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우 기자
사진부

기자가 시흥캠퍼스 부지에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해 8월 24일, 실시협약 체결 이틀 후였다. 실시협약 체결로 시흥캠퍼스 사안에 대한 학생사회의 관심이 증폭됐고 마침 방학이기도 해서 다른 기자들과 날을 잡아 서울대 부지에 가보기로 했다. 부지 근처에서는 서울대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서울대 부지를 통과하는 도로인 ‘서울대학로’나 분양홍보관 앞에 붙은 ‘서울대 바로 앞’ ‘서울대가 선택한 특급상권’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하긴, 기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2007년에 처음 제안돼 차근차근 체결돼 온 사업이니 시흥시나 부동산 관계자들, 주민들 모두 당연히 서울대가 들어오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시흥시가 서울대를 맞을 준비를 마친듯한 모습은 그리 놀라워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번에 기사를 준비하면서 놀랐던 것은 시흥캠퍼스 사안을 대하는 서울대 외부인들의 태도였다. 실시협약 체결 이후 학생사회는 전체학생총회를 소집하고 행정관을 점거하며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시흥캠퍼스 사안은 애초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 사태를 둘러싼 언론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한 언론에서는 본부점거투쟁과 학생사회의 대응을 두고 ‘후배 양성에 위기를 느낀 운동권의 반발’로 일축했다. 어떤 일간지 칼럼에서는 학생들의 시흥캠퍼스 투쟁을 설명하다가 우리나라의 삼류 정치를 닮아간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전학대회를 통해 의결되고 몇 개월간 홍보를 통해 민주적으로 성사된 전체학생총회, 그리고 이를 위한 학생들의 노력은 무시됐다. 언론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흥캠퍼스 사태와 학생들의 대응을 왜곡했다.

시흥캠퍼스에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인터넷 댓글창에는 서울대 학생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 이어졌다. “인성은 없고 점수만 있는 대학” 외에도 차마 입에 담기 힘들 말들을 댓글에서 쉬이 찾아볼 수 있었다. 자신이 배곧 주민임을 밝히며 “학생들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댓글과 “본부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이 실시협약 철회 시 발생하는 위약금을 다 물어야 한다”는 협박성 댓글도 달렸다. 폭력적인 댓글들로 인해 기사 검색 자체가 기자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정도였다. 취재에 응했던 한 시흥시 관계자는 이러한 댓글들이 “서울대 학생들이 계속 반대를 하니까 주민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주민들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10년 전부터 진행된 사업이 아직도 지지부진하니 답답할 것이다. 서울대가 들어온다는 홍보를 믿고 집을 분양받았는데 학생들의 반대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으니 화가 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분노가 감정적 대응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백 번 양보해서 학생들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지라도 분양을 받은 주민들은 알 만큼 아는 ‘어른’들 아니신가. 감정적 대응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김을 명심해야 한다.

배곧은 자칭 ‘교육신도시’다.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지어지면 교육협력센터가 생긴다고 해서 많은 학부모들이 배곧에 입주했다. 자녀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누리게 해주고픈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흥캠퍼스 사태에 대한 현재 배곧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조금 걱정이 된다. 언론의 왜곡된 보도와 일부 주민들이 근거없는 비방과 협박으로 학생들에게 상처를 안기는 지금 상황에서, 누구보다 이를 가까이에서 보고있는 교육도시의 아이들은 무얼 보고 배우나.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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