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교수
수의예과

2000년도 이후 조류인플루엔자, 사스, 에볼라, 메르스, 지카 등의 신종 전염병이 끊임없이 출현해 인류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2008년 네이처 논문에 의하면, 1940~2004년까지 발견된 335종의 신종전염병 중 60%가 인수공통전염병이며 그 중 71.8%는 야생동물에서 유래된 것이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의 파괴가 급속화됐고 이는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야생동물들은 더 깊은 심산유곡으로 들어가거나 먹이활동을 위해 인근의 민가 또는 축산농가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다. 만약에 미지의 병원체에 감염된 동물이 인류 문명 속으로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것이 날개 달린 포유류인 박쥐라면?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각기 종간 장벽이 있어서 종을 넘어 쉽게 감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감염 빈도와 병원체의 감염 농도가 높아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종의 숙주를 만나면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자의 변이가 급격히 일어난다.

박쥐는 포유류 중 유일하게 날개가 달린 동물이다. 따라서 박쥐의 병원체는 상대적으로 포유류 간에 더 쉽게 종간 장벽을 넘을 수 있다. 더구나 날개까지 달려있어 공간적 제약을 마음대로 극복할 수 있는 존재다. 공수병은 물론 사스, 에볼라, 메르스 등 최근 신종 전염병의 근원이 특정 종류의 야생박쥐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H5N6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전대미문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와 인접한 중국이나 동남아국가에는 수많은 유전자형의 AI 바이러스(AIV)가 상재하고 있다. 과거에는 H5N1이 주류였지만 근래에 와서는 H5N8, H5N6로 바뀌었고, 그 때마다 국내로 유입돼 큰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가축전염병에 관한 한, 중국에 우리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V 유전자는 RNA로서 여러 구성 단백질을 만드는 8종의 각기 다른 RNA 분절로 구성돼 있다. 유전자 복제 시 에러율이 매우 높은 RNA 바이러스의 전형인데다 서로 다른 2종의 AIV가 동일 개체에 감염되면 8종의 RNA 분절 간에 교차 조합이 일어남으로써 상상하기 어려운 변이가 일어난다. 2006년에 중국 광동지역에서 H5N1이라는 새로운 AIV가 출현했고, 이후 2007년도에 홍콩에서 이 AIV로 인한 홍콩A형 독감이 발생해 18명이 감염되고 6명이 죽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 바이러스는 그야말로 눈부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현재까지 수많은 자손을 만들어 가고 있다.

따라서 유입을 피할 수 없다면 국내 유입 초기에 바로 검출하는 조기검색 체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유입 즉시 색출해 고강도의 초동방역으로 제거한다면 피해의 확산은 확연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철새에 대한 예찰 강화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국내에 유입된 이후에는 대부분 발생농장으로부터 오염된 차량과 사람에 의해 전파, 확산이 일어나므로 현장의 차단방역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감시, 감독하고 홍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듯 신종 전염병은 야생생태계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과 환경이 서로 연계돼 있음을 알 수 있고, 총체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학제 간 협력과 공조체계가 필요하다. 인류와 동물의 전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사람과 동물은 물론 환경생태계를 한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근본적 대응이 어렵다. 이른바 ‘One Health-One World’ 개념이며, 나아가 ‘One Health-One Planet-One Future’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한 분야만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근원적 해결과 예측이 어려우므로 ‘One Health’ 개념에 근거한 총체적 대응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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