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임금체불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애슐리’ ‘자연별곡’ 등의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랜드파크가 지난해에만 4만 3천여 명의 아르바이트생들에게 84억 원의 임금을 체불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인지도가 높은 유명 외식업체에서도 거액의 임금이 체불되고 있었을 만큼, 현재 우리나라의 임금체불 실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2016년 기준으로 체불임금의 규모는 1조 4천억 원에 이르렀다. 이 액수는 일본의 131억 엔(한화 1,320억 원)의 약 10배에 이르는 수치이며, 경제규모 면에서 한국에 비해 압도적인 미국의 체불임금 규모인 12억달러(한화 1조 3,600억 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에 지난 2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국회의원 주재로 ‘새 정부의 과제, 임금체불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이종수 공인노무사의 발제로 시작했으며, 국회 입법조사관, 민주노총 정책국장 등이 토론에 나섰다. 토론회에서는 임금체불에 대한 대책인 근로감독관제도나 체당금 제도의 한계점과 그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임금체불, 왜 일어나는가?=우리나라 임금체불 문제의 배경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사업주의 측면에서 보면, 회사의 재정 상태가 어려워지면서 불가피하게 임금 지불이 지연되는 경우와 사업주의 고의에 의해 임금이 체불되는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미진해, 사업주 입장에서 금전적·형사적 책임과 손실이 크지 않다는 점이 있다. 이종수 공인노무사는 “예컨대, 휴·폐업으로 인한 임금체불이 발생해도 노동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체당금을 받으면 사업주는 민형사상의책임을 대부분 면할 수 있어 사업주 입장에서는 임금체불을 하는 것이 이득”이라며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 강화를 주장했다.

◇막중한 업무로 예방감독에 소홀한 근로감독관=근로현장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권 침해를 감독하는 근로감독관 제도가 가진 한계로 인해 임금체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다는 점 역시 지적됐다. 현재 근로감독관 한 명당 연간 처리하는 임금체불 사건의 수는 253건에 이르러,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에 처리기간이 지연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에 근로감독관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종수 노무사는 “근로감독관의 사건 처리과정에서 체불액의 70~80%만 지급받기로 합의되는 경우가 많아 사업주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더불어 근로감독관의 업무가 임금체불 사건을 사후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하는 데 쏠려 사전에 임금체불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독하는 역할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종수 노무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감독관 수는 일본과 비슷하지만 예방적 감독 활동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요구되는 사건을 노동위원회로 이관해 근로감독관의 업무를 경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근로감독관의 예방적 감독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뿐 아니라 근로감독관의 수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근주 연구원은 “각 나라별로 근로감독관의 업무 내용과 범위가 다르므로 근로감독관 수의 단순 비교로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임금체불 예방을 위해선 근로감독관 수의 증가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김은기 정책국장 역시 “현장노동자가 참여하는 명예근로감독관제도를 도입하는 것 또한 고려해봐야 한다”고 근로감독관 수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용하기엔 너무 어려운 체당금 제도와 무료법률구조사업=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해 현재 정부 차원에서 체당금 제도와 무료법률구조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체당금 제도란 체불된 임금을 국가가 미리 피해자에게 지불해주는 대신 국가가 그 채권을 가지는 제도다. 하지만 체당금이 지급되는 기간과 금액에 한계가 있어 노동자들이 체불된 임금의 일부밖에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무료법률구조사업은 임금체불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민형사상 각종 법적 절차를 국가가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이지만, 일정 금액 이상의 월급을 받는 노동자는 이용할 수 없고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한계점이 지적된다.

체당금 제도와 관련해 김근주 연구원은 “독일과 같이 체당금 제도를 다른 사회복지제도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수 노무사 역시 “기업이 파산했음을 증명하는 ‘도산 등 사실인정’과 같은 체당금 지급 요건을 폐지해야 한다”며 까다로운 절차와 요건으로 인해 체당금을 지급받기 어려운 지금의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 유재원 입법조사관은 “임금체불과 관련된 사건에 적합한 전문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지 못했다”면서 임금체불 관련 재판 전문 인력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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