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정보공학부
조보형 교수

약속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음에도 조보형 교수(전기정보공학부)의 연구실 문은 이미 활짝 열려있었다. 항상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열린 문은 조 교수의 열린 자세와 활발한 연구 경력을 대변하는 듯했다. 조 교수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볼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정년퇴임 소감을 전했다.

수학 문제 푸는 것이 그저 즐거웠던 소년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전기공학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의 이러한 꿈은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뜨거운 고민으로 구체화됐다. 이를 보여주듯 조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용 고압방전등 안정기를 개발해 야간 운행 안전, 특히 노년층 운전자의 주행 안전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중소기업청에서 주최한 ‘실험실 창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항상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조금 앞서거나 우위를 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기업가 정신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 교수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장려하는 교육 분위기는 물론, 산업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재직 중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기술 연구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서울대 그린캠퍼스 조성을 위해 ‘그린 존 이니셔티브’ 사업단 활동에 참여했으며 조 교수의 아이디어로 서울대 인근과 학교를 오가는 전기 셔틀버스가 시범운행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총학생회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세그웨이 대여사업 또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제59대 총학생회는 서울시 자전거 대여정책을 모방한 캠퍼스 내 세그웨이 대여사업이 학내교통과 관련된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바 있다. 조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하고 교통난을 일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라며 기대를 표하면서도 “다만 예산 확보나 안전 문제에 있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우려 역시 제기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 온 학교와의 인연을 정리하면서도 조 교수는 퇴임 후에 후학들을 도와 전공 분야의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며 학문 탐구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평소 학생 개개인을 기억해 주는 것을 소통의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그는 학생들에게 대학생활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조 교수는 후학들에게 “공부하는 과정은 인생의 자유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라며 “작은 것에 너무 집착하기보다는 대학생활을 큰 인생 그림을 그려나가는 연습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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