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반한 감정이 한류금지령(한한령)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들이 연일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A씨는 “중국에서 자본을 지원받아야 제작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은데 한한령 이후 투자가 일절 끊긴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대학신문』은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과 한중 방송 콘텐츠 교류에 초점을 맞춰 중국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아보고, 한한령에 부딪힌 한중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황을 짚어본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핫스팟, 중국

◇문화 산업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중국=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발전해왔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중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약 47.8%에 도달하면서 각종 문화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이 활발해졌고, 이 영향으로 문화 산업은 점차 중국의 국민 경제에서 그 비중을 늘여가고 있다. 최민성 교수(한신대 한중문화콘텐츠학과)는 “2014년 기준 중국 콘텐츠 시장은 약 170조 원의 규모로 우리나라보다 약 두 배 정도 크다”며 “우리나라는 콘텐츠 시장 성장률이 5%가 조금 안 되는 반면 중국은 10% 이상으로 고공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와의 차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하면서 이곳은 한국 콘텐츠의 중요한 수출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홍콩을 포함한 중국향 방송 콘텐츠 수출액은 2008년 약 98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4년엔 약 1,137억 원으로 10배 넘게 증가해 전체 방송 콘텐츠 수출액 비중에서 36% 정도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이 우리나라의 콘텐츠 수출에 특별히 큰 비중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도 한국 방송 콘텐츠 산업에 중국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사례다. 드라마의 흥행으로 인해 주연 배우 송중기가 중국에서 받는 광고 수익은 약 30억 가까이 올랐으며 광고 업체들의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수출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로 인한 직간접수출액은 약 2,000억 원에 다다랐다. 이같이 주연 배우들의 몸값이 크게 상승하고 드라마의 수출을 통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한중 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계는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콘텐츠 수출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방송 시장은 채널에 비해 콘텐츠의 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CJ E&M에서 발간한 자료집『바로간다 CJ E&M』에 따르면 2013년 중국의 위성TV의 프라임 타임(저녁 7시부터 10시)에 방영된 드라마 600여 편 중 340편 이상이 재방송 편성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중국의 콘텐츠 시장 자체의 규모는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시장은 크지만 콘텐츠가 부족한 빈틈을 한국 콘텐츠가 파고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진하이응 교수(중국 인민대 문학대학 )는 “인구가 많고 성장 속도도 빠른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원리”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액에서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지만 문화 콘텐츠 산업은 한중 간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한중미디어연구소 조재구 소장은 “문화 교류는 공감을 이끌어내며 한중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주목하는 한국 콘텐츠의 매력은=이런 추세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지우링허우 세대’들의 활약이 큰 역할을 한다. 1979년 개혁개방 이후 태어난 지우링허우 세대는 개방된 사회에서 일찍이 해외 문화를 접해 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으며,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 친숙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2015년을 기준으로 중국 전체 인구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지우링허우 세대의 이런 특징들이 한류 콘텐츠의 파급력에 일조한다고 분석한다. 최민성 교수는 “콘텐츠 소비의 주축이 돼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며 한중문화산업 교류에서 지우링허우 세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동하 교수(부산외대 중국학과)는 “이들은 정치적 이유보다는 개인의 선호에 따른 소비 성향이 강하다”며 “최근 사드로 인한 한국 콘텐츠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경로로 시청되고 있는 드라마 <도깨비>의 열풍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콘텐츠에 비해 한국 콘텐츠는 비교적 자유롭고 개성적이기 때문에 지우링허우 세대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다. 중국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광전총국)은 국가 운영에 영향을 주거나 사교, 미신, 범죄 등을 선도하는 경우 등을 포함해 10개 항의 규정들을 통해 현지의 콘텐츠 제작에 규제를 가하고 있다. 대학생 린리후어 씨는 “중국은 콘텐츠가 어떻게 하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사전에 콘텐츠를 심의하고 검열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비해 중국은 콘텐츠를 제작할 때 소재가 제한적이다. 대학생 리우멍니 씨는 “한국의 콘텐츠를 보면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서민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중국에서 한류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이 불러온 새로운 콘텐츠 제작방식

중국과의 콘텐츠 교류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방송 콘텐츠 제작과 유통 방식에서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최근의 현상은 한중 동시 방영을 전제로 방영 6~12개월 전에 최종회까지 촬영 및 편집을 완료하는 ‘사전 제작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달의 연인> 등의 많은 드라마가 이런 방식으로 제작됐다.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 방영되는 드라마들이 사전에 제작돼야 하는 이유는 광전총국에서 콘텐츠 전체에 대해 사전 심의를 받은 후에야 방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드라마를 사전 제작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대규모의 중국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A씨는 “방송국에서 지원하는 제작비에는 한계가 있어 중국 자본의 투자 없이는 제작비가 큰 드라마를 만들기 힘든 환경”이라며 중국 자본의 투자가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하 교수는 “이미 많은 중국 엔터테인먼트 자본들이 직접투자, 프로젝트 파이낸싱*, 지분투자 등을 통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무능함과 부조리를 꼬집는, 한국에서 인기있는 소재의 영화가 중국에서는 검열의 대상이 되는 등 사전 심의와 폐쇄적인 규제 정책은 아직 한중 합작 및 중국 수출 콘텐츠가 넘어야 할 장벽으로 남아있다.

한국 방송 산업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은 단지 중국의 자본으로 사전 제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제작진들이 교류해 만드는 한중 합작 콘텐츠로 확산됐다. 최근의 사례로 한국 배우 이다해, 박광현, 중국 배우 조미 주연의 드라마 <최고의 커플>이 중국의 알리바바와 한국관광공사 등이 공동으로 지원하고 한국 제작진이 연출한 한중 합작 방식으로 제작됐다. 한중 합작 콘텐츠는 초기엔 자본 투자, 촬영지와 출연진 등에 외적인 측면에 한해서 한중 간 교류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선 제작진 간의 교류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협력을 통해 제작되기도 한다. 단순히 중국의 자본을 투자받아 제작된 대부분의 국내 사전 제작 드라마와는 달리, 한중 제작진이 공동 제작한 한중 합작 콘텐츠에는 현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영될 수 있다.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B씨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국내의 사전 제작 드라마 같은 경우 넓은 범위에서는 ‘합작’이지만 실제로 중국은 자본만 투입하는 정도”라며 “인력의 교류가 있는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가 실질적인 공동 제작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현지화에 민감한 중국의 특성에 따라 프로그램 포맷을 수출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제작진들이 현지로 가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진하이응 교수는 “완성본을 그대로 수입하는 방식, 포맷만 수입하는 방식에서 요새는 한국의 인력을 수입해 현지에서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중국 광전총국이 규정한 방송 콘텐츠의 수입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수입보단 현지에서 제작하는 방식이 규제를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재구 소장은 현지화 전략에 대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즉시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B씨는 “중국이 한국의 콘텐츠 제작 노하우, 기획 아이디어 등을 보고 배우기 위해 한국의 피디와 스텝들을 현지 미디어 산업에 채용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광전총국: 라디오, TV 등의 문화 콘텐츠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중국의 정부기관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의 사업성과 현금 흐름을 담보로 투자하는 금융기법이다.

한류를 위협하는 한한령

◇한한령(限韓令)은 실재하는가=그러나 이런 한중교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관계자들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결정이 내려진 지난해 7월 이후 중국 시장의 동향이 심상치 않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원래 자국 콘텐츠의 보호를 위해 해외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던 중국 정부였지만, 지난해 말부터 한국 드라마의 중국 수출 계약이 갑작스레 끊기거나 한류스타의 중국 방송 출연이 거부되는 일이 눈에 띄게 잦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배우 유인나는 중국 후난 위성TV 드라마 촬영을 2/3 이상 마친 시점에서 돌연 여주인공 교체 통보를 받았으며, 같은 달 중국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던 가수 황치열은 통편집 및 모자이크 처리됐다. 11월에는 중국 스마트폰 광고 모델이었던 배우 송중기와 전지현이 계약 만료 전에 현지 모델로 교체됐고, 12월 17일로 예정돼있던 엑소(EXO)의 중국 난징 콘서트 또한 갑작스레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의 1/3 이상을 책임지는 중국 시장에서의 이같은 한류 규제는 국내 산업계의 실질적인 타격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한류 수출과 직접적 관련을 맺고 있는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의 수입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의 영향으로 올해 6월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사드 배치 계획이 구체화된 7월부터 매달 감소하고 있다. 엑소,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아이돌 가수를 육성하며 중국 시장의 가요계를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 또한 전년 대비 41% 떨어졌으며, YG, 키이스트 등 타 엔터테인먼트사의 주가도 연일 폭락하고 있다.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B씨는 “작년 7~8월부터 중국과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던 것이 모두 중단되고 그 이후로는 진행되는 것이 없다”며 “드라마를 포함한 모든 방송 콘텐츠의 촬영 비자조차 내주지 않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중 문화 교류의 경색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지난해 12월 22일 악동뮤지션의 상하이 공연이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한한령이 일부 완화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중국 공연을 승인받은 한국 가수가 한 명도 없었던 지난해 10~11월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신호라는 뜻이다. 드라마 <화랑>도 중국 정부의 심의를 통과하고 12월 19일부터 동시 방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 방영이 시작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중국 정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돌연 방영을 중단하면서, 여전히 한한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조재구 소장은 “간헐적인 콘서트 허가 사례 하나를 한한령 완화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며 “한한령은 새로 들어설 정부가 사드 협의를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달렸지만 올해 안에 갈등이 해결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동하 교수는 “한한령의 목적은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과 더불어 자국 문화 콘텐츠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치”라며 “중국이 특정 국가의 문화가 자국 콘텐츠 시장을 독과점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허용하기 힘들 것이므로 한류 제약은 사드 이후에도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방적 수출이 아닌 문화교류로 발전해야=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류가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하 교수는 “케이블 TV, 온라인 플랫폼 등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며 다양한 콘텐츠 생산과 판매가 가능해진 것이 거센 한류 열풍의 요인”이라며 “역사, 정치, 판타지, 시사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는 지금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든다면 한류는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한류를 의식해 지나치게 한국적인 소재를 수용자에 대한 고려 없이 수출하려 하는 무리한 시도는 한류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됐다. 진하이응 교수는 주인공 ‘김치 전사’가 말라리아, 돼지독감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김치워리어’를 언급하며 “현재 한국 콘텐츠는 중국적인 문화요소를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한국적인 것에만 갇혀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치워리어처럼 입맛에 따라 선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김치를 무리하게 세계화하려는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유쿠, 한류의 새로운 통로로 떠오르다

유쿠본사의 안내데스크. ‘合’자는 유쿠가 중국 최대전자기업 ‘알리바바’에 인수됐음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린 드라마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는 중국 내 TV 방송사가 아닌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방영됐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유쿠투도우(土豆优酷, 유쿠), 텐센트(腾讯), 아이치이(爱奇艺) 등 중국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중국 정부의 엄격한 방송 규제를 피해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통로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의 경우 정식 방영까지 최소 3개월은 걸리는 지상파 매체와 달리 웹상에선 제작과 동시에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쿠는 일간 누적 방문 수가 11억 8천에 달하는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 중 하나다. 또 유쿠는 <함부로 애틋하게>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 한국 드라마를 독점 방영하고 <친애하는 옷장> 등 한국의 콘텐츠 업계와 기획 단계부터 함께한 한중 합작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며 한류의 유통 통로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지금 중국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춘추전국시대’=방송서비스 산업을 하기 위해선 광전총국을 거쳐야만 하는 중국은 방송산업 규제가 엄격한 나라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해외 수입 프로그램을 당일 방송 시간의 25%를 초과해 방영할 수 없으며, 프라임 타임에는 수입 프로그램의 방영이 완전히 금지되는 등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중국에선 2004년 러스왕(樂視網)을 시작으로 지상파 방송사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온라인 플랫폼이 크게 성장해왔다. 최근엔 중국 3대 IT 공룡기업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온라인 플랫폼 산업에 뛰어들어 해당 시장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전문지 ‘차이나리뷰’ 이건웅 대표는 “거대 IT 기업들은 콘텐츠 확보를 통한 시장 확대에 목말라 있다”며 “플랫폼 인수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배포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거대한 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사업의 경우 출판사(콘텐츠), 인쇄소(제작), 서점(유통)을 함께 인수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는 것이다.

2006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이용자 수가 1년만에 천만 명을 돌파한 유쿠는 유료 회원을 가장 많이 보유한 명실상부 업계 1위 기업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 내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유쿠, 텐센트, 아이치이 빅3 기업이 각 20% 정도를 차지해, 플랫폼 업계 간의 경쟁 또한 치열한 상황이다. 유쿠 정부사무총감 장샹후이 씨는 “콘텐츠 자체 제작, 판권 수입 등으로 세 기업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대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진정한 승자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콘텐츠 유통? 제작? 우린 둘 다 해!=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유쿠는 해외 프로그램 독점 방영과 프로그램 자체 제작을 통해 질 좋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독점 방영권은 특정 콘텐츠의 온라인 스트리밍권을 독점하는 것으로, 판매가는 매우 비싸지만 장기적으로 콘텐츠 이용자를 플랫폼 내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갖는다. 유쿠는 <상속자들> <용팔이> 등 한국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마천을 주제로 한 사극 <군사연맹> 등 현지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의 독점 방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유쿠가 선보인 자체제작 웹드라마 <11도 청춘>을 시작으로 중국 플랫폼 업계에선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플랫폼 기업이 자체 제작한 영상의 질과 인기 또한 점점 성장해, 전통 매체로의 역수출도 일어나고 있다. 유쿠가 2012년 3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웹 토크쇼 <모닝콜(晓说)>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후 중국의 중앙 지상파 방송사 CCTV와 미국 ICN TV에 정식 방영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장샹후이 씨는 “주 이용자인 2~30대 층이 출퇴근할 때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으며 댓글로 의견을 공유하기 쉽다는 것이 뉴미디어의 장점”이라며 “2년 전부터 CCTV 전통 매체의 영상 분야 인력이 유쿠로 넘어오고 있는데, 이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그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이가 사랑하는 플랫폼 기업이 되기 위해서=전문가들은 유쿠가 중국 내 온라인 플랫폼 선두주자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수익 모델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더 많은 독점 방영권을 사들이거나 프로그램 자체제작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쿠는 대부분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며 수입의 80%는 광고로 충당하고 있었지만, 최근 광고수익이 줄어들며 유료회원 서비스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건웅 대표는 “중국 소비자들은 콘텐츠가 무료라는 인식이 강해 현존하는 텍스트, 이미지 중심의 콘텐츠는 유료화하는데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VR 생태계 조성 등 참신한 시도로 유료회원을 잡아야한다”고 말했다.

유쿠 방문자들이 하루에 보는 동영상 시간이 2만 년에 이를 정도로 유쿠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 업계 중에서도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해외 프로그램의 독점 방영권을 구매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에도 힘을 쏟는 등 유쿠는 더 나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온가 씨(중국 북경제이외국어대 한국어과)는 “유쿠는 가장 많은 회원과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현지에서 인기가 많다”며 “인기를 유지하려면 타 기업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창의적 콘텐츠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장샹후이 씨는 “젊은이가 가장 사랑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사진제공: KO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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