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학부
이순종 교수

지난해 12월 21~30일 서울대 미술관(151동)에서 ‘이순종 교수 정년기념 아카이브전: 디자인시선의 확장’이 열렸다. 전시실을 가득 채운 그의 업적과 경력은 그 동안의 바빴던 삶을 보여주는 듯 했다. 연구실에서 만난 이순종(디자인학부) 교수는 정년퇴임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 디자인 산업의 도입기와 발전기 사이에 활발한 연구와 산학협력, 교육 활동을 해왔다. 그는 “디자인이 사회, 경제, 삶과 가치도 바꿀 수 있다고 배웠었다”며 “당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디자인을 통해 나라를 구할까 고민했다”며 웃었다. 이 교수는 그 고민을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해결했다. 그는 2001년 세계산업디자인총회(ICSID)의 집행부위원장으로서 일했고 세계최초로 개최된 디자인 비엔날레인 ‘200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초대감독직을 맡아 디자인 비엔날레의 개념과 구성을 체계화시키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디자인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곳이 많음에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한국 디자인 산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디자인 산업에 처음 뛰어들 때와는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그러나 아직도 디자인은 치장하는 것, 필요할 때 덧붙이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생활 속에서 디자인을 소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을 제고하거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며 디자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디자인에 있어서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혁신과 창조는 협력에 의해서 일어난다”며 “천재라고 하는 사람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많은 조력자나 협력자가 있다”고 협력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작년 대학원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에서 학생들과 같이 수업에 참여했다. 그는 “식품영양학과 교수, 셰프, 도자기 작가 등과 협업을 통해 훨씬 빠르게 실수 없이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다”며 협력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디자인은 올바른 삶을 발견해가는 길”이라며 “잘하는, 좋은 디자인은 사물에게 생명감을 넣고 살아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후학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비전을 제시하는 학생들이 됐으면 한다”며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통해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