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자유전공학부 17)

남들이 겪지 못했을 많은 역경을 거치고 온 만큼, 입학을 앞둔 김수연 씨(자유전공학부·17)는 “설레면서도 걱정이 된다”며 입학 소감을 밝혔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1급 시각장애인인 그는 “외출을 할 때에는 언제나 부모님과 함께였다”며 “대학에 와서 친구들과 함께 밥도 먹고 어울려 놀 생각을 하니 무척 기쁘다”고 전했다.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한 때 성악을 했던 그는 지금 번역가를 꿈꾸고 있기도 하다.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김 씨는 “부모님은 한 방면의 전문가가 되길 바라셨지만 나는 천성적으로 여러 방면에 흥미가 있었다”며 “다양한 분야를 배워보고 내 길을 확실히 정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커피를 좋아해 커피 동아리에도 가입할 생각이고 축제 사회도 해보고 싶다”며 웃음을 보였다.

김 씨가 번역가를 꿈꾸게 된 이유는 그녀의 장애와 관련이 있다. 그는 “복지재단을 통해 영국 어학연수를 간 적이 있는데 점자로만 접했던 그들의 문화를 그 곳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며 “글로도 숨결 하나 공기 하나까지 살릴 수 있는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선호한다며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늘 밝은 김 씨에게도 일반 학생들은 알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중 교재를 구하는 단계에서부터 난관을 겪었다. 그는 “학원에서 일반 학교 친구들과 함께 일반 교재로 공부할 수조차 없었다”며 “자원봉사자들이 인터넷에 올려주는 점역*된 교과서와 EBS교재가 아니면 볼 수 있는 문제집이 거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때마다 김 씨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김 씨의 어머니였다. 김 씨는 “교재들을 구하는 데 어머니가 많이 고생을 하셨다”며 “점자정보단말기로 책을 읽을 수 있게 어머니가 일일이 교재내용을 텍스트파일로 변환해주셨다”고 말했다.

여러 장애물을 넘어 서울대에 온 김 씨에게도 여전히 걱정은 있다. 서울대가 아직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과제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교재를 구하는 것이 어려울 거라 예상된다”며 “교과서의 경우 대구대 점자도서관에서 점역을 해주는데 대학교재는 그런 서비스가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김 씨는 “시각장애 학생의 입장에서는 학교에 점역교정사 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외국어나 수학, 음악은 한국어와는 점자체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전문적인 점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시각장애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해 갖는 오해에 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신이 어디있는지만 알면 대부분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꾸는 수많은 꿈들은 그의 장애가 삶의 진정한 장애물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김 씨가 홀로 세상에 발을 딛는 시작을 응원하며 그녀의 찬란한 도약을 기대해 본다.

*점역: 말이나 글자를 점자로 고침

사진: 정유진 기자 tukatuka1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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