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에 외부인이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입주규정이 일방적으로 변경되는 공지가 올라와 학생들 사이에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 외에도 빈번한 사생활 침해와 모호한 선발기준 등 관악사에 대한 불만은 학생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단골소재이기도 하다. 이에 『대학신문』은 재학생과 사생들로부터 관악사와 관련된 불편 및 불만 사항을 수합하고 관악사의 입장을 들어봤다.

◇미흡한 안전망, 외부인 침입사건 발생하기도=관악사는 외부인 침입을 막기 위해 각 동 출입문에 손등혈관인식기를 설치했다. 그러나 별다른 출입 장치가 없는 식당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외부인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경우가 잦으며, 심지어 사생들이 거주하는 생활관에도 외부로부터 침입이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지난해 12월 28일에는 여학생 거주동인 925동 2인실에 만취 상태의 남성이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관악사는 곧바로 사건 경위를 파악한 후 피해 학생의 신변을 보호하고 관악 경찰서에 사건을 의뢰했으나, 평소 관악사 안전망 수립에 미흡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CCTV 확인 결과 사건 당일 새벽에 만취 상태로 기숙사 앞 화단에서 잠을 자는 피의자를 아무도 제지하거나 신고하지 않았으며, 사건 발생 이후 오전 8시 30분 경에도 피의자는 별다른 제재 없이 여학생 거주동을 빠져나갔던 것이 확인됐다.

관악사는 시설 노후화로 인한 출입문의 이격* 문제가 사건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호 대표조교는 “한파와 같은 환경 조건으로 인해 출입문에 이격이 생겨 자동잠금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외부인이 큰 방해 없이 생활관에 출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관악사는 이를 예측 불가능한 우연 때문이라 주장했으나, 사생 김차령 씨(인문광역·16)는 “해당 동 출입문에 고장이 잦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전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관악사의 안전 불감증을 드러낸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관악사의 방호 인력 부족 및 경비 시스템의 미비로 인해 비롯된 문제다. 관악사에 거주하는 학부생 및 대학원생은 4,500명이 넘지만, 관악사에서 밝힌 전체 방호인력은 총 3~5명에 그친다. 방호인력의 수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관악사는 “사생 수에 비해 적은 수준이 맞다”고 인정했으나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또 관악사 경비인력들은 순환교대로 CCTV 확인과 관악사 순찰 업무를 맡고 있으나 사건이 발생했던 새벽에서 아침 사이의 시간대에는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이후 관악사는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여학생 거주동의 손등혈관인식기를 기존 한 대에서 두 대로 증설했다. 하지만 사생 A씨(사범대·15)는 “인적이 드물고 취객이 등장하기 쉬운 시간대에 근무 중인 전문경비인력이 없다는 것은 위협적인 상황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외부인의 무단 침입을 보다 효율적으로 막기 위해 전체 생활동의 출입 장치를 스피드게이트 형식으로 바꾸는 안은 현재 내부 검토 중에 있다.

여학생 전용동인 학부생활관 921동 앞에 생활관 출입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고질적인 시설 노후화, 불편함의 일상화=관악사 학부생활관 중 919동을 제외한 모든 동은 1983년에 준공된 것으로 매우 연식이 오래된 건물들이다. 이로 인한 고질적인 시설노후화는 관악사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지난 12월에 발생한 외부인 침입 사건의 경우 관악사 스스로도 그 원인을 시설 노후화로 인한 이격 문제라 밝힌 바 있다.

생활관 곳곳의 낡은 내부자재들은 잦은 보수공사를 필요로 해 사생들의 불편을 야기한다. 최근 학부생활관 919동은 건축물 안전등급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했으며, 이에 따라 해당 동의 사생들이 906동으로 한 달간 이동해 거주하기도 했다. 또 보수공사를 위해 용역 업체 직원들이 각 호실에 들어와야 하는 경우, 정확한 작업 시간을 미리 공지할 수 없어 사생들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생 김차령 씨(인문광역·16)는 “용역 업체 직원이 문을 두드리고 대답도 하기 전에 바로 문을 열고 들어와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관악사는 노후 건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부 생활관 전면 재건축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관악사 조제열 관장(수의학과)은 “학부생활관을 모두 재건축하기 위한 예산을 올해 내에 확보할 예정”이며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18년 말 또는 2019년에 착공 가능하다”고 전했다. 공사로 인해 사생 수용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2019년에 천 명 규모의 외국인 기숙사가 완공되므로 별도의 사생 인원감축 없이 공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외국인 기숙사의 사생 수용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박임환 관악사 행정실장은 “외국인 기숙사는 학부생활관 전면 재건축 계획이 완료된 이후 본래의 기능을 할 예정”이라 밝혔다.

◇일방적인 공지 통보, 사생들의 권리는?=관악사가 이사 일정이나 입주 규정 등 주요사항을 변경할 때, 사생들과의 소통 없이 행정 편의적으로 처리한다는 문제 역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정이 충분히 공지되지 않은 채 보수공사나 용역청소가 갑자기 이뤄진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2017학년도 1학기 입사 신청이 시작되기 2주 전 관악사는 기존의 입주 규정을 변경해 ‘906동 거주자는 방학 중 의무퇴사 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원래 906동에 거주하는 학부생은 방학 때 한시적으로 919동에 이주해 생활해왔으나, 올해부터는 타 생활동으로의 이사 없이 무조건 퇴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동간이동으로 인한 불편사항을 잠재우기 위해 사생들의 입주 권한을 축소한 것”이라는 비판여론이 일었다.

사생 및 입주 희망자들은 관악사의 일방적인 입주규정 변경에 강하게 반발했다. 관악사 자치회는 갑작스러운 규정 변경을 무효화하고 1년간 유예기간을 가져 사생과 재학생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관악사는 해당 요구를 거부하고 본래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이에 대해 김경호 대표조교는 “지난해 4월 입주규정 변경에 관한 사생 여론 수합을 관악사 자치회에 전권 위임했으나 당시 중간고사가 겹쳐 자치회가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며 자치회를 비판했다.

규정 변경을 1년 유예하고 여론을 추가적으로 수합하자는 관악사 자치회의 제안을 반려한 이유에 대해 관악사는 안전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은혜 대표조교는 “동간이동 시 일반 엘리베이터로 많은 짐을 옮기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노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건물구조 상 대다수의 동이 사다리차를 이용할 수 없어 위험하다”고 밝혔다. 동간이동으로 인해 발생할 지 모르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 방학 중 동간이동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조제열 관장은 입주규정 변경을 통해 사생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 “기존의 이사지원비용을 감축해 사생 장학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 20일 관악사가 사생들의 이사지원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내용의 문자공지를 보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악사는 919동 보수공사로 인해 906동으로 임시 이주했던 사생들에게 재이동 시 이사박스와 카트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사 5일 전 ‘부득이하게 이사지원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신했다. 사생들은 “지원 취소 사유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에 정대영 대표조교장은 “재이동 시 이사지원을 약속한 적이 없다”며 “사생들과의 의사소통에 착오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또 문자 공지에 이사지원을 취소한다고 적혀있던 것에 대해서는 “새학기 인수인계 과정에서 해당 동 조교가 실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관악사가 다시금 ‘희망하는 학생 중 일부에게만 비공개로 이사지원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생들은 “전혀 안내받은 바가 없다”며 관악사의 일방적인 공지에 불만을 표했다.

◇모호한 선발기준, 관악사도 모른다?=관악사의 사생 선발 기준에 관해서도 이의 제기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입주 기본조건을 충족한 후에는 어떤 기준으로 사생이 선발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재 관악사는 입주자 선발에 대해 각 단과대에 TO를 내려줄 뿐 그 외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대영 대표조교장은 “관악사에서 학생의 학사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자세한 선발기준은 단과대별로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단과대에서 관장하는 입주자 선발에 대해 관악사는 아무런 발언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생 및 재학생들은 관악사 선발 기준에 학점이나 소득분위 등 객관적인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경호 대표조교는 “단과대에 선발 권한을 위임한 것은 정량적 요소보다도 개개인의 사연을 비롯한 정성적 요소를 고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량적 요소만 반영하는 것도 타당한 선발 방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모호한 선발기준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는 지적에 관장 조제열 교수는 “선발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면 입주자 선발권한을 관악사 단독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고 전했다.

관악사는 학내 유일의 학생 기숙사로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이 제일 먼저 문을 두드리는 공간이다. 그러나 관악사는 사생들의 권리보다도 행정 편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사생들과 신뢰를 쌓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 안전한 생활공간과 편안한 학습 환경을 요구하는 것은 학생의 정당한 권리이기도 하다. 관악사가 진정한 학생들의 보금자리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사생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이격: 사이가 벌어짐. 또는 사이를 벌려 놓음. 여기서는 출입문과 문틈 사이가 벌어져 잠금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경우를 뜻한다.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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