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제14차 변론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소추위원 측에 “쌍방 대리인은 23일까지 종합준비서면을 제출하고, 24일에 최종변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 측은 “충분한 심리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며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의 신속한 진행을 계속해서 가로막아왔다. 당초 2월 말로 예상되던 탄핵심판 선고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무더기 증인 신청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2월 7일 헌재가 대통령 대리인단이 추가로 신청한 증인 17명 가운데 8명을 채택해 변론 절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증인 출석 과정에서도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헌재의 재소환이 이어지고, 출석한 증인에 대한 대리인단의 불필요한 심문과정이 진행됐다. 2월 9일 열린 제12차 탄핵심판 변론에선 대통령 대리인단이 불필요한 질문으로 지나치게 길게 증인을 심문해 재판관이 “왜 묻는지 재판부로서 이해가 안 된다”며 “대부분 상식적인 질문이나 조서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데 핵심으로 들어가 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대통령 측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등의 통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분석을 위한 시간을 달라고 헌재에 요구하거나, 박 대통령 직접 출석, 대리인단 전원사퇴 등의 수를 써 24일로 예정된 최종변론 일정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더 이상의 지연 없이 3월 초순에 탄핵심판이 이뤄져야 한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임기는 3월 13일 만료되는데, 이 재판관의 퇴임 전에 탄핵심판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탄핵인용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7인 재판관 체제’로는 6인 이상의 합의가 필요한 탄핵인용에 다다르기 힘들고, 탄핵을 인용하더라도 자칫 판결의 공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 24일로 예정된 최종변론 이후 탄핵심판 선고까지 1~2주 정도가 소요됨을 고려할 때 탄핵심판 선고시점은 3월 10일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을 지연시킬 경우 3월 13일 이전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물론 헌재에서 3월 13일 이전에 결정을 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대통령 측의 탄핵심판 지연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나,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시민들은 광장에 나와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심판을 외쳤다. 그러나 무더기 증인신청, 증인 불출석, 불필요한 심문과정이 이어지며 탄핵심판 선고는 계속해서 지연됐다. 특히 며칠 전 있었던 대리인단의 2,000여 개에 달하는 녹음파일에 대한 추가 증거 신청은, 신속한 탄핵심판을 바라는 국민의 외침을 무시하고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후로 탄핵심판 선고를 지연시키려는 술수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심판을 노골적으로 지연시키는 행태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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