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 ‘순애보’, ‘스캔들’등을 통해 ‘사랑은 무엇인가’에 천착

 
▲ © 김동인 기자

 

지난 5일(화), ‘정사’, ‘순애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하 ‘스캔들’)을 만든 ‘스타감독’ 이재용 감독(39)이 서울대를 찾았다. 사회학과에서 주최한 ‘사회학의 밤’에 초청받은 이 감독은 영화를 하게 된 과정, 영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 영화 속에 담고자 하는 것 등에 대해 두 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호모 비디오쿠스’. 1992년 이 감독이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영향을 받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이 감독은 이 단편영화를 계기로 98년 충무로에 발을 들여놓는다.

 

“대학 졸업 후 영화를 하고 싶어 ‘영화 아카데미’에 들어갔어요. 졸업작품을 만들어야 했는데 아무리 생각을 짜내도 안 떠오르는 거예요. 선배들이 소재란 소재는 다 사용해 새로운 것이 없었어요. 일종의 좌절감을 느꼈죠.”

 

그때 떠오른 것이 텔레비전이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세상을 본 세대’인 그는 “텔레비전 속 상황들이 더 현실적이지 않냐”며 “생각하는 모든 것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고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면서 이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흥행작 ‘스캔들’도 기존 관념에 대한 의심에서 나왔다. “사극은 안된다는 고정관념에 대한 의심에서 ‘스캔들’을 시작했다”는 이 감독은 “‘스캔들’에서 보이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위해 시작부터 영상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었다”며 “‘스캔들’의 뛰어난 영상미는 당시 역사, 문화, 시대 상황을 철저히 고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호기심이 많아서일까. 그는 사랑이라는 흔한 소재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접근한다. ‘정사’에서 사랑이 운명이냐 의지냐를 물었다면 ‘순애보’에선 작위적인 우연을 통해 사랑을 그렸다. ‘스캔들’에서는 게임과 사랑을 섞어가며 ‘사랑은 무엇인가’는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그의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섹스처럼 “영화에서 보여진 성(性)이 사랑의 전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사’, ‘순애보’, ‘스캔들’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에서 드러난 ‘어긋난 사랑’에 대해 그는 “뒤틀리고 비극적인 사랑에 왠지 끌린다”고 말했다.

 

한편 헐리우드 영화들은 콘티 한 장조차 제작자에게 결재를 받는다. 이런 영화들은 ‘감독의 색깔’이 드러나기 힘든 ‘제품’이다. 이 감독은 이런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영화는 나를 드러낸다”는 철학을 가진 그는 ‘작가주의’에 무게를 두는 감독이다. “7시간 반 동안 소가 지나가는 장면만을 담은 ‘감독만의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왜 했을까 궁금하지 않냐”며 “관객과 소통하지 못하는 영화에서도 또 다른 영화 감상법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관객이 영화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그는 “나만 좋아하거나 나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관객을 무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영화에 대한 의문에 천착하기 의해 자신의 근원이라는 단편영화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실험적인 시도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편영화에 대한 그의 애착을 잘 보여주는 예가 1994년에 시작한 ‘한 도시 이야기’라는 프로젝트다. 하루 동안 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찍은 ‘한 도시 이야기’는 작가와 일반인의 경계를 묻고 있다. 그는 “널리 보급된 비디오 카메라는 영화를 보는 사람과 영화를 만드는 사람 사이의 구별을 불가능하게 했다”며 “이 과정을 통해 영화란 무엇인가, 예술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10년에 한 번씩 있는 이 프로젝트는 올해도 지난 6월에 일반인과 전문가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6월 9일 서울에서 실행됐다. 올해 작품은 10년 뒤에 전시된다.

 

얼마 전 이재용 감독은 미래 사회의 사랑 이야기인 단편영화 ‘사랑의 기쁨’을 완성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이 영화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11월 8일 상영된다. 그가 디지털과 사랑 사이에서 어떤 ‘엇갈린’ 코드를 읽어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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