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원 교수
의학과

연구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세월을 무색케 하는 민경원 교수(의학과)의 순수한 웃음이었다. 그의 미소는 오랜 시간 동안 그가 서울과 이역의 사마르칸트를 오가며 되찾아 준 환자들의 밝은 표정만큼이나 해맑았다.

50여 년을 의료계에 몸담으며 이룬 성과 중에서도 민 교수가 특히 애착을 갖는 것은 현미경을 이용하는 ‘마이크로서저리’(microsurgery)다. 이는 극도로 미세한 조직에 메스를 대거나 봉합하는 것으로 정확도는 높지만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수술 기법이다. 그는 정년 이후에도 해당 기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널리 전수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민 교수는 “미용이 아닌 재건 수술이 주가 되는 성형외과를 개원하는 데 이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 교수의 열정을 보여주는 또 다른 키워드는 의료 봉사다. 세계 각지에서 해외 봉사를 진행해 온 그는 “멀리 사마르칸트에서부터 봉사지인 타슈켄트까지 찾아오는 환자들을 돌본 경험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해외 의료봉사에서 성형외과의 비중이 더욱 커져야 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민 교수는 “현재 해외 봉사에서 주력하고 있는 소아과나 내과 환자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장기적인 치료를 요하는 이들이 해외봉사를 통해 호전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성형외과는 일회성 수술로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성형의료가 공공 의료부문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가장 가시적이고 실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성형의료가 공공 의료부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 교수는 성형이 단순한 미용 수단으로 치부되고 있는 국내의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과도한 미용 성형은 10년 후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며 “미용 성형 역시 재건 성형으로부터 파생된 분야인 만큼 깊이 있는 숙고의 과정을 거쳐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민 교수는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후학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그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아침 첫 타임에 시작되는 수술만을 담당하는 것이 나의 철칙”이라며 “보다 나은 치료를 위해서는 심적, 육체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 교수는 “정년퇴임이 시원섭섭하지만 후학들이 나의 길을 잘 밟아 더 뛰어난 의료인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 정유진 기자 tukatuka1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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