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목) 2017년 상반기 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임시전학대회)가 열렸다. 이번 임시전학대회는 총 재적수 150명 중 96명이 출석해 정족수인 76명을 넘기면서 개회됐다. 약 13시간 동안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본부점거지속안과 본부와의 교섭 및 투쟁목표 변경을 골자로 하는 이견안이 첨예한 대립을 펼치며 논의됐으나 결국 모두 부결됐다. 이로써 현재 130여 일을 돌파한 본부점거는 다음 전학대회까지 별도의 노선수정 없이 유지될 전망이다.

본부점거본부를 중심으로 한 원안 지지자들은 본부가 제시한 대타협안을 거부하고 본부점거 중심의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타협안은 본부가 점거 사태 해결을 위해 학생들에게 제시한 것으로 △시흥캠퍼스 RC 설립 및 교육 단위 이전 백지화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에 학생참여 보장 △평의원회 및 재경위원회에 학생참여 추진 △이사회 학생참관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원안 지지자들은 지난해 10월 전체학생총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전학대회에서 뒤집을 수 없으며 점거 농성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사회적 지지가 되살아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점거 해제를 논하는 것이 무책임한 행동이라 비판했다. 윤민정 본부점거본부 위원장(정치외교학부·15)은 “120일간 투쟁한 결과 실시협약 철회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며 “점거에 대한 지지와 연대, 단결을 이어나가 개강 후 3월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견안 지지자들은 사태의 장기화로 실시협약 전면철회의 현실적인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음을 직시하고 학생요구안을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투쟁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요구안은 △시흥캠퍼스 RC 설립 및 교육 단위 이전 금지 △본부 제안 이상의 거버넌스에 학생참여 보장 △징계대상자 전원에 대한 징계 철회 △본부점거본부와의 합의정신 존중 △학생 상대의 비민주적·반인권적 행동에 대한 총장 및 본부 집행부의 공식적 사과 등의 요구를 담은 대본부교섭안이다. 이견안 발제자 이범휘 씨(인류학과·15)는 “지금이 교섭을 위한 적기이며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결국 본부의 대타협안이 제시한 것보다 덜 얻게 될 것”이라며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본부점거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안과 이견안 지지자 사이의 치열한 찬반토론 이후 원안과 이견안에 대한 선택표결에서 원안 41표, 이견안 48표, 기권 9표로 이견안이 다수 득표했으나 투표자의 과반을 넘기지 못해 이견안에 대한 찬반표결이 다시 진행됐다. 찬반표결 결과 찬성 35표, 반대 44표, 기권 16표로 이견안은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점거 중인 행정관 앞에 '시흥캠퍼스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바란다'는 내용의 호소문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행정관 입구에 붙은 학생들의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이처럼 점거농성에 대한 학생사회 내의 여론이 양분되는 상황에서 점거 학생들에 대한 본부의 압박 역시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본부 직원들은 점거농성 중인 학생들이 징계조치 철회를 위해 학사위원회에 항의 방문한 틈을 타 행정관의 출입구를 봉쇄하는 등 침탈을 시도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 민주화 교수협의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재학생들은 본부의 학생 징계 시도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으며 이에 성낙인 총장은 징계 절차를 일시 중단하고 대타협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본부는 입학을 앞둔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점거농성을 규탄하는 내용의 문자와 가정통신문을 발신했으며, 사회대의 경우 새내기들에게 학생회 주관 행사에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 학생자치탄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도 학교 관계자가 점거농성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임시전학대회의 두 번째 논의안건이었던 총학생회장 사퇴권고안은 시간 부족과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임시전학대회가 폐회돼 논의되지 못하고 부결 처리됐다. 개회 초 대의원들은 두 번째 논의안건을 먼저 다루는 것에 대한 찬반표결을 진행했으나 찬성 50표, 반대 34표, 기권 22표로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된 바 있다.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조소과·11)은 “다음 임시전학대회는 2월 말경에 예정돼 있다”며 “정확한 날짜는 각 단과대별 새내기배움터 행사가 마무리된 이후 확정된다”고 전했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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