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인지라 간만에 학교에 나가 가판대의 『대학신문』을 집어 들었다. 방학 중 발간된 『대학신문』은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할지라도 다채롭고 풍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관악사의 문제점, 비학생조교 신규 채용 중단 등 학내의 주요 사안뿐만 아니라 이광수 『무정』 100주년 기념 특집 기사, 한국 출판시장 취재 기사와 같이 사회, 학술, 문화 등의 폭넓은 소재에 대해 깊이 있는 보도가 이뤄졌다.

가장 먼저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에 관한 기사는 ‘갑갑한 관악학생생활관, 사생들은 을을하고 운다’라는 표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사에서는 관악사의 문제점을 시설 노후화, 일방적 공지 통보, 모호한 선발 기준이라는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다뤘다. 이는 기숙사라는 학내 주요 편의시설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기숙사 입사와 퇴사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 보도됐다는 점에서 시의있는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학신문』이 학내 언론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서는 관악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나 그로 인한 변화 양상에 대해서도 꾸준히 보도해 관악사 문제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관악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회적인 기사를 넘어, 『대학신문』이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학술 면에서는 이광수 『무정』 100주년 기념 특집 기사가 눈에 띄었다. 본 기사에서는 작품을 근대성, 계몽성 등의 획일적인 주제를 넘어 자유연애 사상, 사회 현실 속 인물 내면의 치밀한 묘사, ‘오빠’라는 용어의 의미 변화를 통해 본 근대적 가치관의 등장을 중심으로 읽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이 인기를 누렸던 원인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면서,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정히 얽힌 사람들, 유정하게 사랑으로 풀어내다’라는 기사의 제목은 앞서 언급한 전체 내용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줬다. 말미에 한두 문장을 덧붙여 제목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볼 수 있도록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삽화의 효과 또한 미미했다. 해당 삽화는 주제를 잘 드러내지도 못했을 뿐더러, 어떤 장면을 묘사한 것인지가 와 닿지 않았다. 삽화 밑에 간략한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면 의미를 전달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 면에서의 ‘송인서적 부도로 짚어본 한국 출판시장’에 대한 취재기사는 시대정신을 이야기하는 『대학신문』에서 다뤄져야 했던, 아주 적합한 제재였다고 본다. 본 기사에서는 주먹구구식 유통과정, 전근대적 거래방식, 출판사의 취약한 경영구조라는 근거를 갖춰 낙후된 도서 유통구조를 설명함으로써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보도했고, 일본 출판계의 예시를 통해 건강한 우리나라 출판계를 위한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대형체인서점과 중소형 서점의 출판 유통구조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정리한 그림도 기사의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송인서적 부도’라는 단순한 현상을 넘어서,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 출판시장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 출판업계의 침체가 불러일으킬 컨텐츠 다양성 부재 문제까지 짚은, 통찰력 있는 기사였다.

임지원
국어교육과 석사과정·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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