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문학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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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인 학술부장
  • 승인 2017.04.09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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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존 버거
김현우 옮김/열화당/110쪽/15,000원

당신은 아랍어로 노래했습니다.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지만, 그럼에도 나는 노래 한 곡 한 곡을 부분적으로가 아니라 하나의 총체적 경험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노래에 관한 몇 개의 노트: 야스만 하만을 위하여」 중

 

소설, 미술, 사진, 예술비평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지식인 존 버거가 지난 1월 별세했다. 그의 별세를 추모하며, 존 버거의 작품 다수를 한국에 소개해온 열화당 출판사에서 그의 에세이집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를 번역 출간했다. 존 버거는 11개의 에세이를 통해 다양한 학문과 예술을 넘나들며 ‘언어’에 대한 자신만의 독자적 관점을 전개해나간다. 자연의 소리, 아랍어로 된 노래, 알베르 카뮈의 소설은 물론 일상의 대화나 정치적 담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소재를 바탕에 둔 각각의 글들이 ‘언어’라는 추상적 논의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구체적이고도 독창적인 존 버거만의 관점으로 되살아난다. 곳곳에 실린 저자의 메모나 드로잉이 글을 더욱 다채롭게 해 준다.

 

연대기, 괴물/임철우/문학과 지성사
381쪽/13,000원

세상이 무섭다, 목숨이, 산다는 일이 정말이지 끔찍하고 지긋지긋하다. 불현듯 당신의 눈앞에 검푸른 바다가 스크린처럼 좍 펼쳐진다. - 「흔적」 중

 

포악한 현실과 서정적 환상 모두를 다루는 데 능숙한 작가 임철우의 신간 『연대기, 괴물』이 출간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또 다른 면모를 철저히 배제하고 포악한 현실을 온전히 전달하려는 데 역점을 둔 듯하다. 소설집 속 작품 하나하나에서 죽음에 대한 집착적인 고민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죽음에 대한 관념적 고민이 아닌, 한국 역사의 수난과 그 속 개개인의 고통이 결부된 지극히 실질적인 고민이다. 특히 표제작 「연대기, 괴물」은 보도연맹에서 세월호 사건까지 한국 현대사의 참혹한 사건들을 노숙자로 생을 마감한 개인의 일대기에 엮어내려 시도하고 있다. 다소 사회현실을 도식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인간의 아픔과 상처라는 보편적 주제를 현재적으로 되살리려는 작가적 노력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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