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과의 한 전공 수업에서 일부 저학년 학생들에게 수강신청을 취소하라는 지침이 전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7일(월)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수강신청에 실패한 졸업예정자를 수용하기 위해 등록학기가 적은 학생들에게 수강신청 취소를 요청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대학신문』의 취재 결과, 문제가 된 수업은 지리학과의 전공 필수 교과목인 ‘공간정보분석’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지난해 1학기 수강신청에서도 학과 선배를 통해 저학년 학생들에게 수강신청 취소를 권장하는 공지가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공간정보분석’ 과목을 신청한 일부 학생들은 지리학과 사무실로부터 수강신청 철회 의사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신청 학생 중 상대적으로 등록학기가 적은 편에 속했던 A씨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수강신청에 실패해서 강의를 못 듣게 됐는데 아직 좀 더 기회가 있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취소해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개강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전공 과목의 수강신청 취소를 요청받은 학생들은 모두 난색을 표했다. 이후 취소 요구가 부당하다는 반발이 제기되면서 학과 사무실에서는 취소 요청 연락을 중단했다. 해당 수업은 현재 수강신청요청서(초안지)를 모두 수용하는 방향으로 방침이 변경된 상태다.

작년에도 동일한 수업에서 저학년 학생들에게 수강신청을 철회하도록 해 수강희망자 초과 문제를 해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학기에는 해당 수업을 신청한 2학년 학생들에게 “다른 전공과목들을 먼저 이수하기를 권장한다”는 내용의 공지가 전해졌다. 해당 공지는 담당 교수의 지시를 받은 학과 사무실이 다시 학생에게 공지를 부탁하는 방식으로 전달됐다. 강제성을 띤 공지는 아니었으나 수강신청에 실패해 초안지 수리를 원하는 학생과 수강신청을 했지만 등록학기 수가 적어 취소를 권유 받은 학생이 함께 있는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공지가 전달된 점을 감안하면, 후자에 속하는 학생들에게 수강 취소에 대한 암묵적인 압박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작년에 해당 과목을 신청했던 저학년 학생들은 모두 수강신청을 취소했다.

한편 컴퓨터를 이용하는 해당 과목의 특성상 정원 확충이 어려워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지리학과 사무실 안유순 조교는 “해당 강의가 진행되는 학과 전산실 수용 인원이 30명 가량”이라며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서 수강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원 확충이 어렵다면 수강 신청 날짜나 학년에 제한을 두는 방법 등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B씨는 “졸업예정자 학생에게 우선권을 줄 계획이었다면 과목 개설 당시에 수강신청 우선순위를 미리 공지하거나 수강신청에 제한을 두는 등 다른 방법을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작년에 공지를 전달받고 수강신청을 취소한 C씨는 “수강인원을 늘리기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일 년에 한 번 밖에 열리지 않는 전공 필수 과목이라는 점을 고려해 학과에서 해결책을 강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지리학과는 반복되고 있는 수강신청 문제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리학과 사무실 안유순 조교는 “학과 내에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학과장과 담당교수를 중심으로 향후에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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