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언 교수
의학과

문이과를 선택하는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인문학과 의학을 아우를 수 있는 정신의학을 선택했다는 정도언 교수(의학과). 정 교수에게 정년퇴임 소감을 묻자 그는 “우리 세대와는 달리 최근 환자와 의사 상호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많아져 안타깝다”며 의료계의 현실에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후학들이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신뢰를 회복했으면 좋겠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 교수가 2009년 저술한 『프로이트의 의자』는 의학도로서 걸어온 수십 년의 세월을 대변한다. 그는 프로이트 학파 정신분석가의 길을 택했고, 이후 샌디에이고 정신분석 연구소에서 연수했다. 이어 정 교수는 국내 최초로 미국 수면의학 전문의가 됐다. 수면의학은 잠의 심리적 문제를 비롯해 몸의 문제까지 다루는 의학의 한 분야다. 정 교수는 “가장 흔한 수면장애인 불면증조차 심리적 이유 외에도 약물 부작용을 비롯한 신체적 요인이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의 연구 대상은 환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환자뿐만 아니라 정신과 의사의 정신을 분석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정신분석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나 자신이 환자로서 정신분석을 받는 경험을 했다”며 “환자를 볼 때 환자만이 아닌 스스로의 무의식까지 들여다보며 보다 심도 있는 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수면을 경시하는 현대인들의 세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수면은 공부한 내용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인 만큼 장기기억에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잠을 줄이면 절대적인 공부 시간은 늘어나나 실질적인 효율은 충분한 수면을 취할 때보다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잠을 줄여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기억력 감퇴 이외에도 다양하기 때문에 건강관리를 위해서라도 깨어 있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정년 이후에도 지금과 다름없이 전공 분야의 공부를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초고령화 사회로 변해가는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정년이라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도 정신분석학자로서의 삶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을 밝혔다. 다만 지금까지의 인생이 발전의 과정이었다면 정년 이후 그의 삶은 공헌의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교육과 수련을 통해 전문가로 활동하다 정년을 맞았다”며 “이제는 개인 연구소를 운영하며 그 지식을 활용해 전공 분야의 발전과 사회 복리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정도언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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