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경쟁력 강화를 위한 쌀개방 유예 10년, 무엇을 했나

2학기, 그리고 2004년…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 


요즈음 캠퍼스는 졸업앨범 사진촬영이 한창이다. 양복을 입고 연신 웃으며 교정을 무리지어 다니는 학부생들을 보면, 2년 전에 나도 저랬구나 하는 짧은 회상과 함께 이유없이 덩달아 흐뭇해지기도 한다. 앨범을 찍는 당사자 중에는 대학생활이 어느새 마지막 학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시원함보다는 약간의 서운함과 당혹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어느덧 나도 석사생활의 마지막 학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괜히 빨리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영원히 지속될 줄만 알았던 대학생활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렸다고 생각할 때 드는 후회감 중 가장 큰 것은 아마도, 왜 조금 더 열심히 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일 것이다.

 

 

특히 수년째 지속되는 경기 불황의 여파로 취업, 학업 등 자신의 미래 진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마지막 학기를 지내다 보면, 좀 더 충실히 보낼 수도 있었을 시간들이 한없이 아깝게 느껴진다.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부족한 영어 점수나 학점이, 논문을 쓰는 이들에게는 미진한 학업의 성과가 그러할 것이다.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시간의 가치에 대한 무감각은 그에 대한 대가로 상당한 손실을 부담지우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현재 진행중인 쌀 재협상 문제를 들 수 있다.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에서 우리나라는 쌀 시장 개방 문제에 한해서 관세화에 의한 전면적 시장 개방을 10년간 유예받는 대신 국내소비량의 1~4%에 달하는 일정물량(최소 의무 수입량, MMA, 2004년 기준 20만 500톤)을 수입하기로 하고, 2004년에 재협상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정확히 1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지금, 쌀 재협상이 진행중에 있으나 미국 및 중국의 쌀 시장 개방 압력과 농업부문의 침체 등 불리한 대내외적 여건으로 그리 전망이 밝지는 않다.

 

 

10년이라는 유예기간은 원칙적으로 농업 부문의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어진 시간이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UR협상 당시의 수준과 비교할 때 농업 소득은 제자리 수준인 반면 농가부채는 급증하는 등, 오히려 농업부문이 처한 경제적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현 상황에서는 쌀 재협상 결과가 관세화 유예기간의 연장이건 시장 개방의 허용이건, 어떠한 형태로 도출되던지 간에 국내 농업 부문 및 그와 관련된 국가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 자명하다.

 

 

물론 한국 농업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쌀 재협상의 결과, 나아가 이후 우리 농업이 처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대응책에 주목할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지나간 10년이라는 시간이 한없이 아깝게 느껴지기만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 충분한 준비와 함께 보다 효율적인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면 농업 부문과 우리나라 경제에 가해질 피해는 어느 정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든지 꼭 들이닥쳐야만 급급하게 틀어막는 데에 분주한 우리들의 생활 태도를 찬찬히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의 순간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달력 두 장 밖에 남지 않은 2학기, 그리고 2004년.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결코 나태하게 써버릴 수 없는 자산임을 명심하자.

 

▲ © 대학신문 사진부

유도일

농생대ㆍ농경제경제학부 박사과정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