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현 기자
사회부

단순히 중국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이 내가 중국에 가고 싶은 이유의 전부였다. 『대학신문』의 대표자로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주최하는 학보사 기자단 중국 취재에 가겠다고 손을 들 수 있었던 것은, 전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강남역에서 먹은 샤오룽바오의 육즙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사회부 3학기 기자로서의 부담을 뒤로 하고 3박 4일간의 베이징 취재에 합류했다.

스모그가 심할 때는 자기 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가이드 아저씨의 말을 가볍게 웃어넘길 만큼 겨울날의 베이징 하늘은 깨끗했다. 사실 내가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감정은 썩 좋지 않았다. 최근 사드 배치로 인해 상할 대로 상해버린 외교 관계와 ‘MADE IN CHINA’ 하면 누구나 떠올릴법한 저렴한 이미지까지. 게다가 최근 정치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을 보며 정치적 자유에 대해 고민하던 때,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중국에서 사는 사람들에 대해 궁금해졌다.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범세계적인 사이트를 막아버리고, 도로 정체 방지의 일환으로 자동차 추첨 구매제를 실시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여행객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이전과 달리 『대학신문』의 기자로서 방문한 중국에서는 국제 정세학 교수님, 중국인 한국어 전공자, 북경대 학보사 편집장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가 많았다. 물론 가장 궁금한 점은 여전히 그것이지만, 굳이 사회주의 사상이 아니더라도 국제 관계, 한류, 교육정책, 창업 같은 다양한 주제들로 이어간 각계각층의 중국인과의 대화도 충분히 의미있었다. 중화사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 문화를 칭찬하고 박근혜 정권의 사드배치에 대해 ‘어떤 관점에선 한국인의 안전을 지킨 선택’이라고까지 말씀하신 교수님들. 학생 간담회에서 중국 정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던 학생과 도와줄 건 없냐고 먼저 다가오던 통역 언니. 다른 사회 체제와 나라, 다른 민족정서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안 불편한가?’ ‘시대가 어느 땐데 중화사상을 가져?’ ‘북한을 집어삼키려는 평화통일 방해꾼’이라는 중국에 대한 감정은 이데올로기, 혹은 국가 간 정치적·외교적 이해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뿐, 그 사회를 살고 있는 개개인에게까지 적용되진 않았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알면 사랑한다’는 요지의 글을 봤던 기억이 난다. 나는 중국을 잘 알지도 못하고 사랑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을 다녀온 지 약 두 달 가량이 지난 지금, 나는 ‘중국’은 모르겠지만 ‘중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알아볼 준비가 돼 있다. 나중에 중국에 갈 기회가 생겼을 때, 적어도 중국을 기대하는 이유가 음식 말고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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