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 나왔다고 지나치기엔 아쉬운 책들

눈 내리는 겨울, 한 가족이 집에서 쫓겨난다. 홀로 가족을 부양하는 엄마는 열네 살, 다섯 살 두 아이를 노숙자 쉼터로 보낸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가난한 도시인 밀워키에서는 이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매년 여덟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거처를 잃고 거리와 쉼터로 쫓겨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매튜 데스몬드의 저서 『쫓겨난 사람들』은 밀워키의 이동주택단지에 살고 있는 여덟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구의 유형이나 가족구성원의 인종은 제각기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다. 비공식적인 강제 퇴거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가려진 빈곤’이라 표현한다. 학계나 언론은 가난한 사람들을 사회와 단절된 채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타자화해 묘사함으로써 이들의 존재를 숨겨버린다. 저자는 빈곤을 감추는 서술에 반기를 든다. 가난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가난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난과 퇴거 문제에는 세입자뿐만 아니라 집주인, 보안관, 판사, 마약상 등 여러 층위의 사람들이 얽혀 있다. 저자는 이동주택단지에서 생활하며 이들이 서로 어떤 식으로 관계 맺고 있는지를 직접 관찰한다. 이를 바탕으로 쫓겨난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기술하고 이들이 집을 잃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설명한다. 더 나아가 주택 임대료를 지원하는 ‘주택바우처 프로그램’을 모든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확대하자는 실질적인 제도적 해결책을 제안한다.

“퇴거는 가난의 조건일 뿐 아니라 원인이기도 하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안정된 거처를 잃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반복된 퇴거는 개인의 실패가 낳은 결과로 취급돼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들에게는 거리로 내몰리는 것이 얼마나 부정의한 일인지 인식할 여유조차 없다. 저자는 쫓겨난 사람들 또한 주체적이면서 무언가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하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거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집은 생명,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질 낮은 거주지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될 때마다 불안정과 상실의 골도 더욱 깊어진다.

『쫓겨난 사람들』은 ‘도시의 빈곤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담담한 문체로 담아낸다. 저자는 자신의 일기장에 “이런 이야기들과 고난을 무수한 전리품처럼 수집하는 내 자신이 추잡한 인간으로 느껴진다”고 남겼다. 이러한 죄의식은 세밀하게 묘사된 현실과 결합해 저자의 윤리의식과 진정성을 더욱 빛나게 한다. 저자는 강제 퇴거 문제를 단순히 기술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제는 ‘가려진 빈곤’을 드러낼 때라고.

 

쫓겨난 사람들
매튜 데스몬드
황성원 옮김
동녘 540쪽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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