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근무하니 ‘남성’ 신입사원과 동급이더라

 

▲ © 노신욱 기자

 

지난 7일(목)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정영임 40세 조기직급 사건, 왜 성차별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한국전기공사협회’(협회)에서 40살에 제한 정년퇴직을 당한 정영임씨 사건을 통해 여성이 채용부터 퇴직까지 노동시장에서 겪는 차별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에 앞서 정영임씨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정씨는 1985년 협회에 행정직 6직급으로 입사했다. 정씨가 입사할 당시 동일한 자격조건의 지원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5직급, 여자는 6직급으로 분리 채용됐다. 협회 측은 “6직급의 단순 업무에는 여성이 추천되고, 사무를 맡는 5직급에는 남성이 추천돼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으나 정씨는 “5직급과 6직급의 업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 1년 뒤, 협회는 행정직 여직원의 직급을 없애고 여직원으로만 구성된 상용직제를 신설했다. 상용직은 행정직과 같은 일을 하지만, 직급이 없고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아 사실상 승진이 불가능하다.

10년 뒤인 1996년, 상용직제를 폐지하면서 여직원들은 6직급으로 복귀됐다. 2000년 5직급으로 승진한 정씨는 15년 만에 남성 신입사원과 동일한 직급을 갖게 됐다. 그러나 협회는 2002년, 40세인 정씨가 5직급의 제한정년이라며 정년퇴직시켰다. 이에 정영임씨는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했으나 모두 기각당하고 항소, 현재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토론에 나선 조순경 교수(이화여대ㆍ여성학과)는 “채용 당시 명확한 남녀 분리채용이 있었다는 점은, 남녀를 달리 대우해 특정 성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직접적 차별’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또 “직급정년제는 직접적 여성차별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여성의 승진이 남성에 비해 약 4배나 느렸던 점을 감안하면 표면적으로만 남녀를 동일하게 대우하고, 결과적으로 특정 성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간접적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양현아 교수(법학부)는 “여직원들이 단순 업무를 했기 때문에 6직급에 채용됐다는 협회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대졸인 정씨의 경우 고졸 출신의 남자직원보다 학력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법원이 정씨가 겪은 성차별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이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성차별을 묵인하는 것이며, 여성인력의 하향취업을 초래할 것”이라며 법원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했다.  

 

민우회 임강자 공동대표는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접적 차별은 물론 간접적 차별도 명백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간접적 차별을 인정한 판례는 없다”며 “보수적 법조인들에게도 2004년에 맞는 양성평등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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