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할 연구학교가 전국 중고등학교 중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학생과 교직원의 강력한 반발로 자진 철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교육부가 마감을 연장하면서까지 신청을 독려했음에도 신청률이 0%에 가까운 것이다. 단일한 교과서로 역사를 교육하겠다는 그 취지에서부터 거세게 비판 받아온 국정교과서는 결국 교육현장에서까지 철저히 외면당한 셈이다.

교육부의 당초 계획은 올해부터 전국 중고교에서 국정교과서만으로 한국사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론이 이를 거세게 반대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대통령 탄핵 정국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희망하는 학교를 신청 받아 연구학교로 지정, 국정교과서를 보급하는 차선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겠다고 신청한 학교는 경북 문명고가 유일하다. 경북 영주의 경북항공고, 경북 구미의 오상고는 연구학교를 신청한 후, 학교운영위원회와 학생들의 반대로 인해 금세 신청을 철회했다. 문명고 역시 학생들이 연구학교 신청 반대 집회를 열고 반대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세다.

문제는 이 같은 교육현장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정교과서는 지난해부터 1년여 간 그 취지, 내용, 추진 방식 등을 거세게 비판당해왔으며, 이번에 교육현장에서도 외면당하면서 그 실패가 다시 한 번 증명됐다. 그러나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0일 대국민담화에서 “국정교과서를 신청한 학교가 단 한 곳만 있어도 연구학교로 지정하겠다”며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교육부는 연구학교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에는 수업 보조교재 형태로 배포하겠다며 국정교과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교육현장에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보였음에도 교육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교육부의 태도는 교육계의 의견을 무시하는 불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중과 역사학계에 의해 꾸준히 비판돼온 국정교과서의 실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단 하나의 교과서로 획일화된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며,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없이 교육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져야할 교과서가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 역시 비상식적이다. 교육계의 의사는 분명하다. 교육부는 교육계의 의견을 무시하는 불통의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