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순 교수
간호학과

34년 간의 교직생활을 증명하듯 송미순 교수(간호학과)의 연구실 안에는 아직도 수많은 책들이 쌓여있었다. 건강하게 정년퇴임까지 오게 된 것을 감사한다는 송 교수는 “1974년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그 때의 간호계와 지금은 정말 많이 변했다”며 운을 뗐다. 그가 대학을 다녔던 시기는 처음으로 대한간호학회가 창립돼 간호학이 학문으로 정립되던 때였다. 그는 “그때만 해도 한국에는 간호대 박사과정이 없었지만 지금은 학문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히 마련됐다”고 말했다.

송 교수의 학부시절은 우리나라 간호학의 태동기였기에 그의 전공분야인 노인간호학 또한 한국에는 없었다. 그는 “미국 유학 중 노인요양원에서 일하면서 노인간호가 간호사만이 할 수 있는 전문분야라고 생각했다”며 노인간호학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송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직을 맡은 후 한국에 노인간호학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금은 노인간호학의 중요성을 모두 인지하고는 있지만 간호사 면허시험에 여전히 노인간호는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송 교수는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아는 것을 넘어서 이를 치료할 수 있도록 행동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시도가 하나의 연구분야로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며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행위변화이론과 건강행위모델을 언급했다. 이 중 송 교수가 선택한 것은 ‘IMB’(Information, Motivation, Behavioral Skills)모델이었다. 20년 가까이 당뇨병 환자의 자기관리에 대해 연구해온 그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 모델을 적용해 환자의 행동을 변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IMB 모델을 발전시켰다.

송 교수는 간호학이 학문적으로는 크게 발전했지만 직업적 측면에서는 아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 예시 중 하나로 여전히 간호사를 ‘의사를 보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대중들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했다. 그는 “의료연구, 제약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많다”며 이러한 인식의 원인에 대해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간호사와 유사한 직종들을 모두 간호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전문교육을 받은 간호사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송 교수는 간호사의 강도 높은 노동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간호사 1명 당 3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반면 한국은 10명 정도로 예상된다”며 “현재 많은 병원에서 간호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년퇴임 후에 송 교수는 당분간 연구를 이어나가지 않고 쉴 계획이다. 그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수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젊은이들이 더 잘한다”며 “앞으로는 휴식을 취할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많은 제자들이 연구를 잘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후학들을 응원했다.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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