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다전공 제도를 둘러싼 까다로운 학칙이다. 현재 서울대 학칙 상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복수전공, 부전공, 심화전공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복수전공을 선택하면 각 전공의 수업 39학점을, 부전공을 선택하면 본인의 전공 39학점과 부전공의 수업 21학점을, 심화전공을 선택하면 본인의 전공 60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전공이나 부전공이 아닌 수업의 경우 ‘일반선택’ 과목으로 처리돼, 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되지만 졸업요건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규모가 작은 학과에서 단일 전공으로 60학점을 이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졸업을 위해 많은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필자는 세 학기째 복수전공, 부전공 신청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졸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학점 커트라인이 낮은 전공이라면 흥미가 없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게 됐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다전공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인기 학과에 몰리다보니 특정 학과는 학점 커트라인이 지나치게 높고, 어떤 학과는 학점 커트라인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다전공 제도의 본래 목적은 학생들로 하여금 전공 분야 이외의 경험과 학업을 쌓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학생들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어떻게든 졸업요건을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본래의 목적대로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쌓으려 했다가 높은 학점 커트라인에 다전공 진입을 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낸 사람들도 있다. 필자 역시 복수전공을 희망했던 학과의 수업을 이미 많이 들어 놓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다전공 진입에 실패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이미 들은 수업은 ‘일반선택’으로 처리돼 실질적으로 졸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처음에 학문적 열정으로 선택했던 수업도 시간낭비로 여겨지기도 한다.

강제적으로 다전공을 의무화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다전공 제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서강대의 경우에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신청할 때에 학점 평점으로 제한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제도적 강점으로 내세워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 결과 복수전공 제도가 필수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80퍼센트 이상의 학생이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심지어 세 가지의 전공을 동시에 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물론 타 학교의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강제적으로 다전공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양한 전공을 경험하는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학업적으로도, 일상 전반에 있어서도 학생들의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막는 현재의 다전공 제도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김한별
심리학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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