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물공학부
이정학 교수

산의 전경이 보이는 이정학 교수(화학생물공학부)의 연구실은 공학자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시인의 서재 같았다. 책장을 마주한 그는 “재직 시절 동안 학교에 보답할 수 있는 ‘작품들’을 남기게 돼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교수는 재임기간 동안 끊임없이 성장하고 도전해왔던 삶의 원동력이 문학적 감성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공학자의 지성만 갖고는 현재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며 문학적 감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어린 시절의 문학적 경험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며 “초등학교 시절 감명 깊게 읽은 『현해탄은 알고 있다』의 저자 한운사 씨와의 만남이 ‘일생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학부 시절 들었던 문화사 수업이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며 “이공계 학생들이 인문계 교양 수업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문학적 감성과 공학적 지성의 융합은 QQ-MBR(QQ 박테리아 분리막 생물 반응기) 연구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QQ-MBR 연구는 그가 ‘미생물이 대화를 한다’는 글을 읽은 후 ‘미생물의 대화를 막으면 미생물로 인해 발생하는 생물오손(Biofouling) 현상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을 증명한 실험이다. 이 교수는 QQ-MBR 연구가 서구의 지식에 의존하는 ‘현해탄 콤플렉스’를 극복해가는 일종의 성장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나는 외국의 연구 내용을 국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음을 깨달았다”며 ‘지식의 창조자’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또 다른 작품은 교육 행정 분야에서 연구실 안전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그는 환경 안전원 직원들의 안전 교육 강의를 개설하고 연구실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며 수료증 제도를 만들었다. 또 연구실 안전 교재인 ‘실험안전 길잡이’와 ‘실험실 안전 백서’를 창간하는 등 안전 교육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교수는 “실험 중 사고로 다치는 사람은 학생이지만 안전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교수”라며 “안전하게 실험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이 교수는 안전 교육 강의와 창의성 강의를 계속하며 교육자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끝으로 그는 “교육, 연구, 행정가로서 오래 남는 방법은 작품을 남기는 것”이라며 “삶과 인생관이 투영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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