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내기 맞이(새맞이) 기간에도 어김없이 새내기 새로배움터(새터) 악습 타파가 화두로 떠올랐다. 물론 새내기와 선배가 친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적당한 음주와 레크리에이션은 친밀한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학신문』은 새맞이 과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학생사회의 대책과 한계를 알아봤다.

◇음주강권·장기자랑·프락치, 새내기를 울리는 3대 악습=새내기가 처음 선배나 동기들과 소통하는 과정인 새맞이는 음주 강권, 장기자랑, 프락치를 비롯한 부조리한 관행들로 얼룩졌다. 음주 강권을 고발한 사례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국악과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제보자가 ‘토복 사태’를 폭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제보자는 “새내기들은 새터에 가기 전 일명 ‘토복’이라 불리는 바람막이를 학과 자체적으로 맞췄다”며 “바람막이가 과음으로 인한 토사물을 잘 씻어낼 수 있는 재질이라 ‘토복’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토복’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만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술을 사양하면 서운해하거나 정색하는 행동, 다 마신 술병을 볼링핀처럼 모아놓는 행위를 비롯해 음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 A씨는 “빈 술병을 모아놓고 많이 마셨다는 의미에서 사진을 찍는데 같이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모두가 즐거운 음주 문화가 새맞이에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씨(인문대·15)는 “술을 잘 마시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사라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술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건전한 새맞이 문화 정착을 방해하는 또 다른 악습은 비자발적인 장기자랑이다. 일부 단과대는 선배들이 새맞이 과정에서 신입생들에게 장기자랑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학생들에게 참여하지 않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짐을 강조해 일부 새내기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논란이 됐다. 김병훈 씨(수학교육과·15)는 “2015년 새맞이 때 신입생환영회(신환회) 전 새내기 쇼 시간을 따로 만들어 각자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한다고 공지했다”며 “장기자랑을 하지 않은 동기들은 부담을 느끼고 개인 일정을 이유로 신환회에 불참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완곡하게 장기자랑을 권유할지라도 새내기들이 부담을 느낀다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새맞이 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 중 ‘프락치’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매번 이어지고 있다. 학과 또는 반 선배가 새내기인 척 어울리다가 새맞이 자리에서 자신이 고학번임을 밝히는 ‘프락치’는 새내기의 불편함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C씨(사회대·12)는 “새터에서는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누군가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며 “만약 ‘프락치’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새맞이 과정에서 많이 위축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새맞이, 대책과 한계는?=한편 각 단과대 학생회는 새맞이 과정의 문제를 인지하고 인권 교육, 내규 작성 등 다양한 대책을 모색해왔다. 앞서 ‘토복’ 사태와 비자발적 장기자랑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음대 새터의 경우 술을 대신할 음료를 제공하고 새맞이준비위원회 중 일부 인원을 사고 방지를 위한 인원관리팀으로 별도 편성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다. 조수황 음대 학생회장(국악과·16)은 “악습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새터 분위기에 대해 임의로 전화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이번 새터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밝혔다.

음대 이외에도 여러 단과대 학생회에서 새내기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대는 매년 새맞이를 할 때마다 새내기를 대상으로 바람직한 대학 구성원의 모습에 대한 고민을 골자로 하는 ‘어울림/페미니즘’ 교육을 진행하며 각 반 내부에서 인권침해 문제를 논의하는 프로그램을 정착시켰다. 인문대 연석회의 김희지 의장(철학과·15)은 “새터에서 어울림/페미니즘 내규 작성 시간을 따로 마련하고 장기자랑 시간이었던 새내기 마당을 새내기 영상제로 대체하는 등 새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대에서는 인권 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선배들이 직접 만든 인권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음주 강권 방지를 위한 사전 교육을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권세규 경영대 학생회장(경영학과·12)은 “인권 교육에서는 음주 강권을 없애기 위해 음주를 강요하는 다양한 상황이 왜 잘못됐는지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회 인권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권세규 경영대 학생회장은 “설문 결과 학생회 뿐만 아니라 경영대 상담실에서도 유사한 인권 교육 내용을 반복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학생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D씨(인문대·15)는 “새터 내규 작성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데 반해 그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뻔한 것들이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새맞이 이후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새맞이 평가 방식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6학번 E씨는 “대학 생활을 갓 시작하는 새내기가 행사에 불만을 표하는 것은 신분 노출의 우려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만족도 조사 결과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새맞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새내기들이 불편을 느끼는 관행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가 개선돼야 한다. F씨(사회대·15)는 “일부 사람들은 프락치나 모두가 마셔야만 하는 분위기의 술자리가 사라지면 선배와 동기 간의 벽을 허물 기회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인식의 개선이 이뤄져야 새맞이 과정에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유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훈 씨는 “선후배 간 벽을 허무는 것은 좋지만 어떠한 활동이든 간에 강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새내기와 선배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율적인 새맞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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