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회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 우수작 수상소감

 

죄가 많은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당신과 당신과 당신이 저지른 폭력들을 폭로하고 내 증오를 분명히 해두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쉽게 사라지지 않을 음각을 새겨 넣는 것이 소설이라면 가장 아픈 곳에서부터 파 나가기 시작해야지 생각했었다 쓰고 보니 그것은 사과였다 내가 울며 비는 사과였고 당신과 당신과 당신들이 평생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그러나 절대로 쉬지 않고 빌어온 사과들을 하나씩 주우며 되밟아가는 길이었다.

문장이 소설답지 못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질문하니 아름답지 못하다는 뜻이라고 했었다 나는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것이 두려웠다 전혀 아름답지 않은 얘기들을 아름다운 것처럼 쓰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것이 얼마나 추악한 행위인가를 나는 글을 쓰지 않는 순간에 더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문장들을 끝내 고치지 않았으니 누군가 읽고서 거칠고 날카롭다 내버려도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다만 차갑고 단조롭지는 말아야지 생각했다 읽은 사람이 이야기 속 사람들을 뜨겁게 여겨주길 바랐다 미워하더라고 뜨겁게, 좋아하더라도 뜨겁게, 불쌍히 여기더라도 우습게 여기더라도 무서워하든 귀여워하든 한심해하든 미안해하든 뜨겁기를 바라고 썼다. 글자들을 응시하고 종이를 눌러 쥐고 한숨 쉬고 찬물을 들이키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적은 소설이었다.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상을 주셨으니까 잘 됐나보다 싶다.

 

잘못은 많지만 죄는 없는 사람들에 대해 썼다.

죄가 없다고 분명히 적어뒀는지 여러 번 퇴고했었다. 당신과 당신과 당신이 저질러야 했던 폭력과 당신들을 그렇게 만든 폭력들을 폭로했다. 내 증오는 명확히 해뒀다. 새기고 되돌아보면 사라지고 없는 음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것은 여전히 아파서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는 날들이 이어졌었다.

어릴 적에는 귀신과 숨바꼭질을 하는 꿈을 자주 꿨는데 꿈에서 나는 언제나 들키기를 간절히 바랐다. 들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너무 궁금했었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항상 최선을 다해 숨었다. 이제는 다 들킨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무척 이상하다. 내 모습은 이런데 이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생각될지 걱정된다. 만약 괜찮다면, 괜찮게 보인다면 계속 쓰고 싶다. 밖으로 나가볼 용기를 준 분들과 발견해 꺼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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