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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전염병, 다음 돌풍 막을 방패는

가히 ‘붉은 닭’의 해라고 할만하다. ‘정(丁)’의 불(火)기운과 ‘유(酉)’의 닭이 만나 올해가 붉은 닭의 해라고 설명하는 음양오행설은 사주팔자나 관상 같은 주술로서 신년에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새해 출범 직전부터 사상 최악의 AI 사태로 3,300만 마리의 닭이 땅에 파묻혀 달걀 한 판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더니, 닭고깃값 급등으로 인한 치킨 대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5일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정부의 발표로 한우와 한돈 가격도 오르고 있으니, 음양오행설이 말하는 고무래의 불기운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대학신문』에서는 현대사회에 동물 전염병 유행이 잦아진 이유와 이번 AI 및 구제역 사태의 쟁점을 학술적으로 살펴보고, 전염병 유행 방지를 위해 필요한 다각적 변화에 대해 알아본다.

 

현대사회는 동물 수난시대

AI나 구제역과 같은 바이러스 질병이 한두 동물에서만 발생한다면 인간사회와 무관한 자연 현상 정도로 치부될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질병은 가축의 집단 폐사나 인간 전염병으로 발전해 정치적,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는 사회 문제로 비화한다. 이런 이유로 전염병 자체가 시대와 산업, 문화의 영향을 받아 다르게 규정될 수 있다. 우희종 교수(수의학과)는 “에볼라가 아프리카 내륙에서 처음 발생했을 때는 풍토병 정도로 방치됐지만, 2014년 라이베리아를 통해 서구 사회로 유입될 가능성이 생기자 1년 만에 치료제가 개발됐다”며 “역학(疫學)의 관점에서 질병은 사회와 문화의 영향을 받아 사회적 의미를 획득한다”고 말했다. AI와 구제역은 사회와 산업 구조가 급변한 결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각된 대표적인 전염병으로, 한국도 2003년부터 AI, 2000년부터 구제역에 의한 피해를 꾸준히 입어 왔다.

면역력이 강한 동물은 체내에 바이러스가 덜 증식하므로, 병이 발병하지 않고 증상도 일어나지 않는다. 서상희 교수(충남대 수의학과)는 “바이러스와 숙주의 싸움은 결국 숙주 내 바이러스의 숫자 게임”이라며 “밀집되지 않은 공간에 건강한 오리 한 마리를 놓으면 오리 안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7일이면 자연스럽게 소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산성을 목표로 가축에 항생제와 성장촉진제가 과도하게 주입돼 가축 본연의 면역력이 떨어졌다. 알 잘 낳는 가금이나 육질 좋은 소로 품종이 단일화돼 특정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가진 품종도 적어졌다. 가축 사육 구조의 산업화에 따라 개개의 가축이 갖는 전반적인 질병 대항력이 약해진 것이다. 가축을 빽빽한 공간에 몰아넣는 공장식 사육은 가축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줘 면역력을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가축 간 바이러스 전염 확률을 높였다. 거대 다국적 기업이 동물 사료나 약품을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유통체계로 인해 한 농장을 들른 차가 다른 농장을 거쳐 가다보니, 농장 간 바이러스 전파 확률도 높아졌다. 특정 지역에서만 유행하던 질병을 전 세계로 옮기게 된 세계화와 질병 발생 및 유행 패턴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 기후 변화로, 서로 다른 바이러스끼리 유전자 재조합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사례도 늘어났다. 이렇게 동물 전염병 유행 확률이 사회 구조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사상 최악의 AI가 초래된 것이다.

 

AI 사태, 철새가 전부는 아니다

AI 바이러스 검출 가금농장 / 야생조류 유전형별 분포 자료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박사는 "철새가 AI의 원인이면 AI발생 지점이 주요 철새 도래지를 중심으로 확산돼야 하는데, 이번에는 철새 도래지가 아닌 곳에서 느닷없이 AI가 터졌다"며 철새가 1차적으로 바이러스를 유입했더라도 이렇게까지 AI가 유행하게 된 이유는 철새 때문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출처: 농림부 12월 13일 보도자료)

바이러스 전염병을 막는 출발점은 유전자 분석이다. 유전자를 분석해야 질병의 종류와 병독성, 전파 경로를 알아내 향후 방역 대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도 작년 야생조류 분변과 AI 의심 가금에 대해 AI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먼저 AI 바이러스의 표면에 위치한 단백질의 종류를 알아내 이번 AI가 H5N6라는 판명이 났다. AI 병원성의 표지가 되는 HA 유전자 내 특정 서열을 발견함으로써, 이번 AI는 조류에 상시로 존재하는 저병원성 AI가 아니라 가금에 치명적인 고병원성 AI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여러 지역에서 채취한 AI 바이러스를 모두 분석한 결과, 농림부는 국내에 서로 다른 유전형의 AI 바이러스 5종류(C1~C5형)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농림부는 유전자 은행을 참고해 C1과 C2형은 중국 H5N6 바이러스와 동일해 중국으로부터 유입됐고, C3~C5형은 AI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유전자 8개 중 하나인 PA 유전자에 차이가 있어 국내 유입과정에서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났다고 추정했다(그림①).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역조위) 위원장 김재홍 교수(수의학과)는 “중국이나 동남아는 축사가 아닌 호수나 냇가에서 가금을 기르기 때문에 야생조류와 가금 사이에 심한 교차 감염이 일어나 다양한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며 “가금 산물은 수입이 금지돼 있어 공항 검역에서 막히지만, 철새는 중국 및 동남아에서 AI에 감염된 채 몽골이나 시베리아를 거쳐 겨울에 한국으로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농림부는 꾸준히 AI 사태의 원인을 철새로 지목해왔다. 역조위는 작년 11월 30일 농림부 배포자료를 통해 “중국 등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바이러스가 철새를 통해 유입됐으며 국내 유입 과정에서 유전자 재조합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도했다. 지역별 최초 발생 농장은 주변의 철새 도래지 및 농경지의 야생조류 분변이 농장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며, 철새 이동 경로를 따라 감염된 철새가 서해안 지역을 광범위하게 오염시켰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AI 유입 원인과 AI 유행 원인은 다르다. 대규모 살처분이 일어날 정도로 AI가 만연해진 까닭은 철새 자체보다 철새와 가금농장을 잇는 중간 경로 때문이다. 대규모 계열화 회사와 연결된 농장에서 사육되는 닭은 철새 도래지와 떨어진 경우가 많으나, 비닐하우스나 논밭에서 소규모로 아무나 키울 수 있는 오리는 야생조류와 접촉하기 쉽다. 닭보다 면역력이 강한 오리는 AI에 걸려도 임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감염 사실이 사람에게 발견되지 못하고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사료 및 관리 차량이 AI에 감염된 오리농장에 드나들면서 다른 농장으로 퍼져나가 AI가 만연해진 것이다. 김재홍 교수는 “철새 도래지 주변이 오염돼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가금 농장과 완전히 분리됐다면 철새의 바이러스가 가금에 유입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철새보다 오리농장과 유통 차량이 야생조류와 가금 간 연결 고리”라고 말했다.

그림①: 8개 막대는 AI 바이러스 8개 유전자(PB2~NS)를, 색이 다른 막대는 서로 다른 유전자를 의미한다. 역조위에 따르면 C1과 C2형은 중국 H5N6 바이러스와 동일하고, C3~C5형은 국내 유입과정에서 PA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났다. 이는 국내 AI 바이러스가 철새로부터 유입됐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철새가 피해자일까?

AI 유입 원인 자체를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었다. 농림부가 중국 바이러스와 동일한 바이러스라고 밝힌 C1형이 PB1 유전자 재조합 바이러스(그림②)일 뿐만 아니라, 유전자 재조합 장소도 야생조류가 아닌 국내 가금 농장이라는 의견이다. 서상희 교수에 따르면 PB1 분절은 인플루엔자 복제 효소 관련 유전자여서 재조합되기 어렵고, 설령 재조합되더라도 자연에서 재조합된 바이러스는 생존의 압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살아남은 고병원성 AI도 밀집 사육되는 가금에 비해 야생조류 내에서는 단기간 내에 소멸한다. 게다가 한 해 국내 도래 철새 수는 50만 마리에 불과하고, 국내 가금 생산 수는 10억 마리에 달한다. 이 모든 사실을 고려하면 야생조류보다 국내 가금농장에서 이번 AI 바이러스가 재조합됐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AI 바이러스가 여름에 이미 전국에 퍼져 있다가 가금의 면역력이 약해지는 겨울철에 동시 발병했다는 의견이다. 날씨가 더웠던 작년 여름에는 평소보다 자연 폐사한 가금이 많아 AI로 사망한 가금이 발견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서 교수는 “철새 폐사체가 발견됐다는 사실은 농장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강한 철새에 다량 유입돼 죽음에 이를 정도로 국내 가금 농장의 바이러스 전염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철새가 오히려 AI 사태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국내 가금 농장이 AI의 원인이라는 입장이 많지는 않으나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010년 봄 중국에서 유입된 구제역이 여름에 잦아들었다가 같은 해 11월 대폭발했을 때,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표준연구소)와 국내 과학자들 모두 이를 재발로 판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에서 유행하는 구제역 유전자가 베트남 내 구제역 유전자와 같다고 거짓 선전하며 베트남 여행객을 탓했고 2013년에 가서야 중국 구제역 유전자와 같았다고 재발표했다. 우희종 교수는 “재발을 인정하면 봄에 방역을 제대로 못 했음을 인정해야 했기 때문에 당시 방역과장은 부산 지역 신문에 유전자형은 중요하지 않다는 비과학적 사실까지 퍼뜨렸다”며 서 교수의 의견이 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류 학계는 이와 같은 시각에 비판적이다. 김재홍 교수는 “서 교수의 이론대로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져있었다면 어느 한 곳에서라도 H5N6형이 발견됐겠지만, 야생조류와 가금 농장을 주기적으로 예찰하는 농림부에 따르면 H5N6형은 작년 10월에서야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C1형이 가금농장이 아닌 철새에서만 발견된 데다가 이번에 가장 문제가 된 AI는 C4형이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박최규 교수(경북대 수의학과)도 “야생조류와 가금이 접촉해 재조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으나 바이러스 발견 후 즉각 살처분하는 한국에서는 바이러스가 재조합될 확률이 낮다”며 서 교수의 이론에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림②: 서상희 교수에 따르면 농림부가 중국 바이러스와 동일한 바이러스라고 밝힌 C1 형이 PB1 유전자 재조합 바이러스다. 이는 국내 AI 바이러스가 가금 농장에서 발생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백신을 놓는다고 다가 아니다

AI와 구제역 동시 발병으로 주목받았던 또 하나의 쟁점은 구제역 백신의 효력이 실제로 있는지, 또 AI 백신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동물 내 면역세포는 바이러스의 특정 부위인 항원을 토대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만든다. 일종의 ‘가짜 바이러스’인 백신은 접종 동물 내에 인공적으로 항체를 생성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항체 형성과 백신의 효력이 별개라는 사실이다. 어떤 백신을 주입해도 항체는 형성된다. 그러나 유행하는 전염병 바이러스와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 항원으로 만든 백신은 바이러스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는 항체를 만들기 때문에 그 효력이 떨어진다. 우희종 교수는 “사람 백신은 개인의 생존이 최우선이어서 부작용 없는 백신 제작을 목표로 하지만 동물 백신은 경제성이 최우선이어서 개발비를 고려해 백신을 제작한다”고 말하며 “몇 퍼센트 효력에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갖는 백신을 제작할 것인지에 따라 개발 시간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물백신이 문제인가, 농가가 문제인가=이런 배경에서 2015년에 4년간 장기 계약해온 동물 의약품 기업 메리알사의 구제역 백신이 국내 바이러스와 연관성이 낮아 효력이 떨어지는 ‘물백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적이 있다. 김재홍 교수는 “백신의 효력이 있으려면 면역학적 연관성을 나타내는 R1값이 0.3은 넘어야 하는데, (표준연구소에 따르면) 당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0.14였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농림부의 전력 때문에 지난달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발하자 소에 접종했던 백신 자체가 효력이 떨어진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농림부는 표준연구소 작년 4분기 보고서를 근거로 새로 교체된 백신은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매칭된다며 그 효력이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화살은 가축에 구제역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농가로 향했다. 실제로 농림부에 따르면 충남 보은 이동제한 지역 내 구제역 비발생 농가 104호의 항체 형성률은 예방접종 전후 30~62%에서 94%로 높아졌다. 하지만 농가에서 가축에 구제역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법적으로 50두 이하 농장은 면사무소에서 무료로 백신을 공급해주고 수의 공무원이 백신을 접종해주지만, 50두 이상 농장은 축산업협동조합에서 백신을 구매해 농장주가 직접 접종해야 한다. 김제의 한 소 농장주 강정호 씨는 “대형 농장주는 소에게 한 마리씩 접종해야 하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전혀 할 수 없다”며 “접종 매뉴얼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나는 일당을 주고 일반 수의사가 접종을 놓도록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한 달만 있으면 새끼를 낳는 번식우가 백신 부작용으로 유산되고 어미까지 죽기도 하는데 정부에서 보상해주지 않는다”며 “구제역으로 소를 싹 묻는 가격보다 유산 보상 가격이 낮으니 유산 보상을 해주고 모든 농가가 접종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AI 백신을 사용해야 하는가=대다수 학자는 AI 백신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김재홍 교수는 “백신을 접종하면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과 피해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육주사로 혈액 내에 항체를 만들어주는 AI 백신은 가금 상피세포에 바이러스가 남아 농장에 AI를 전파할 수 있고 시중에 유통될 위험도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AI 백신 사용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최규 교수도 “백신을 만드는 것부터 그것을 공급하고 접종하기까지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그 전에 AI가 끝나면 백신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백신 개발 연구는 진행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AI 백신 사용에 반대했다.

반대로 구제역 백신을 사용하듯 AI 백신을 사용해야 한다는 학자도 일부 있었다. 가금의 경우 몸집이 작아 소나 돼지에 비해 백신 접종이 쉽다. 가금 농장주들은 이미 뉴캐슬병 등 40여종의 가금 관련 질병에 대해 백신을 접종해왔기 때문에, 여기에 AI 백신 하나를 추가로 접종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 서상희 교수는 “본래 AI 바이러스는 H단백질을 사용해 세포에 침투한 후 N단백질을 사용해 세포를 빠져나가기 때문에, AI 백신은 바이러스의 H단백질만 막아도 효력이 생긴다”며 “국내 AI 백신 생산 시설이면 바이러스를 분리해 백신을 생산하기까지 2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백신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염병 피해가 사그라들 그 날까지

김제의 한 소 농장주 강정호 씨는 "한 번 소를 묻으면 꿈에 송아지가 나타나 울며 한두 달씩 트라우마로 고생한다"며 "축산 농민들이 마음 놓고 가축을 기르기 위해선 국가 차원에서 전염병을 특별히 관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전염병 유행을 방지하기 위해 바이러스 예찰을 중요한 대책으로 꼽았다. AI 발생농장에서는 가금으로부터 바이러스가 계속 방출되므로, 전염병 발생 후 소독은 사실상 의미가 없고 살처분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이번과 같은 AI 사태를 막으려면 처음부터 상시로 가금농장 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해 사전 차단해야 한다. 김재홍 교수는 “홍수로 둑이 넘치듯 주변국에 바이러스가 많으면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조기 예찰을 상시로 시행하지 않거나 대비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가축 전염병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 현장에서 농가에 제대로 된 전염병 관련 정보를 전달할 필요성도 크다. 강정호 씨는 “이웃집이 브루셀라로 200두 이상을 묻었을 때 현장 담당자는 전염이 안 된다고 알려줬는데 1년 뒤 병이 퍼져 소를 묻었다”며 “농가에서는 직접 겪지 않으면 병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경각심을 갖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재홍 교수는 “소독제는 이물질이 없고 건조한 환경에서 써야 효과를 발휘한다”며 차 밖뿐만 아니라 자신이 앉는 자리, 핸들, 바닥, 내부 적재함까지 모두 소독해야 한다는 등 제대로 된 현장 매뉴얼 전달을 강조했다.

방역 기관의 전문성 제고도 공통으로 거론됐다. 농림부 내에 독립된 수의국이 없어서 방역 전문 인력이 동물 자원을 활용하는 축산국에 속해 있고, 고위 공무원이 방역 체계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순환 보직을 맡아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기도 한다. 산업동물과 반려동물은 농림부에서, 야생동물은 환경부에서 다루다 보니 동물 통합 체제가 형성되지 못하고 동물 관리가 파편화됐다. 방역 기관과 정부의 방역을 평가하는 기관이 분리되지 않아 방역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측면도 있다. 산업 구조 및 문화의 변화에 따라 매년 방역 정책을 개선하려면 전문가의 의견이 효율적으로 반영되는 행정 체제가 필요하다. 박최규 교수는 “수의 인력이 부족해 수의 과장이 대한민국을 다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 데다가, 전문가들이 하위직을 맡고 있어서 방역 정책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며 수의 조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AI 사태가 일회적인 가축 재앙 정도로 치부되지 않고, 이를 계기로 국내 식량 산업과 동물 복지 등 보다 넓은 관점의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가금 산업이 무너지자 외국에서 달걀을 수입했다는 사실은 기본적인 식량 생산 시설을 국내에 확보하지 않으면 철저히 외국에 식량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좋은 사례다. 전염병 사태가 터질 때마다 정부가 개입해 세금을 펑펑 쓰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중심의 일원화된 유통 구조와 공장식 사육 및 품종 단일화에서 나타나는 생산성 최우선주의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우희종 교수는 “질병 자체가 생태계 일부이므로 이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오만한 생각일 수 있다”며 “반복되는 이유, 대규모 피해가 일어나는 이유를 매번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삽화: 박진희 기자 jinyhere@snu.kr

권우용 기자  cardiacsmil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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