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수 교수
정신과/뇌인지과학과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2016년 대학평가에서 서울대가 72위를 해, 아시아에서 싱가포르국립대(24위), 북경대(29위), 동경대(39위), 홍콩대(43위)에 이어 5위를 했다. 지난해 서울대 자연대가 시행한 해외석학평가는, 젊은 교수들이 도전적인 연구를 하기 보다는 정년을 보장받기 위해 유명 연구지에 기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교수 채용문화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은 은퇴하면서 자신이 연구한 분야와 같은 분야의 후배를 후임으로 앉히는 관행이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들의 연구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훌륭한 젊은 교수를 선발해, 이들이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교수 각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헌신하는 학교의 장, 즉 총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서울대는 2011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총장도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간선제로 바뀌었다. 법인화 이후 간선제 총장 선출은 학교 구성원의 의견과는 전혀 관계없이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첫 간선제 총장으로 선출된 성낙인 총장은 그나마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됐던 총장추천위원회에서 2순위 후보자로 추천을 받았음에도 이사회에서 총장으로 선출됐다. 선출 당시 성낙인 총장은 “대학운영 면에서 각 단과대와 대학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분권형 운영체제를 확립하겠다”고 해, 법인화의 자율성을 통한 학교의 발전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법인화 이후 서울대학교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철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학교 구성원들과 소통의 부재로 인해 학내외에 많은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수선발 과정에 있다. 학문적 업적이 훌륭한 교수를 공식적인 채용과정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발하는 것이 대학경쟁력의 시발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각 단과대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돼 본부에 올라간 훌륭한 교수후보자들이 본부 인사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의과대학 모 교실의 전임교수 선발과정이 그 단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2015년 1차 전임교수 채용과 2015년 2차 전임교수 채용 등 2번에 걸쳐 교실 내 공식적인 과정과 의과대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본부에 올라간 교수후보자가 뚜렷한 이유 없이 본부인사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또 후보자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의과대에 대해서도 본부인사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은 이유가 공식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뿐만 아니고, 최근 몇 년간 여러 대학에서 교수 선발과 관련해 단과대와 본부와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시흥캠퍼스 문제로 학생들의 대학 본관 점거농성이 4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수장으로서 학생들이나 학교 구성원들과의 진솔한 소통만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욕구와 주장을 한데 묶어 그 집단이나 구성원들이 지향점을 공유하게 하고 협력하게 만드는 능력일 것이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어, 사회시스템과 우리의 삶의 양식이 크게 변화될 전망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대적 변화 앞에 서울대가 한국사회를 끌고 나가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 서울대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위한 비전과 공정하고 열려있는 소통의 리더십을 가진 총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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