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강남역에서 가면을 쓴 대학생들이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지난 15일(화) 서울 도심 네 곳에서 대학생 연합단체 ‘숨은주권찾기’를 주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동시다발시위’가 열렸다. 서울 각지의 대학생들은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집결지인 강남, 신촌, 청량리, 대학로로 모였으며 이중 서울대 학생들은 중앙대와 숭실대 및 강남 지역 대학생들과 함께 강남역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350여 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강남에서 열린 동시다발시위에 참가했으며 시위 장소 네 곳의 참가자는 총 1,4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숨은주권찾기 TF본부 결성과 동시다발시위에 대한 논의는 지난달 30일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시위대는 청와대를 향해선 안 된다. 민중을 향해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익명 게재된 글을 통해 시작됐다. 게시글에서 익명의 필자는 민중총궐기에 대해 “시위대는 꼭 청와대를 향해야 하는가”라고 아쉬움을 표하며 “시위대가 광화문뿐만 아니라 강남, 신촌, 여의도 등지를 향한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많은 이들이 필자의 생각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으며 특히 몇몇 회원들은 지역별 시위의 행진 경로를 짜고 지도에 표시하기도 했다. 숨은주권찾기 임정원 TF팀장(자유전공학부·13)은 “댓글에 가상 행진 경로를 표시해 지도를 게시한 현 TF부팀장에게 동시다발시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쪽지를 보냈다”며 “페이스북과 스누라이프에 TF 구성원 모집공고를 냈으며 현재 숨은주권찾기 TF본부엔 40명 정도가 소속돼 있다”고 말했다.

동시다발시위의 주된 취지는 일상 속으로 깊게 스며들어 더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에 따라 숨은주권찾기는 강남, 신촌, 청량리, 대학로와 같이 시민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서울 도심 네 곳을 시위 장소로 선정했다. 임정원 TF팀장은 “시위가 얼마나 공감을 얻어내는지는 장소에서 결정된다”며 “유동인구가 밀집된 도심은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얻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숨은주권찾기 홍보팀 김민주 씨(자유전공학부·13)는 “광화문에서 시위를 했다고 전해 듣는 것과 일상공간에서 시위를 목격하고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것에서 개인이 느끼는 효용은 차원이 다르다”고 전했다.

강남에서 열린 동시다발시위는 △박근혜 퀴즈 △가면 게릴라 토크 △포스트잇 이벤트 △행진 순으로 이뤄졌다. 본 행사 시작 전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포스트잇 붙이기가 진행됐고 참가자와 길거리의 시민들은 각자 현 시국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 붙였다. 본 행사에선 박근혜 정권의 과오를 풍자하는 박근혜 퀴즈가 마련됐으며 참가자들은 포스트잇에 적힌 내용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한 지원자가 가면을 쓴 채 자유발언을 하는 가면 게릴라 토크도 진행됐다. 동시다발시위 스태프 고석현 씨(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15)는 “대학생을 주축으로 어떠한 정치적 성향도 배제하고 시위 본연의 취지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현 시국의 역대 다른 시위와 차별화 된다”고 말했다. 위 일정이 끝난 후 시위대는 ‘박근혜는 하야하라’ ‘국가주인 국민이다’ ‘국민주권 다시 찾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강남역에서 신사역까지 행진했다.

특히나 이번 시위는 참가자들과 모든 스태프들이 흰 가면을 쓴 채로 시위를 진행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스태프로 참여한 박재연 씨(중어중문학과·11)는 가면의 의미에 대해 “숨은주권찾기라는 이름은 비선실세에 의해 숨겨진 주권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가면을 쓰는 행위는 주권을 잃은 국민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시위 끝자락에 시위대는 일제히 가면을 벗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박재연 씨는 “행진은 숨겨졌던 주권을 되찾는 과정을 의미한다”며 “가면을 벗는 것은 빼앗긴 주권을 회복해 당당히 국민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시위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다양한 소감을 전했다. 시위 참가자 정효원 씨(호서대 영상미디어학과·16)는 “도심 한복판에서 대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는 것이 뜻 깊었다”며 “우리의 목소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닿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주 씨는 “이번 시위가 모든 걸 바꾸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이러한 움직임이 모여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숨은주권찾기의 추가적인 활동 계획은 오늘 발표될 예정이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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