 같은 불필요한 법적 의무사항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익형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의 ‘근로자성’에 대한 주장이 서로 엇갈리며 사업 진행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 피할 수 없으면 대비하라

지난 10년간 노인일자리 개수는 10배 이상 증가했지만 45%였던 노인빈곤율은 오히려 49.5%로 증가했다. 이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일자리사업만으로 노인빈곤을 완전히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어 기초연금의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이상호 사무국장은 “기초연금을 10만원씩 단계적으로 올려 노인들의 기본적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년유니언 고현종 사무처장 또한 “70년대의 방위세, 80년대의 교육세, 90년대의 농어촌특별세와 같이 특정 경비에 쓰일 것을 목적으로 부과하는 목적세를 거둬야 한다”며 “기초연금을 확대해 고부담 고복지의 노인복지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초연금의 재원은 결국 세금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노인들의 실질 소득을 보장할 만큼 기초연금을 확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노인일자리사업이 현재 가지는 한계점을 극복해 인구 고령화라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홍보마케팅부 이정혜 씨는 “일자리사업은 연금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범위를 아우르는 보충적 소득 개념의 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이 사무국장은 “은퇴 후 30~40년의 기간을 무직 상태로 지내 경제적 빈곤과 정서적 불안에 처한 노인들에게 퇴직 이후 마땅한 소득 보장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사회의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보장정책과 더불어 노인일자리사업의 확대가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

삽화: 이종건 기자  jonggu@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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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2016-12-02 12:10:42
How can it be solved? The total outcome of production overwhelmed capacity of ever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