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학생총회(총회)에서 결정된 학생 총의로 본부 점거가 시작 된 지 90여일이 흘렀다. 본부 점거가 장기화되면서 본부점거본부는 점거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으나 본부 점거 인원은 30명 내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줄곧 문제시 돼 왔던 본부와 학생들 사이의 소통 부재 문제에 관해 11월 22일 ‘시흥캠퍼스 긴급 토론회’와 지난달 6일 ‘제 2차 총장 초청 학내 대표 기구 6자 간담회 회의’(6자 간담회), 21일 ‘시흥캠퍼스 현안사항 관련 협의회’를 통해 양측의 합의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 됐지만 여전히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본부 점거 동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은=본부점거본부는 학기말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점거 동력 유지를 위한 다양한 집회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11월 29일에는 본부 점거 50일차를 기념하는 ‘서울대인 총시위’가 있었으며 지난달 6일에는 점거 60일차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또 지난달 19일에는 본부 점거 70일을 맞아 △서울대 비학생조교가 함께 참여하는 ‘서울대 연대한마당’ △본부점거평가·전망 토론회 △충정 70 등의 행사가 열렸다.
본부점거평가·전망 토론회에서는 점거의 성과로 시흥캠퍼스의 추진을 실질적으로 막아내고 있다는 점과 시흥캠퍼스에 관한 본부의 내부 논의 내용이 드러났다는 점이 거론됐다. 하지만 점거의 한계와 과제로 △대규모 대중행동의 부재 △본부 점거 동력 감소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전망 불투명이 지적되기도 했다. 앞으로 계획 중인 프로그램에 대해 김민선 사범대 학생회장 (윤리교육과·14)은 “‘제2 학생회관’ 공약의 일환으로 본부 4층 이외에도 다른 층을 학생들에게 대여할 생각”이라며 “내부 세미나와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한 ‘새내기 본부’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윤민정 본부점거본부 위원장(정치외교학부·15)은 “시흥캠퍼스에 관한 정보와 학생사회 대응 경과를 볼 수 있는 시흥캠퍼스 역사관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흥캠퍼스 사안, 구성원의 입장은=본부와 학내 구성원들은 11월 22일 시흥캠퍼스 긴급 토론회와 지난달 6일의 6자 간담회를 통해 시흥캠퍼스 사안과 관련된 대화의 장을 가졌다. 시흥캠퍼스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성 총장은 “갈등을 조속하게 해결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금까지 제기된 RC(기숙형 대학) 추진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학내 구성원 중에는 RC를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며 “총장으로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RC를 구성원의 동의 없이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학내 거버넌스에서 배제되는 문제에 관해서도 “학내 민주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참여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6자 간담회를 열기로 했으며 이 자리에서 제기된 논의들을 충실히 학사행정에 집행하는 집행관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6자 간담회에서는 성 총장과 김형준 평의원회 의장(재료공학부), 조흥식 교수협의회 회장(사회복지학과), 정귀환 직원노조위원장, 홍지수 대학원총학생회 사무총장(치의학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05)이 참석했으며 총학생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6자 간담회에서 김형준 평의원회 의장은 “의무형 RC 및 교육 단위 이전이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캠퍼스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부 점거와 문서 열람은 불법”이라며 “학생들의 의견을 학내 구성원에게 알리는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점거를 더 이상 장기화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홍지수 대학원총학생회 사무총장은 “학생들의 요구는 여전히 실시협약 철회”라며 “실시협약 철회가 현실적으로 힘들 경우 철회 불가 이유와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한다”고 말했다.


◇본부와 학생사회의 대화, 합의점은 어디에=지난달 21일에 열린 시흥캠퍼스 현안사항 관련 협의회에서는 본부점거본부 및 학생들의 요구사항과 본부가 제시한 합의사항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이근관 기획처장(법학과)은 협의회에서 “학생들이 정한 학생 총의가 학내 모든 구성원들을 구속하는지 의문”이라며 “실시협약 철회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학생 사회와의 소통 강화를 통해 새로운 방안을 논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실시협약 철회는 학생 총의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며 실시협약 철회가 불가능한 점에 대해 학생들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에서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추진과 별개로 학생들에 대한 징계 협박과 회유를 중지할 것과 폭력 행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지난 16일 전임총장들의 회동 자리에 방문한 학생에게 청원경찰이 폭력을 행사한 사안에 관해서 본부의 입장 발표와 사과를 요청했다. 또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조소과·11)은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징계 협박이 들어오고 있다”며 “지도교수에게 학생지도를 요청하거나 가족에게 연락해 회유하는 등의 행위를 멈춰달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학생들은 점거 행사를 방해하기 위한 보복적인 성격의 리모델링 공사 진행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RC추진 문건 유출에 관해서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본부의 문건을 유출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사실을 호도하는 것을 정정해 달라”고 말했다.
본부는 협의회 자리에서 이와 같은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징계 협박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남겼다. 이준호 학생처장은 “점거 행위 자체가 학칙 위반으로 징계 사유가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것뿐이다”이라며 “학생들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생지도를 지시한 사항에 대해서도 이준호 학생처장은 “본부에서 지시한 것이 아니라 단과대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리모델링 공사 진행에 대해 본부는 “학생들이 점거를 이어 가면서 행정관 리모델링 공사가 늦어짐으로 인해 1월에 해동학술관에 배정된 취업·창업 관련 공간 조성이 지연되고 있다”며 “행정관 리모델링 완공 시기를 계속해서 늦출 수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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