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돌아오면 짓밟히는 생존권

서울은 88올림픽이 성황리에 열렸던 곳이지만,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가는 노점상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을 126일 앞둔 1988년 5월 18일, 종로 4가 세운상가에서는 전경50명, 사복전경 30여명, 2대의 소방차가 동원돼 ‘올림픽을 대비해 교통체증을 줄이고 도시 미관을 정비하기 위한’ 노점상 철거작업이 6시간 동안 진행됐다. 공항에서 경기장으로 가는 길목과 명동ㆍ신촌 등 서울의 주요 관광거리의 노점상을 대상으로 한 강제철거 작업은 2년여에 걸쳐 진행됐다. ‘도시노점연합’은 경찰과 관(官)의 단속에 응하지 말 것, 단속 때는 동료 노점상과 함께 몸싸움으로 대치할 것 등의 행동수칙을 결의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교통체증과 도시 미관 명목 올림픽ㆍ월드컵 때마다 철거

 

그러나 2002년 한겴?월드컵 때도 노점상 강제철거는 되풀이됐다. 서울시 전체에서 4천3백여 개의 노점상을 집중 단속했고, 종로2가에서 6가에 이르는 2.5km 구간의 노점상 규모는 1/3 수준으로 줄였다. 5월 20일 새벽에는 용역반 70여 명이 쌍문역 주변 창동시장에 예고 없이 들이닥쳐 노점상의 좌판 등을 부숴버린 일이 일어났다. 도로법과 행정 대집행법에 의하면 담당구청인 도봉구청이 계고장을 발부해 철거를 예고한 후 집행해야 하지만,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불법적인 철거가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2003년, 서울시와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복원 공사를 시작했다. 청계천 주변은 대표적인 노점상 밀집 지역으로, 당시 2천여 명의 노점상이 있었다. 서울시는 ‘청계천노점상생존권투쟁위원회’와 30여 회에 걸친 회의를 가졌지만 도시계획을 우선시하는 서울시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점상들 사이의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작년 11월 30일에는 28억 예산으로 2천여 명 규모의 용역반을 동원한 강제철거가 이뤄졌고, 서울시는 12월 6일 청계2가~9가 전역을 ‘노점상 절대금지구역’으로 지정해 현재까지 모든 종류의 노점이 불허되고 있다.

 

절충ㆍ합의에 도달해 지난 1월16일 개장한 ‘동대문 풍물시장’도 2005년 10월경 시설 용도가 변경될 계획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노점상들은 다시 쫓겨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서울시청의 건설행정과의 한 관계자도 “사실 노점상들에게 동대문 운동장 자리를 장기적으로 보장해 줄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전국노점상연합’ 최인기 사무처장은 “서울시는 노점상의 생존권을 보장해준다는 공언도, 풍물시장에 편의시설을 설치해주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더니 이제는 관광명소로 키운다던 동대문 풍물시장까지 폐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노점상들의 생계 고려한  합리적 해결책 마련해야

최막중 교수(환경계획학과)는 “노점상과 서울시가 합의를 통해 도시 미관뿐만 아니라 노점상들의 생계를 동시에 고려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도깨비노점상연합’ 양선화 국장은 “대다수 노점상들은 그날 장사를 쉬면 다음날 굶어야 하는 생계형”이라며 노점상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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