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새내기맞이 기간에도 학생사회의 악습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과음으로 인한 토사물을 쉽게 씻어낼 수 있는 옷인 소위 ‘토복’으로 대표되는 음주 강권 행위에 대한 고발이나 선배들의 ‘프락치’ 행위, 신입생이 준비해야 하는 장기자랑에 대한 규탄이 있었다. 이러한 행위들은 오랜 시간 당연하게 내려오던 학생사회의 전통으로 간주됐으나 이제는 악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생사회가 지금껏 유지해왔던 여러 관습들은 신입생이 들어오는 시기에는 논쟁의 대상이 되다 금새 잊혀졌다. 음주를 강요당하거나 수치스러운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부담이 되는 회비를 내야 하는 신입생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학교생활에 적응을 마치고 선배가 된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저 재미와 친목을 위한 행사라 포장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학생사회 악습에 대한 개선책이 지속적으로 논의될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나 신입생들이 선배의 자리에 서고 나면 단합을 위한 당연한 행사로 여겨지곤 했다.

문제가 제기되기 전까지는 공론화되기 어려운 관습도 있다. 음주를 강요하는 문화는 명백한 잘못이므로 표면적으로나마 지양됐지만 공공연하게 행해지던 선배들의 ‘프락치’ 놀이는 그렇지 않았다. 선배들이 신입생들의 단톡방에 몰래 들어가 동기처럼 위장하는 것은 도의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입생과 친한 선배를 만들어서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거나 친목과 재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꾸준히 이어져왔다. 선배라는 자격으로 평등한 학과 구성원인 신입생들을 속이는 것은 신입생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주는 행위다. 또 신입생들의 단톡방을 염탐하는 행위가 개개인에 대한 인격적인 평가와 인격 모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프락치 행위가 사소한 일탈이라고 볼 수 만은 없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재학생과 신입생이 보는 시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미 학교에 적응한 재학생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단체 생활을 위한 사소한 일일지라도 처음 대학에 발을 들여놓는 신입생에게는 학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을 안겨줄 수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 관습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것이기 때문에 없애기 어렵고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매년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전통이라면 그 정당성에 대한 깊은 논의와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